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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Oct 13. 2023

에밀리의 집밥

시어머니의 빈자리를 메꾼 음식은

5월 중순에 갈비뼈 3개에 금이 가입원 하셨던 시어머니께서 원인 모를 열과 염증으로 중환자실에서 생의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기시고 시아버님의 후배가 근무하시는 시립서남병원으로 옮기신 지도 3개월이 되어간다.

 기적임에 틀림없었다. 실인즉,


그렇게 입원 중이신 시어머니의 빈자리를 그대로 이번 한가위를 맞아야 했다.

모  물론, 매 해 명절엔 거의 나 홀로 준비하는 명절 음식들이었다.

단 한 가지 개성 출신이신 시어머니의 한가위 토란국만은 작년까지도 어머님께서 손수 끓이셨었다.

치매도 몇 해전부터 진행 중이셨었는데, 이번 병환으로 한 층 심각해진 시어머니께서 토란국을 찾으신다는 시아버님의 말씀이 자식들을 통해 내게 들려왔다.

사실, 사택으로 잠시 내려오기 전에 갈비와 토란국용 고기 손질과 토란은 다 다듬어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고 온 나였다.

아무튼, 왠지 이 번 토란국만큼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줄여보고 싶어서 내 나름대로 정성에 정성을 더 했었다.

세 해전부터 제사는 정리 됐었지만 사실 명절 음식운 어머님의 고집스러움에 어느 것 하나 제사 때와 다를 바 없이 준비하는 나였다.

그러고 보면  매 번 저녁 친척 가족상엔 따로 무언가를 꼭 만들어내야만 했다.

명절의 기름 진 음식을 뒤로하는 그런 맛으로 말이다.

아랫동서가 생기기 전 20여 년 넘게는 한가위에는 송편 만들기로  전날부터 당일 오전은 다 지나가곤 했었다.

시조모는 전 날 저녁 물에 담가둔 쌀을 밤에 몰래 더 부어 놓으시곤 했어서 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하다 보면 엄청난 양이 늘어나 있었다.

송편을 사기 시작 한 뒤론 사실 모든 일들은 일도 아니었었다.

작년에  두 명의 새 며늘아가들이 가족이 되었다.

난 나에게 다짐했었다.

절대 내 며늘아가들에겐 내 시댁의 명절음식 만들기는 손도 안 닿게 하겠다고 말이다.

남의 귀한 자녀들을 그런 일로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럴게 늘어난 가족들과 시댁 친척들까지의 명절음식을 만들 때는 오히려 수월히 지나간다.

단지 명절이 다가오기 전  마음이 더 피곤한 건 사실이다.

아무튼  , 모두가 어머니의  빈자리를 덜 느끼길 바라던 내 희망이 바닥을 보인 토란국 냄비로 어느 정도 이루어진 듯했던 한가위였다.

하지만, 정작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치매 노인 어머니만 토란국의 맛에 실망하셨다는 뒷이야기도 남겨본다.(도시락으로 토란국, 나물 세 가지, 육전, 동그란 땅을 챙겨 병원으로 )

그렇게 저녁 상차림 시간이 다가왔었고  , 난 미리 준비해 두었던 문어로 상을 차려냈다.


미리 만든 바질 페스토에 자숙문어를 버무려 , 샐러드야채는 유자청과 간장과 좋은 올리브오일로 밑간을 해서 접시에 깔고 문어를 올렸다.

매운걸 못 드시는 시아버지와 아이들에겐 들기름과 소금에 버무린 문어로 한 접시,

그리고 칼칼한 양념장에 야채와 휘리릭 볶은 문어는 오색 소면을 삶어

내어 곁들였다.

아 참 6월에 담가 두었던 황매실위스키는 멋진 향을 선사해 주었고 시고모부께서 암플란트로 드시질 못해서 남은 병 채 가져가셨다.


며칠간 준비로 몸은 힘들었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후련했던 한가위의 에밀리의 밥상이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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