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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Dec 04. 2019

"Almost Human"

Thomas Houseago (토마스 하우저고)

2020.2.4 수정 및 보완

Baby, 2009-2010. Tuf-Cal, hemp, iron rebar, wood, graphite, charcoal.


<Baby>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도발적인 자세와 기괴한 형체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아프리카 민속 가면을 연상시키는 투박한 얼굴과 반으로 나뉘어 한 쪽은 3차원의 입체로, 다른 한 쪽은 평면 위에 흑연으로 그린 것으로 표현된 몸체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존재인가.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들고, 석고, 철근, 목재, 흑연 등 다양한 매체가 혼합된 이 인간인 듯 아닌 듯한 형체는 어느 날 전시장, 혹은 야외 공원에 뚝 떨어져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Striding Figure (Aluminium Ⅰ), 2012. aluminium.


 Thomas Houseago는 영국 북부의 Leeds라는 지역에서 태어나 런던의 세인트 마틴 아트 스쿨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예술 레지던시 겸 교육기관인 더 아틀리에에서 공부했다. 이후 벨기에에서 잠시 지내며 브뤼셀의 자비에 후프켄스 갤러리와 인연을 맺었고, 현재는 미국 LA에 거주하며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며 가고시안 갤러리와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 소속되어 있다. 그가 유럽에서 미국까지 여러 지역을 거친 만큼, 피카소, 스타워즈(Star Wars), 윌리엄 블레이크, 헨리 무어 등 그가 흡수한 레퍼런스 역시 다양하다. 


L'Homme Pressé, 2010-2011. bronze on steel. Installation View,  Palazzo Grassi, Venice, Italy, 2011.


 그는 주로 모뉴멘털한(monumental, 기념비적인; 실물보다 큰) 사이즈의 조각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추상 조각도 있으나 대부분의 작업은 인간의 신체, 특히 해골(두상)을 주요 소재로 한다. 그러나 모뉴멘털한 사이즈로, 그리고 왜곡된 비율로 제작된 신체 조각은 인간의 형상을 넘어선 추상적이고 압도적인 형태로 변한다.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입체를 넘나들며, 석고, 삼베, 철근, 흑연 등 여러 재료들이 거칠게 혼합된 형태는 그저 육중한 물질 덩어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Striding Figure Ⅱ (Ghost), 2012. bronze.

 그러나 그의 조각에 자꾸 마음이 쓰이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틈’ 때문이다. 그의 조각에서는 늘 틈이 보인다. 거칠게 발라놓은 석고 사이로 생긴 구멍이나 인물의 가슴이나 손 부위에 느닷없이 삽입된 앙상한 철근 같은 것들. 그것이 이 투박한 덩어리에 숨결을 불어넣고 존재의 나약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작품은 스튜디오에 있을 때보다 공원이나 광장 같은 공공 공간에 놓여질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단상 위에 올라 사람들을 내려다보거나 심지어는 그 사이로 들어가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몇몇 조각들은 자연히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낸다. Thomas Houseago의 조각은 자연이나 인간 사이로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이질적이지만 이내 사람들의 숨결 사이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Houseago는 대형 조각 작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조각은 늘 '재앙의 가장자리(edge of catastrophe)'에 있다며 회화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술 시장에서 특히나 소외되는 대형 조각 작가로서 항상 투쟁하고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드로잉을 잘 하지 못하는 'bad artist'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자신의 조각이 '내면의 악마를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예술을 사용한 것(use art to sublimate my demons)'이며 그래서 '굉장히 감정적(highly emotional)'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쏟아내는 수단은 거의 언제나 조각이었고 따라서 그에게 조각이 지니는 의미는 특별하다. 육중함과 야만성, 그리고 유약함을 넘나드는 Houseago의 대형 조각은 작가 그 자체다.


(좌) Fractured Demon Ⅱ (Rainbow), 2017 (우) White Demon Ⅱ (Large), 2017


 하지만 그가 주로 두상(해골)을 소재로 그리고 있는 평면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6년 가고시안 홍콩 갤러리에서 선보인 사이키델릭한 회화 작업들은 그의 조각이 그렇듯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는 회화에서도 파스텔, 유화, 크레용 등 다양한 재료를 한꺼번에 사용하면서 두상이라는 고전적인 테마를 화려한 색채의 변주와 거친 선들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그의 두상 회화 역시, 서양의 고전적 전통에서부터 아프리카 민속 조각, 근대 입체주의, 그리고 공상과학 TV시리즈에 이르는 Houseago의 광범위한 관심사를 반영한다.


캔버스 속 형상은 인간의 얼굴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올해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제목을 빌리자면, “거의 인간(Almost Human)”인 것들이 지금도 그의 캔버스 위를, 작업실과 전시장을, 그리고 공원과 광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글/ Emily Chae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 갤러리, 자비에 후프켄스(Xavier Hufkens Gallery)에 소개된 그의 자료와 CV 등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2019.6.18에 아트넷뉴스(artnet news)에 실린 작가의 인터뷰를 참고, 인용하였습니다. 표지와 본문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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