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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Sep 20. 2019

당신만을 위한 것은 아닌

Neïl Beloufa (닐 벨루파)

Neïl Beloufa의 작업은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도 굉장히 다채롭다. 영화 감독이자, 설치미술가, 조각가이기도 한 그는 관객이 암실 속 화이트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을 편안히 감상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울퉁불퉁하게 조각된 폴리에스티렌 위에 영상을 투사하기도 하고(ICA 런던, 2014), 이미지들이 부착된 로봇들이 전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까지 한다(팔레 드 도쿄, 2018). 


https://youtu.be/Spx7QrrQpvY

Neïl Beloufa au Palais de Tokyo en 100 secondes chrono ("Beaux Arts Magazine" Channel)


프랑스-알제리인인 Neïl Beloufa는 파리와 뉴욕, LA 등을 오가며 작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작업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것이 거의 없다. 언뜻 정치적으로 보이는 작업들이 있으나 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사린다. 현대 사회의 SNS 등으로 공유되는 이미지들과 같이 자신의 이미지들도 민주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라고,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자신의 작업을 관객이 객관적이고 ‘불편한’ 눈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Neïl Beloufa in La Biennale di Venezia 2019, curated by Ralph Rugoff.


하나의 예로 쉬른 미술관(Schirn Kunsthalle Frankfurt) 개인전과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Global Agreement≫(2018-2019)는 전 세계의 젊은 군인들과 작가가 스카이프로 통화하는 영상을 설치한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정부의 프로파간다에 등장하는 군인의 이미지가 아닌, 군인 자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을 관객은 운동기구와 같은 의자에 앉아 꽤 불편한 자세로 관람해야 한다. 그리고 이 관람객들이 설치된 작품에 앉아 영상을 관람하는 모습은 진풍경을 이루어 또 하나의 관람 대상이 된다. 


Neïl Beloufa, "Untitled", 2017. Steel, foam, pigment, hardware.  Ghebaly Gallery, Los Angeles.


이처럼 이미지의 권위나 상하관계를 지우고자 하는 노력은 영상 작업에서뿐만 아니라 설치와 조각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그가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들은 모두 흔한 재료들이다. 철, 나무, 스티로폼, 심지어는 콘센트나 담배꽁초까지. 그렇다고 그가 개념미술가들처럼 평범한 오브제에 어떠한 아이디어를 부여하여 작가의 독창성을 드러내려 한 것 또한 아니다. 

Neïl Beloufa, "Vintage Series: Watering Cans", 2014. Steel, mdf, electric hardware, electric switches, sockets.  Ghebaly Gallery, Los Angeles.


그의 작품을 소개한 갤러리 François Ghebaly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쓸데없이 자리는 많이 차지하는데 독창성은 거의 없는’ 것이며 ‘당신만을 위한 것’ 또한 아닌, 그래도 ‘어찌됐건 우리는 상관 없는’ 그런 작품인 것이다. 작품을 판매하는 상업 갤러리가 할 법한 발언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작품들을 어떤 구속에서 해방시켜, 오히려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이 Neïl Beloufa가 ‘잘 팔리는 예술’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국제 미술계와 시장에서 주목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글/ Emily Chae


François Ghebaly 갤러리(http://ghebaly.com)에 소개된 CV, Press 자료와 Youtube ‘Neïl Beloufa’ 관련 영상, 특히 “Artes Mundi 7: Neïl Beloufa”(British Council Arts)와 “In Conversation: Artist and Collector”(Crane.tv) 등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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