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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Chae Jul 09. 2020

코로나, 미술 경매 시장도 바꾼다

7월 첫째주

한 주의 해외 아트뉴스를 선정하여 번역/정리해드리는 위클리 아트 에밀리입니다. 


유난히 옥션(경매) 소식으로 시끌시끌했던 7월 첫째주. 세계 3대 경매회사로 꼽히는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필립스(Philips)의 소식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 중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사상 초유의 '하이브리드' 경매를 진행하고, 화제성과 함께 좋은 결과를 얻은 소더비 사의 경매 소식을 살펴봅니다.


2020년 6월 이브닝 세일을 진행하는 뉴욕 소더비의 세일즈룸. Photo: Sotheby's.
만일 2019년에서 온 시간 여행자가 소더비의 지난 월요 이브닝 세일을 보러왔다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람들로 가득찬 세일즈룸도 없고, 북적임도 없고, 인사를 나누는 이들도 없다. 대신, 경매 스페셜리스트들이 서로 6피트씩 떨어져 전화기 앞에 일렬로 서있고, 모든 진행 과정은 홍콩, 런던, 뉴욕에서 동시에 라이브 스트리밍된다. 경매 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2차 미술 시장으로서 첫 주요 시험을 치룬 셈이다. 그리고 소더비 사는 이 시험을 잘 통과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29일, 카메라 앞에 선 소더비 사의 경매사들이 전화, 온라인 응찰을 통해 경매를 진행하는 모습이 실시간 중계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맞추어 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경매 형태라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뉴욕 시간으로 저녁 6시 반에 시작한 경매는 무려 4시간 반이나 이어졌으며, 총 판매액 3억 6320만 달러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경매는 크게 전후/동시대 미술 파트(postwar and contemporary selections)와 인상주의/모던 아트 파트(Impressionist and Modern art)로 나누어졌는데, 특히 전후/동시대 미술 파트에는 케이블 TV 산업의 거물인 기니 윌리엄스(Ginny Williams)의 개인 컬렉션 경매가 따로 진행되었습니다. 


Joan Mitchell, Straw (1976). Image courtesy Sotheby’s.


기니 윌리엄스 컬렉션으로부터 출품된 18점에는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조안 미첼(Joan Mitchell)과 같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여성 화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었습니다. 아트 딜러 니콜라스 맥클린이 이야기하였듯,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이 원하는" 작품, 즉 신선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작품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기니 윌리엄스 컬렉션 경매는 완판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번 경매를 통틀어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고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품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의 트립틱(삼면화)이었습니다. 이미 2013년에 <루시안 프로이드의 습작 3점(Three Studies of Lucian Freud)>으로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달성한 적이 있는 베이컨은 이번 경매에서도 역시 '핫'했습니다. 잠시 경매의 생생한 과정을 묘사한 기사를 살펴볼게요.


경매의 하이라이트였던 베이컨의 주요 트립틱 작품은 4800만 달러부터 입찰이 시작되었다. 입찰가가 6000만 달러로 향해갈 때즈음, 이상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시대미술 파트 경매사 Grégoire Billault가 담당하고 있던 응찰자에게 갑자기 어떤 미스테리한 중국인 온라인 응찰자가 나타나 경쟁하기 시작했는데, 그 온라인 응찰자는 입찰가를 10만 달러씩 올리기 시작했다(작품의 예상가를 고려했을 때 10만 달러는 이상할 정도로 소액이었다).
그러자 Billault의 응찰자는 90만 달러를 얹어 6100만 달러를 입찰했다. 톰과 제리의 추격전 같이 소액으로 거액에 도전하는 경쟁이 계속되며 입찰가는 1400만 달러 더 상승했고, 결국 Billault의 응찰자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경매에서 판매된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되었다. 2013년에 최고가로 판매된 <루시안 프로이드의 습작 3점>은 1억 424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Francis Bacon, Triptych Inspired by the Oresteia of Aeschylus (1981). Image courtesy of Sotheby’s


위 작품, 베이컨의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로부터 영감 받은 트립티크>(1981)은 수수료 포함 8460만 달러(한화 약 1,010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매튜 웡(Matthew Wong),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와 같은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예상가를 넘어 순조롭게 판매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시도한 경매 형태이니만큼, 아트넷 뉴스는 이번 경매가 판매가 잘 될 만한 작품을 안정적인 보장 가격에 판매하는, 소더비 사의 잘 짜여진 연출("carefully choreographed")이었다고 평했습니다.


소더비 사의 이브닝 세일 며칠 후에는 필립스 사에서 비슷한 형태의 온라인-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경매를 진행했는데요. 역시 장-미셸 바스키아,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매튜 웡 등의 유망한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소더비 만큼의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안정적으로 판매되었습니다. 


한편, 또 다른 경쟁사 크리스티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각각 분리되어 있던 인상주의/모던 아트 파트를 전후/동시대 미술 파트와 통합하여 20/21세기 미술 파트라 부르기로 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두 개의 파트를 운영하는 데에 드는 비용과 인원을 절감한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모던/컨템포러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불필요해진 요즘의 트렌드에 맞추는 것이기도 합니다. 통합된 20/21세기 미술 파트의 첫 경매는 7월 10일에 열리며, 역시 온라인-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경매로 네 개의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경제 위기에도 '경매 시장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계적 경매회사의 첫 성적표를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 '하이브리드' 경매가 이어질 것 같은데요. 적당한 화제성과 판매기록을 올리며 꾸준히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 주 화제의 아티스트: 매튜 웡(Matthew Wong)


소더비 사와 필립스 사의 경매 소식에서 등장한 이름, 매튜 웡(1984-2019). 캐나다 태생의 미술계 떠오르는 스타였지만, 안타깝게도 작년 가을 35세의 나이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자폐증과 투렛 증후군(틱 장애)을 가지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늘 고독과 우울증과 싸웠다고 하는데요.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배운 그림으로 단시간에 미술계의 호평과 주목을 받았고, 홍콩과 뉴욕 등 여러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화사한 색감과 패턴으로도 감추어지지 않는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업을 볼 수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매 시장에서는 그의 작품이 점점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Matthew Wong, The Realm of Appearances (2018). Photo: Sotheby’s.
Matthew Wong, Mood Room (2018). Photo courtesy Phillips.
Matthew Wong, A Dream, 2019, oil on canvas, 70 × 80 inches. Photo courtesy Karma gallery.



참고 기사


Led by a Sizzling Bacon, Sotheby’s First-Ever Hybrid Contemporary Evening Sale Format Nets an Impressive $300.4 Million by Eileen Kinsella, artnet News, June 30,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sothebys-tests-auction-waters-contemporary-evening-sale-1890889


Phillips Scored $41 Million in a White-Glove Contemporary Evening Sale as the Auction House Got Hip to New Online Landscape by Nate Freeman, artnet News, July 2,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phillips-evening-july-2020-1892250


In a Profound Shift, Christie’s Is Eliminating Its Standalone Impressionist and Modern Art Department, Shedding a Significant Amount of Staff in the Process by Eileen Kinsella, artnet News, June 26, 2020

https://news.artnet.com/market/christies-is-merging-its-impressionist-and-contemporary-departments-amid-staff-cuts-1890370



번역 및 정리/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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