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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Sep 20. 2019

우아하지만 날카로운, 경계

Barthélémy Toguo (바르텔레미 토구오)

Barthélémy Toguo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필수적이고 간단한 사실은 그가 카메룬 출신의 예술가라는 것이다. 카메룬에서 태어나 코트디부아르와 프랑스, 독일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프랑스와 카메룬을 오가며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 ‘경계’의 문제는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것일 수 밖에 없다. 

Barthélémy Toguo, Urban Requiem, 2015  Installation view: 56th Venice Biennale, Venice, Italy, 2015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Urban Requiem≫은 그가 예술가로서 가진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작업 중 하나인데, 카메룬산 나무로 만든 조각 아랫면에 저항적인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을 새겨 스탬프처럼 종이에 찍어낸 작업이다. 여권에 입국허가 도장을 찍는 행위를 연상시키는 형태와 더불어, 새겨진 문구는 비단 아프리카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티베트의 영토 분쟁과 난민 문제를 포괄한다. 이는 그가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인종적, 지역적 특수성에서 시작한 고민을 전 지구적인 문제로 확장시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로서의 노선을 확립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를 이끄는 것은 꾸준히 진화하는 미(美)에 대한 감각뿐 아니라 내 작업을 구성하는 윤리 의식이다”라고 말하는 Barthélémy Toguo의 작업은 시장보다는 비엔날레 전시에 더 잘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그가 국제 미술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은 데에는 평면 작업의 공이 크다. 

Barthélémy Toguo, The Canopy Man, 2018 Ink on canvas 78.75 x 78.75 inches (200 x 200 cm)

설치나 퍼포먼스 작업에 비해 경계와 추방, 난민 등과 같은 주제를 보다 은유적으로 표출하는 그의 단일 컬러 수채화 작품은 그 형태를 알아보기 이전에 우아한 패턴의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매혹한다.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신체부위에서 뻗어나온 선들이 식물과 동물로 연결되며 새로운 형태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경계를 오가는 인간들의 정체성의 혼란을 나타내면서도 동시에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Barthélémy Toguo, Homo Planta F, 2018 Ink on canvas 18.1 x 24 inches (46 x 61 cm)

물의 농도를 조절하여 번지는 듯한 테크닉은 수채화라는 재료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모호하면서도 분명히 드러나는 위기감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따라서 그가 말한 ‘윤리 의식’이 그의 작품을 추동하는 뿌리와 같다면, ‘미에 대한 감각’은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윤활제와 같다. Barthélémy Toguo의 수채화 작품은 여러 의미들이 중첩된 깊이감을 가지면서 미적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다.


Barthélémy Toguo, Head above Water - Mexique, 2008 Postcards 51.2 x 81.9 inches (130 x 208 cm)

200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Head above water≫ 프로젝트는 아우슈비츠, 히로시마, 코소보 등 세계 각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전쟁과 삶, 희망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엽서를 보내달라고 부탁하여 모은 시리즈로,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예술가다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는 그가 일관된 주제의식을 진화, 확장시키면서 꾸준히 새로운 방식을 개척해나가는 진행형, 진화형 아티스트임을 반증한다.


글/ Emily Chae


Barthélémy Toguo의 홈페이지(www.barthelemytoguo.com)와 아트시(www.artsy.net), 르롱 갤러리(http://www.galerielelong.com)에 소개된 그의 자료와 2015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유튜브 인터뷰 영상 자료(www.youtube.com/watch?v=75D6NOgo7Zs)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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