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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Feb 26. 2024

에밀리의 집밥

24년 그 첫 가족모임은 코스메뉴였다

길고 긴 사택과 시댁에서의 짐을 모두 옮기고, 이사를 마친 것이 1월 하고 17일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사 갈 새 보금자리의 인수인계부터 시작해서 부분수리, 시부댁서 시부 챙기기와 남녘의 사택의 부분 이삿짐 분리등, 시모의 병원문병, 시부의 생신 등정신 없이 장거리를 오가며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했다.

수없이 차려 낸 시부의 식사와 옆지기의 식사, 그리고 이사 뒤의 구정음식 모두 나 홀로의 몫이다.

그 와중에 새로 10년을 바라보이사한 새 집에서 두 자녀의 가족들과 오롯이 우리의 모임을 계획했고 , 그것이 돌아오는 옆지기의 생일상이었다

명절 음식재료와 더불어 내 머릿속엔 올곧이 가족들의 식탁을 상상하며 계획하고 있었다.

음식 만들기를 즐교하는 큰 며늘아가를 위해소 최선의 음식이 무엇일까?

차분한 둘째 며늘 아가에겐 무엇이 좋을까?

물론 주인공인 생일을 맞는 옆지기와 두 아들들의 입맛도  충분히 고려하며 이것저것 오랜만에 떠올려보았었다.


예를 들면 음식을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차남은 양파수프를 배워보길 원했고, 명한대파 파스타가 최애였고, 장남은 반대로 토마토 미트소스 파스타를 좋아한다.

옆지기는 갈비찜류보 다는 생선을 선호한다 등등등


또 메뉴들을  나열하다 보니 하나의 통일성도 필요했었다.


몇 가지의 메뉴들을 꼼꼼히 체크하며 개연성을 찾다 내린 결론의 메뉴들이 서서히 윤곽이 드러났고 그에 맞춰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은 내게 오랜만의 힐링 타임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자녀의 혼인뒤 내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했었다.

얼대 절음식으로 두 며늘아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로 한 규칙도 포함해서 말이다.


먼저 주인공인 옆지기를 위해서는 시메사바와 바지락성게 미역국을,

얼마 전 차완무시를 궁금해하던 큰 아가에겐 차완무시를,

스트레칭을 좋아하는 둘째 며늘아가에겐 자몽과 엔다이브로 상큼한 샐러드를,

그리고, 돼지고기 일본식 조림은 두 아들들을 위해 ,

그리고 그날의 메인이 된 재료는 참돔이었다.

정월보름날이기에 보름나물은 덤으로 하고, 며칠 전 들린 후배를 위한 일본식 타키고항도 좀 남겨두었었다.


겨울 생강이 맛있는 때라 디저트로는 생강셔벗에 유자와 라임을 더해 상큼하게로

모든 세팅을 마쳤다.


양파수프는 밀키트로 만들어 두 가정으로  챙겨가게 하려고 준비하고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파스타는 연계성에 밀려 결국 다음기회로 던져 놓았다.

 미역국과 양파수프의 동떨어짐과 보름나물과 파스타의 어긋남에 좀 아쉬웠지만 말이다.


다시 살피던 중에 잡곡을 싫어하는 큰아들내외덕에 흰밥으로,

생선구이와 시메사바의 맛을 살리려  바지락만으로 미역국에 성게는 빼어 버렸다.


게 완성하고 보니 결국 코스요리로 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서빙을 하다 보니 세팅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기보다는 가족들이 우선이었다는....


어느새 추억이 돼버린 지난 토요일의 식탁을 옮겨놓아 보련다  이곳에....


재주무로 섞박지는 미리 담가두고

생강과 유자와 라임으로 미 얼려둔 디져트

코스메뉴 메모도!

가족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세팅하고

쿤며늘아가에게 줄 그릇들로 차완무시를

(센다이서 귀국하던 2000년 그곳의 벗들이 사줬던 그릇은 미국이사 시절 정리했었는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는)

오랫만의 시메사바 만들기도
혹시나 싶어 임산부인 큰아가를 위해 토치로 몇 조각은 익혀두고

상큼한 자몽과 앤다이브는 질 좋은 올리브오일과 치즈가루로

참돔의 머리는 전 날 옆지기와 무 가득 넣고 도미머리 저림을 해먹어치우곤 (사진도 없지만)

라임과 레몬소금과 후추와 로즈메리. 화이트와인으로

곁들였던 가지석류 소스도 맛났지만 생건 자체에 베인 라임. 레몬. 로즈메리 향에 취했던 부드러운 식감의 메인요리가 돼주었다

조금 모자란듯한 양에 남은 한 마리 중 반만 버터구이로 바삭  직화로 구워 곁들였다

전날 준비해 둔 일본식 생강 가득 돼지고기 조림은 세팅은 찍지도 못하고. 대파채 가득 얹고 연겨자 올려

일본식 타키고미고항은 솥밥으로 당근닭고기 우엉 버섯 향 가득하게로

성게는 재외하고 넉넉히 바지락살 가득 넣어 생일 미역국으로

앗  보름나물 사진도 어디로 갔나?

마지막 코스인 생강셔벳은 둘째 며늘아사의 탄성을 자아냈다는!

막내네가 사 온 맛 좋은 수제 생일케이크와 향 좋은 커피로 마무리

유치하지만 한달동안 현관문에 부챠놓을 예정이다 (이 팁은 이시 나가던  50대 부부의 현관에 붙어있어서 알게된)
셀카로 찍다보니 .....

다들 도란도란....

아 참 큰 아가의 뱃속에서 꿈틀 거리는 6개월 차예명이 열방이인 첫 손주까지 이제는 일 겁 식구의 모임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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