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째주
원문 기사:
How Christo and Jeanne-Claude Managed to Pull Off 6 of Their Most Astonishing Art Projects, From ‘The Gates’ to ‘Valley Curtain’ by Sarah Cascone, artnet News, June 1, 2020
https://news.artnet.com/art-world/revisiting-christo-jeanne-claudes-projects-1875495
듀오 아티스트 크리스토와 잔-클로드(Christo and Jeanne-Claude) 부부는 예술사상 가장 인상적이고 기록적인 설치 작품을 만들어냈지만, 스케일과 복잡성 사이에서 힘든 줄다리기를 해야할 때도 있었다.
“사실 그 작품들은 아주 단순한 프로젝트였지만, 아주 영리하게 만들어야 했죠.” 크리스토는 아트넷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난 5월 31일,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하여, 이 부부의 가장 사랑 받는 여섯 작품들을 다시 방문하고, 그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하여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되짚어본다.
설치 장소: 센트럴 파크
설치 기간: 2005년 2월 12-28일
설치 작품: 600명의 인부들이 센트럴 파크의 보행로 23마일에 걸쳐 7,503개의 게이트를 설치했다. 각각의 게이트는 12피트의 간격을 두고 세워졌으며, 바닥에서 7피트 떨어진 위치에 사프란 색깔의 거대한 천이 걸렸다. 천들은 바람에 날리며 황량한 겨울 공원에 금빛 물결을 만들어 내었다.
실현하는 데 걸린 기간: 26년
가장 큰 어려움: <더 게이츠>는 센트럴 파크에 4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대성공을 이루었다. 하지만 1970년대 말에 부부가 처음으로 작품을 구상하였을 때만 해도 뉴욕은 범죄로 얼룩진 도시였고, 공원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처음에 공원 관리 부서는 이 부부의 작품 허가 요청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더 게이츠>가 환경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을 의식한 오듀본 소사이어티(Audubon Society, 야생동물보호협회)와 같은 지역 단체의 반발 때문이었다.
가장 기발한 전략: 부부는 반대에 굴하지 않고 강력한 동맹군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를 택했다. 결국 나타난 인물은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시장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지해주었다. 크리스토는 심지어 1981년에 공원 관리 부서의 107쪽짜리 허가 거부 보고서를 읽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뉴욕타임즈에 “나는 아주 건강하고, 공원은 아직 저기 있으니, 난 이 프로젝트를 해낼 것이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설치 장소: 태평양의 해안가와 101 고속도로를 따라
설치 기간: 1976년 9월 10-24일
설치 작품: 나일론 천으로 된 18피트 높이의 물결치는 커튼을 세웠는데, 총 면적이 200만 제곱 피트에 달했다. 2,050개의 철대 사이로 쇠줄을 연결하여 캘리포니아 해얀가 북부 만의 24.5마일에 이르는 길을 따라 설치했다.
실현하는 데 걸린 기간: 3년 반
가장 큰 어려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는 이 작품 설치를 승인 받기 위해 18회의 공청회와 세 번의 캘리포니아 상급 법원 회의를 거쳐야 했다. 또 이 작품이 지나가는 땅을 소유한 59명의 지주들과 각각 만나 그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다섯 달에 걸친 설치 기간 동안 예술대학 학생부터 ‘헬스 엔젤스(Hell’s Angels, 바이크족)’까지 동원했다.
가장 기발한 전략: 이 작품이 보데가 만의 바다로 들어가는 부분 때문에 캘리포니아 해안보존의회가 프로젝트의 마지막 승인 허가 요청을 거부했지만,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는 꿈쩍도 않고 그냥 작품을 설치해버렸다.
설치 장소: 그랜드 호그백 산맥의 그랜드 정크션과 글렌우드 스프링 사이
설치 기간: 1972년 8월 10-11일
설치 작품: 25만 제곱 피트의 주황색 나일론 폴리아미드 천을 1,250피트 너비의 라이플 갭(Rifle Gap) 사이에 세웠다. 천은 최대 300피트 높이에 달했다.
실현하는 데 걸린 기간: 2년 넘게
가장 큰 어려움: 콜로라도 고속도로 관계자들이 <계곡 커튼>의 첫 단계부터 협조했지만, 이 작품은 두 번의 설치 시도 끝에 겨우 실현될 수 있었다. 첫번째 시도는 1971년 10월 9일에 이루어졌는데, 인부들이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엄청난 광풍때문에 거대한 커튼을 떨어뜨려버려서 실패했다. 바위에 긁혀 천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프로젝트는 이듬해 여름까지 미뤄졌다. 35명의 건설자들, 64명의 예술대 학생들과 그 밖의 조력자들로 구성된 팀은 바람에 마구 요동치는 천을 고정시키고 체인으로 감긴 천을 겨우 펼쳐냈다. 하지만 시속 60마일로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이 설치 작품은 28시간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가장 기발한 전략: 커튼을 고정시키기 위해 부부는 864톤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계곡의 양쪽에 설치했고, 4개의 61톤짜리 케이블을 계곡 사이로 가로질러 설치했다. 고무막을 통해 커튼을 운반하고 이를 천 안에 삽입된 두 번째 고무막으로 보호했다.
설치 장소: 마이애미 비스케인 만
설치 기간: 1983년 5월 7-18일
설치 작품: 비스케인 만의 11개의 섬 주변 바다를 650만 제곱 피트의 분홍색 폴리프로필렌 천을 띄워 덮었다. 거대한 분홍빛 수련잎과 같은 효과를 주었다.
실현하는 데 걸린 기간: 2년 반
가장 큰 어려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가 관심을 가지기 전에 이 섬들은 주로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서 부부는 설치에 앞서 냉장고 문짝에서 매트리스까지 40톤에 이르는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이 복잡한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건설업자와 변호사뿐만 아니라 해양 기술자, 해양 생물학자, 조류학자, 포유류 전문가까지 동원했다. 또 미국 육군공병의 허가까지 받아야 했으며 야생동물 구조원 잭 카세비츠 주니어(Jack Kassewitz, Jr)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가장 기발한 전략: 작은 섬들 각각의 윤곽에 천을 맞추려면 그에 맞는 디자인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 작업자들은 천의 접합선마다 물에 뜨는 조각을 기워넣었고, 설치할 때 잘 펼쳐질 수 있도록 주름진 천을 제작했다. 조각들이 잘 떠있는지, 물고기가 천에 걸리지 않는지 지켜보기 위해 120명이 밤낮으로 고무보트 위에서 현장을 감독해야 했다.
설치 장소: 베를린의 독일 의회 건물(라이히스탁)
설치 기간: 1995년 6월 24일 – 7월 6일
설치 작품: 라이히스탁 건물 밖에 세워진 220톤 강철 구조물 위로 백만 제곱 피트가 넘는 은빛 폴리프로필렌 천을 드리웠다. 이 건물은 1933년에 방화범에 의해 불에 탄 적이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실현하는 데 걸린 기간: 24년
가장 큰 어려움: 1971년에 베를린 역사학자 마이클 컬렌(Michael Cullen)이 처음으로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에게 프로젝트 장소로 라이히스탁을 제안했지만, 독일이 재통합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이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못했다. 건물이 재건축되어 다시 의회가 들어오기 전에야 부부는 프로젝트를 실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제작 비용이 600만 달러에서 천만 달러 이상으로 부풀려졌다고 한다.
가장 기발한 전략: 101년된 건물의 독특한 형태에 맞추기 위해, 부부는 70명의 재단사가 만든 패널로 건물 전면과 탑, 지붕을 덮었다. 또 작품을 설치하기 위해 특별 훈련된 암벽 등반가 90명을 팀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설치 장소: 이세오 호수에 있는 두 섬, 몬테 이솔라와 산 파올로, 그리고 술차노 본섬 도시
설치 기간: 2016년 6월 18일 – 7월 3일
설치 작품: 부인 잔-클로드가 2009년에 세상을 떠난 후 처음으로 크리스토 혼자 진행한 프로젝트로, 밝은 노랑색 천으로 덮인 2마일의 부두를 물에 띄웠다.
실현하는 데 걸린 기간: 2년
가장 큰 어려움: 크리스토와 장-클로드는 이 작품을 1970년에 생각해내어 아르헨티나와 일본에서 구현하려 시도했지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탈리아였다. 프로젝트가 대중에 공개된 후 가장 큰 문제는 이 작은 도시에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게 된 것이었다. 정부가 하룻밤 사이에 작품 공개를 중단하고 술차노 섬으로 가는 편을 차단해버리자 근처 기차역에 있던 3000명의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고 이탈리아 소비자단체의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가장 기발한 전략: 물 위를 걷는 감각을 어떻게 재현해낼 것인가? 크리스토는 부력이 있는 폴리에틸렌 큐브 20만 개 이상을 해수면 바로 위에 띄워 물의 액체성을 천과 몸에 전달했다. 그는 당시 아트넷 뉴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섹시해요.”
사라 캐스콘 Sarah Cascone
시니어 라이터
Emily's Comment:
지난 달 31일 크리스토 자바체프의 부고 소식이 있었습니다. 2009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잔-클로드와 함께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부부 듀오였던 이들을 기리며, 부부의 대표 프로젝트 여섯 작품을 되돌아본 기사입니다.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거대한 스케일을 구현해내기까지 있었던 여러 어려움과 극복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보기엔 간단해보여도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기에 실현해내기까지 수 년에서 수십 년이 걸렸네요. 몇 년이 걸리든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 기다리고 싸운 부부의 집념과 여러 시행착오들, 그 과정에서 동원되었던 수많은 조력자들의 이야기가 이 부부의 작품 세계를 더욱 잊지 못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 부부였기에 그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남겨진 작품의 모습은 다시 보아도 멋지네요. 제게 <달리는 펜스>는 언제 봐도 가슴이 뛰는 작품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이 부부의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닿으셨나요?
번역/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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