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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Oct 13. 2023

갤러리를 엿보다

궁중 꽃 박물관에서, 그 두 번째는

벌이 화정花精을 채취하여 꿀을 빚고 꿀에서 밀랍이 생기고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는데 이를 윤회매輪回梅라고 한다. 대저 생화가 산 나무 위에 피었을 때 꿀과 밀랍이 될 줄 어찌 알았겠으며, 꿀과 밀랍이 벌집 속에 있을 때 윤회매가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렇기에 매화는 밀랍을 잊고 밀랍은 꿀을 잊고 꿀은 꽃을 잊는 것이다. 그러나 윤회매를 저 나무 위 꽃에다 견주어 보면, 말 없는 가운데 따스한 윤기가 서로 통하여 마치 할아버지를 닮은 손자와 같다.

-이덕무,「윤회매십전輪回梅十箋」


비해당의 지하 전시실에서 한 겨울의 매화나무를 만났다.

[납매]

윤희매는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1741-1793)의 청장관전사에 수록되어 있는 윤회매십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윤회매는 벌집 밀랍을 녹여 꽃잎을 만들고 꽃술은 사슴털에 송홧가루를 묻혀 만든 기화이다. 이 덕무의 시에 윤회매는 벌이 꽃을 채취하여 꿀울 만들고 , 꿀이 밀랍이 되었다가 다시 밀랍꽃이 피는 섭리가 불가의 윤회설이나 전생후생설 같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납매실의 영상과 윤회매는 홀로 지팡이를 짚고 눈길에 매화를 찾아 떠난다는 방랑시인 김시습의 탐매시를 배경으로 창작되었다.

김시습은 매화를 애정하여 아호를 매탕, 매월당으로 하였다.

마냥 하염없이 나 역시 눈 오는 길을 따라 매화꽃나무를 찾아 나설밖에...

납매실의 도구들도 다양했다.

그리고 특별 전시 중이던 전시장 역시 꼭 가볼 곳으로 추천해 본다.

모든 전시를 둘러보고,카페에서 창너머 가꿔진 담장 아래 정원을  바라보며,입장권인 5000원으로 손색없는 직접 만드신 생강청 에이드를, 마시며 판매중인 작품들과 책, 자료

를 살펴보았다. 카페 역시 정겨웠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하는 나의 시선이 머문 곳은 카페 앞마당을 가꾸시던 분, 그리고 그 정성의 결과물들 이었다.

모든 가을의 절정이 이곳에 함축되어 있었다.

아마도 10월 말에서 11월 초이면 이곳의 공작 단풍이 타오르리라.

제고 다시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발길을 돌렸던 9월 하순이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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