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f Nowotny (롤프 노보트뉘)
조각과 장소특정적인 설치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 덴마크 작가 Rolf Nowotny는 최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 (2019.9.18-11.17) 전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였다. 산업용 펠트로 보일 듯 말 듯 음영감으로만 구분할 수 있는 꽃들 사이로 직접 주석으로 제작한 벌레들과 할머니의 집 안의 모습이 이질적으로 병치되어 있는 평면 작품과, 틀만 남아있는 침대, 그리고 선사시대에 살았던 동물인 쥐며느리를 확대하여 메탈로 제작한 조각 작품까지 그의 작업은 기획전의 주제와도 같이 오래되었지만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덴마크에서 태어나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공부한 이 아티스트의 작업에서 북유럽과의 연관성을 감지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뭇가지나 말린 꽃, 가시 등 (특히 덴마크에서 가져온)자연물을 작업에 자주 사용하면서 하얀 설원과 같은 북유럽의 자연 풍경을 연상케 하는 몇몇 전시 설치를 보여준 것이 그렇다. 또 최근 로마의 박물관에서 열린 장소 특정적 작업에서도 역시 ‘덴마크에서 가져온’ 나뭇가지들을 곳곳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2015년에는 자신의 부모님 집에서 설치, 조각 작업을 전시했던 것 등 그에게 ‘홈그라운드’는 그의 작업 정체성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OafSalat>, Bed frame, Glass fiber, epoxy, copper wire, twigs, dried flowers and nestles brought from Denmark, 2018
이러한 그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시간성’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북유럽 신화를 연상케 하는 아주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인류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의 개념이 꾸준히 등장한다. 과거와 미래라는 상이한 시간대가 충돌하면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아이러니함은 그의 작업에서 시각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뚜렷이 나타난다. 선사시대 쥐며느리를 메탈이라는 소재로 확대 제작한 작품은 그러한 경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펠트 작업에서도 가장 자연적이고 심플한 꽃이라는 대상을 역설적으로 산업용 펠트, 알루미늄, 접착제와 같은 인공적인 소재로 표현해내면서 물질적인 충돌을 통해 어긋난 시간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Rolf Nowotny의 작업은 매우 세심하게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그의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예를 들어 아주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어 전시장 곳곳에 숨어 있는 조각들이라던가, 뭉개진 얼굴 형상의 조각을 쓰레기통에 붙여둔 작업(《Sur Pollen》 Tranen Contemporary Art Center, 2015)에서도 각각의 얼굴마다 개성과 그에 맞는 이야기가 담겨 있던 점 등이 그렇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는 겉보기와는 달리 서사적인 특징이 강하게 스며있다. 그 앞에 멈춰서서 작품의 소재와 형상, 그것을 둘러싼 환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이는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글/ Emily Chae
Rolf Nowotny의 공식 홈페이지(https://www.rolfnowotny.com/), 그의 전속 갤러리인 Christian Andersen Gallery(https://christianandersen.net/Artists/Rolf-Nowotny), 그리고 아트선재센터의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 (2019.9.18-11.17) 전시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진 출처는 본인이 찍은 아트선재센터 전시 사진 외에 모두 Rolf Nowotny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