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브런치 무비패스 #4
영화 <서치>는 ‘잃어버린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할리우드의 흔한 서사를 따르는 영화였지만, 보기 드물게 신선하고 밀도 있는 작품이다. 영화관에서 본 것 중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주인공에 몰입하여 딸을 꼭 찾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던 영화다. 그러나 스토리라인이나 연출력과 같은 내적인 탄탄함만을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가 가진 잠재력을 평가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치>는 어떤 의미에서 동시대 할리우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치>가 독보적인 첫 번째 포인트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모니터 화면으로만 영화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시사회에 가기 전까지도 대체 어떤 식으로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고나니 치밀한 연출에 더욱 감탄하게 되었다. 노트북 속 프로그램(사진 앨범, 캘린더, 메일함)을 통해 한 가정의 아이가 유년기를 거쳐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충분히 보여줄 뿐 아니라, 딸을 찾는 과정 역시 영상통화, 페이스북과 같은 SNS 페이지, 개인 방송 채널, CCTV 등의 매체를 활용하여 모니터 화면만으로도 서스펜스를 이끌어내기에 전혀 손색 없이 진행된다. 그만큼 우리 삶에 카메라와 메신저가 이미 촘촘히 녹아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정도였다. 이제 영화는 더 이상 카메라로 인물을 직접 담지 않아도 관객에게 서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모니터 화면을 영화 속 장면으로 부분 부분 삽입한 시도는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영화 전체를 용감하게 스크린만으로 구성한 것은 이 영화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처음이라고 한다. 실제로 감독은 메신저에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커서가 깜박이는 것을 클로즈업하는 것만으로도 그 화면을 보고 있을 인물의 감정에 관객이 충분히 이입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 걸맞게, 영화도 새로운 방식을 채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서치>가 앞으로의 영화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이 영화를 위해 상영관을 찾은 또 다른 이유는 <서치>가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아시아계, 특히 한국계 배우들을 대거 주인공으로 섭외한 케이스라는 것이다. 절실하게 딸을 찾는 아버지 데이빗 킴을 연기한 존 조는 이미 할리우드에서 입지가 있는 배우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도 화제가 될 정도의 영화에 주연으로 섭외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 파멜라 킴을 연기한 사라 손, 딸 마고를 연기한 미셸 라, 삼촌을 연기한 조셉 리 모두가 한국계 배우로 구성되었다.
감독이 직접 겪은 일을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묘사하기 위해서 였다고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언제나 주변 인물이거나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 아시안계 배우들을 주연으로 섭외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래서 이미 선댄스 영화제 수상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이 영화가 앞으로 더욱 주목받고 오래 회자되는 작품으로 남기를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어벤져스>의 폼 클레멘티에프, <오션스8>의 아콰피나, 그리고 최근 해외에서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같이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들에 이어 <서치> 또한 아시아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크린 장악력을 엿볼 수 있는 탄탄한 선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