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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Jun 14. 2020

기념비, 해결되지 못한 숙제

6월 둘째주

원문 기사:

Protests Targeting Colonial Statues in the UK and Belgium Have Ignited a Long-Brewing Reckoning Over Racist Monuments in Europe by Naomi Rea, artnet News, June 10, 2020

https://news.artnet.com/art-world/monuments-uk-belgium-188341


런던에서 노예 소유주였던 밀리건의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Photo by Yui Mok/PA Images via Getty Images.


최근 영국과 벨기에의 공무원들은 도시의 논란이 되는 동상들을 철거하느라 분주하다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죽음으로 시작된 연대 시위의 움직임이 커지면서과거에 세워진 인종차별주의자의 동상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 BLM) 시위자들이 연합군 동상을 타겟으로 삼은 반면 유럽에서는 과거 노예상이나 식민지 개척자와 같은 문제적 인물의 동상을 무너뜨리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시위 도중 노예무역상의 동상이 무너지는 드라마틱한 광경이 담긴 이미지가 지난 주말 빠르게 퍼지며, 영국 내에 있는 다른 동상에 대한 치열한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시위자들이 콜스턴의 동상을 에이번 강  쪽으로 옮기고 있다. Photo by Giulia Spadafora/NurPhoto via Getty Images.


예술가  로크(Hew Locke) 이미 20 가까이 이러한 종류의 기념비 동상의 상징성에 대해 그의 작업을 통해 고찰해왔는데이번 브리스톨 동상의 붕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아트넷뉴스에 보내왔다. “솔직히 정말 놀랐습니다그리고  문제에 대해 오래 고민해왔기에 이번 사건에 대해 동요할  밖에 없었죠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가 떠올랐습니다우리는 세상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급진적인 변화는 아주 갑작스럽게 일어나죠.”



폭력적인 역사에 맞서다


런던의 관계자들은 어제(6 9런던 도클랜드 박물관 바깥에 있는 노예무역상 로버트 밀리건(Robert Milligan)의 동상을 급하게 철거했다 동상을 철거하라는 청원에 24시간동안 2,000명의 서명인이 몰린 후였다시장은 영상을 통해  동상이 지역 내에 “불안과 분노의 중심 되었다며 동상을 철거하여 창고에 넣어두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분노에 대한 반응으로 런던의 시장 사디크 (Sadiq Khan) “런던의 공공 랜드마크의 다양성 재고하고 향상하겠다고 약속했다사디크  시장은 “철거해야  노예무역상 동상들이 남아있다 인정하기도 했다.


 로크는 시장의 결정을 반기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했다정부가 “재고한다고 하는 것은 동상에 대한 논쟁이 “흐지부지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영원히 질질 끌겠다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BLM 시위 중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동상 앞에 있는 시위자들. Photo by Victoria Jones/PA Images via Getty Images.


어떤 동상을 철거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다른 동상의 철거 문제가 논란이   밖에 없다철거해야  노예상의 동상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다른 방식으로 역사적 문제와 연관이 있는 기념비들도 많다.


 앞으로  문제가  뜨거워지고 흥미로워질 거라 생각해요넬슨과 같은 사람의 동상은 어떻게  거죠?” 로크는 묻는다넬슨 장군은 영국의 위대한 해상 영웅   명으로 여겨지며 그의 동상은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상징적인 기념물이다그러나 넬슨이 노예제 폐지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했다는 사실은 그의 업적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옥스포드에서는 빅토리아 시기 제국주의자였던 세실 로즈(Cecil Rhodes) 동상에 대한 논쟁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수년 전부터  동상을 철거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옥스포드 시의회장은 2등급 건물인 옥스포드 대학 오리엘 칼리지에 있는  동상의 철거에 대한 허가를 요청하는 대학 측에게, “동상의 해로운 상징성에 대해 다시 돌아볼 도덕적 책임감 언급하는 답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에딘버러에서는 세인트앤드류 광장에 있는 멜빌 모뉴먼트(Melville Monument) 철거하라는 요구에 따라 시의회 측에서는 노예무역과 관련하여 맥락 설명하는 명판을 “가능한 빨리” 부착하겠다고 2년을 미룬 끝에 약속했다멜빌 모뉴먼트는 노예무역 폐지를 확고하게 반대했던 헨리 던다스(Henry Dundas) 추모하는 기념비다



식민지배의 산물


2020년 6월 4일 벨기에 앤트워프, 전날 밤 불이 붙었던 레오폴드 2세의 동상. Photo by Jonas Roosens/Belga/AFP via Getty Images.


논란은 영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었다벨기에에서는 19세기에 수백만 명의 콩고인들을 죽인 책임이 있는 잔혹한 통치자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지난 주말 동안 시위자들은 브뤼셀앤트워프겐트에 있는 다양한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을 지목했다어제 아침 앤트워프  측은 동상을 철거하고 미델하임 박물관의 수장고로 옮겼다.


벨기에 역사학자 오마르 바는 “벨기에에서  논쟁은 80년대부터 있었습니다라며 지난 10 년간 동상의 철거를 요구하는 활동가들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레오폴드 2세의 여러 조각상들이 빨갛게 칠해지거나 더럽혀지고심지어 도난 당하거나 숨겨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죠.” 2004 활동가들은 말에 올라탄 왕을 올려다보는 콩고인 동상의 손을 없애버리기도 했었다이는 레오폴드 치하에 콩고인들이 당했던 흔한 처벌을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활동가들은 레오폴드의 동상뿐 아니라 식민 지배와 연관된 모든 동상들을 고려하고 있다


앤트워프에서 철거된 동상과 관련하여오마르  역사학자는 몇몇 기자들이 지역 관계자 측에서 발표한 성명을 오해해서 전달했다고 강조한다시위자들이 2주전 동상을 빨갛게 칠했고바로  다음주에는 그것을 태워서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식민지배자의 동상을 공식적으로 철거한 것이 아니라그냥 손상된 동상을 치워버린 것이죠.” 동상은 수장고에 넣어졌지만오마르 바는 “ 동상을 얼른 복구하려   같지는 않습니다 덧붙였다.



변화를 향해


많은 이들이 공공 장소에서 논란의 기념비들을 없애는 일이 너무나 지연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반대자들이 흔히 던지는 의문은 그것들을 없애는 것이 곧 역사를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따라서  동상들을 박물관과 같은 적절한 장소로 옮기거나 혹은 동상에 설명판이나 반대 입장의 기념비를 추가하여 맥락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로크는 기념비를 무너뜨리는 ‘승리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BLM 시위의 본질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이 잊혀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사업가이자 제국주의자였던 세실 로즈의 조각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옥스포드의 시위 현장. Photo by Adrian Dennis/AFP via Getty Images.


기념비 철거는  나라의 흑인아시아인그리고 소수 민족들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습니다상징적인 제스처일 뿐이죠.” 유색인에게 불평등한 영향을 미칠   번의 불황을 앞둔 상황에서우리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  것이다로크는 학교에서 노예제와  유산에 대해 가르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마르  역시 단순히 기념비를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서사회 전체의 탈식민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무엇보다도 그 식민 지배 이슈만을 다룬 박물관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있는 것처럼식민지배 박물관이 생겨서 사람들이 식민 사실을 돌아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식민 시대의 작품을 완전히 맥락화하여 전시하기에 적절할 뿐만 아니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역사가 만들어낸 상황과 그것이 현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재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오마르 바는 “기관들이 이 계획을 지지하고 우리 사회가 과거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나오미 레아 Naomi Rea

어소시어트 에디터, 런던



Emily's Comment:

미국에서 시작한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기념비', '동상'에 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혹은 여행지에서 관광 포인트가 되는 동상이 가진 무게에 대해 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노예 무역상들의 동상이 지금까지도 버젓이 유럽 시내에 서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넬슨 장군의 경우와 같이, 우리가 손쉽게 철거를 결정지을 수 없는 동상들도 참 많겠죠. 또 기사에서 휴 로크와 오마르 바가 강조한 것처럼 동상의 철거 문제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위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일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어려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번역/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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