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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Nov 18. 2023

외가의 추억

십 년 만의 해후

그녀를 처음 만난 건 거 슬러거슬러 아마도 2011년 봄쯤이었으리라.

오십을 바라보던 나이에 미시간이라는 지구의반대편으로의 이사사 결정됐었고, 난 또 그렇게  모든 짐을 정리하고 (피아노는 물론 댜학원 졸업논문까지 일단 나의 모든 짐부터 정리했었다) 몇십 개의 박스만으로 나와 막내, 그리고 옆지기 3인의 짐을 해외이삿짐으로 배에 실어 보냈었다.

마침 대학 1학년이던 장남만 홀로 서울에 남겨둔 채  

그렇게 낯선 곳에서의 생활엔 (우연이었지만 ) 그곳에 살고 았던 벗인 그녀 (나에겐 중학교 동창 옆지기에겐 국민학교 동창이었던 )의 100% 도움으로 우리가 살 곳 그리고 다닐 교회까지도 정해졌었다.

그렇게 해외에서 처음으로 한인 교회를 나가게 되었었고  자연스레 여선교회에 가입을 권유받았었다.

그렇게 처음 참석했던 여선교회 모임에서 유독 내 눈에 들어온 그녀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미시간 노바이에 살던 3년 동안은 그냥 그렇게 단체로의 모임 시간에서 눈인사만  나눈 정도였었다.


그렇게 3년이 흘러가고 있었던 어느 날, 생각보다 빨라지게 된 2013년 봄으로 기억된다.

정확한 상황은 기억에 없다  실인즉  ,

아마도 우리의 귀국이 빨라졌다는 소식을 교회에 , 여선교회에 전하던 즈음이었다는 희미한 기억.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렇게 우리 둘은 지난 3년 간의 우라의 공백을 부랴부랴 메꾸기 시작했었다는 사실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즈음 상영하던 레미제라블 영화를 둘이 보러 갔었고, 밀린 브런치 데이트를 하러 다녔고, 급기야 달걀 두 판을 사서 들고 와 나의 센다이 시절의 스토리텔링이 담긴 나카지마상과의 이야길 해가며 일본식 달걀말이를 오후 내내 배우던 그녀의 열정만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급기야 부부가 같이 식사자리도 마련해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아쉬운 작별을 준비했었다.

이삿짐을 부치고 공항에 가던 길에도 그녀의 배웅이  기억난다. 아무 말도 없이 격하게 포옹하며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이별한 것이 정확히 2010년 6월 중순이었다.


그렇게 헤어진  우리는  그녀의 생일 달인 4월이면 어김없이 카톡으로 안부를 나눴었고 , 언젠가의 우리의 해후를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로부터 반가운 톡이 도착한 건  추석이 지난 어느 가을날이었고, 몇십 년 만에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님의 보호자로서 한국엘 온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정말 꿈만 같은 반기운소식이었었다.


그녀가  도착한 다음날  그녀가 체류 중인 사촌언니네 근처인 광교로 내 서울집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달려갔었던 날이 10월 25일 오후였다.

정확히 십 년 하고 4개월 만의 해후였다.

남들이 뭐라든 우리의 눈엔 헤어지던 10년 던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기쁨과 감사가 교차했었다.

그렇게 잠시의 밀린 이야길 나누고 헤어지던 날을 아마도 잊을 수 없지 싶다.

그녀의 일정, 나의 일정의 교차점을  다시 맞추어 그녀를 만나러 가던 11월의 어느 화요일은  앞으로의 나의 가을 추억에 또 다른 매듭으로 남아줄 것이다.


그녀와 가장 먼저 걸어 본 곳은  창덕궁의 낙선재였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길목, 오후 3시경의 한적한 그곳에서 역사를 논하고, 감나무에 달려있던 감들과 하늘과 창덕궁의 건축물 속에서 우린 우리의 10년 동안의 그리움을 물들였었다.

내가 애정하는장소에 그녀와 동행이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이었다

정갈한 반찬과 된장찌개로 먼 길리 달려온 허기를 같이 나누고

귱간사랑의 자리이던 곳에서의 나의 대학시절의 추억도 나누며  이야길 나누었다

그녀가 찍어준 소중한사진

기차시간 때문에 마저 동행하지 못한 야경을 그녀 혼자  용감히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내왔다는


그녀는 이제 곳  다시 출국한다.

앞으로 또 언제 만나질지 모르는 우리이지만, 늦가을의 깊음을 같이 먹고, 보고, 나누었던 소중한 시간들은  아마도 십 년 뒤  웃으며 추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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