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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의 추억

천마리의학이아닌 별을 보며

by emily

고운 손으로 접어주셨던 천마리의 학을 못내 아쉬워 이사 때마다 들고 다니고 있다.

어쩌다 보니 미국서 귀국한 지 10년 사이에 이사를 수지, 다시 서초로, 다시 사택인 용원으로 세 번을 다녔다. 해를 경계선으로 서초에서 7개월 뒤 용원으로 이사는 일 년에 두 번 이사를 한 꼴이었던 두 해 전이다.

두 자녀의 혼인예배를 마치고 나니 무언가 홀가분한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 가족이 늘어난 만큼 두 배로 기도 제목도 늘어났지만 말이다.

올봄을 지내며 옆지기의 회사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그래서 내려진 결론이 이제 다시 서울 쪽으로의 복귀와 슬슬 노후준비를 하자는 의견으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서울의 집을 과감히 매매하기로 정하고, 그 수순대로 이른 여름부터 진행된 일들이 한 여름의 매매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살 곳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살아본 수지로 다시 가기로 하고 새 보금자리를 찾았었다.

순조롭게 진행된 모든 일정이 가을즈음에 결정이 되었고 , 난 다시 짐정리를 하고 있다.

인수인계가 12월 말, 부분수리뒤 이사가 1월 중순으로 이제 12월에 들어서고 보니 맘도 어수선해졌다.

그렇게 사택에서의 곧 두 해라는 온전한 부부의 생활이 끝나간다.

아침에 서랍장위를 살피다 발견했다.

이 글의 주제를 이제야 적어본다.

이 고운 종이학이 아닌 종이별은 나에겐 이모뻘 되시는 나의 모 교회인 신촌의 창천감리교회에서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거 슬러거슬러 1980년대의 인연인 거다.

교회에서의 두 분과의 인연은 공교롭게도 내가 시집간 옆지기의 첫 근무지였던 포항제철 광양연구소 제철단지 안의 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두 분이 내려오셨던 1994년으로 이어진다.

또한 나의 대학 후배인 미녀.. 양의 부모님이시기도 한 깊은 인연이다.

둘 때를 낳고 정신없던 94년 그 해, 두 분은 내겐 또 다른 부모님 같으셨던 분들이다.

같이 백운계곡에서 그 댁의 두 자녀 부부와 우리 네 명의 가족과의 여름휴가도 기억나고 , 무엇보다 두 분과 중마동의 광양감리교회를 같이 섬겼던 소중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유리가 일본 센다이로 유학을 떠나던 95년엔 우리를 배웅해 주셨던 두 분과 교회 식구들의 모습이 지금도 내 눈에 선하다.

그렇게 헤어진 힌 참 뒤에야 반가운 해후가 이어졌고, 그때 고운 후배의 어머님께서 수줍게 내미셨던 선물 속에 같이 있던 것이 이 종이별이다.

주셨던 스카프보다도 내게 더 소중한 이 종이별을 어찌해야 할까

어머님은 이제 연로하셔서 댁 앞으로 내가 가야 뵐 수 있을 상황인지라 새해에 이사 뒤로 따뜻한 봄날 찾아뵈야겠다 싶다.

아, 그때 이 종이별을 들고 가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이 글을 쓰는 지금에야 떠올랐다.

고이 이삿짐에 넣어가야겠다.


어딘가에 있을 광양에서의 우리의 추억의 사진들도 이사뒤 천천히 찾아봐야겠다 싶다.

용원과의 이별을 준비했는데 사실은 옆지기는 회사에 더 남게 되었다.

그러니까 또 부분이사가 되어버렸다.


수지에서 시아버지를 챙기류 신분당선으로 강남으로,

다시 이곳 용원으로 옆지기의 식사를 한 달에 두 주 정도는 챙기러 오가야 하는 장거리가 이어지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중심으로 갈 수 있는 곳들이 가득하니 , 또한 정겨운 교회에도 참석해야 하니 몸은 하나이지만 새해도 휙휙 지나갈 듯하다.

참 거기에 첫 손주가 새해에 우리에게 온다는 선물소식도 전해졌던 이 가을이 겨울이 되었다.


어머님께서 곱게 좁어 주셨던 이종이 별을 다시 간직하고 올라가며 건강하게 임산부와 새 아가를 맞을 준비도 해봐야 한다.


이젠 새로운 일이나 내가 하던 일들을 다시 하기엔 건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편찮으신 시모의 마지막 거취가 요양병원으로 저해 졌고, 시부의 머리 염색도 내가 해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24년부터는 우선순위가 바뀔지도 모르지만 , 어머님께서 이 작은 별을 접으셨듯이 나 역시 기도하며 종이별을 접는 마음으로 하나 하나 풀어가면 될일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두 분의음성이라도 들어야겠다.반갑게 전화를 올릴 시간이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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