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넷째주
한 주의 해외 아트뉴스를 선정하여 번역/정리해드리는 위클리 아트 에밀리입니다.
여러 흥미로운 소식이 많았던 이번 주는 다섯 가지 소식을 간단히 정리해드리려 합니다. 모두 놓치지 마세요!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측은 '1등상'격인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으로 큐레이터인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와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미술사가 마우리치오 칼베시(Maurizio Calvesi), 건축가 비토리오 그레고티(Vittorio Gregotti)를 지명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모두 최근 2년 내에 '세상을 떠난' 이들입니다. 보통 황금사자상이 동시대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에게 돌아간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이번 수상은 '비엔날레의 역사'를 주제로 한 대형 그룹전의 오프닝과 발맞추어 기획되었습니다. 비엔날레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아트 디렉터들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올해 여름 개최 예정이었던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는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https://news.artnet.com/art-world/venice-biennial-posthumous-golden-lion-1903989
예술가들, 잡지의 커버를 그리다
전통적으로 패션 잡지의 9월호, 즉 '셉템버 이슈'는 다음 해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중요한 호이자, 일 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호이기도 합니다. 패션 잡지 중에서도 굴지의 명성을 자랑하는 보그(VOGUE)의 9월호 커버는 두 명의 흑인 예술가의 그림으로 채워졌습니다. 바로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과 조던 카스틸(Jordan Casteel)입니다. 보그 측은 두 화가에게 독특한 조건을 걸었는데요. '희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그리면 되지만 단, 그림 속 인물들이 보그 측이 선정한 네 디자이너의 드레스 중 하나를 입어야 했죠.
케리 제임스 마샬은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브랜드 '오프 화이트(Off-White)'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흑인 여성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여성은 가상의 모델이지만 마샬이 표현하고자 한 '블랙 뷰티(black beauty)'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블랙홀처럼 미스테리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죠.
조던 카스틸은 '파이어 모스(Pyer Moss)' 브랜드의 푸른 드레스를 입은 디자이너 오로라 제임스(Aurora James)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오로라 제임스가 최근 진행한 '15퍼센트의 약속(15 Percent Pledge)' 캠페인을 기리기 위해서죠. '15퍼센트의 약속'은 주요 리테일샵에 흑인이 운영하는 기업의 상품의 비율을 15퍼센트 유지할 것을 격려하는 캠페인입니다. 보그의 잡지 커버에 모델이 아닌 '디자이너'가 단독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의미 있고 기발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s://news.artnet.com/art-world/kerry-james-marshall-jordan-casteel-vogue-1903987
영국박물관(대영박물관)에 새로 붙인 딱지
앞서 전해드린 소식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박물관은 사실 오랜 식민지 역사로 인해 만들어진 박물관이라는 비판과 늘 함께 해왔는데요. 그런 영국박물관이 한스 슬론(Hans Sloane)의 반신상에 그가 "노예 소유주"였다는 사실을 담은 라벨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스 슬론은 식물학자이자 의사로 1685년에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로 떠났는데요.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책과 드로잉, 식물 표본 등을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1753년 사망할 때에 그 모든 수집품을 영국에 기부했는데요, 그 해에 세워진 영국박물관 컬렉션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슬론 경이 수집을 할 수 있었던 건 사실 그의 아내가 자메이카에서 운영하던 사탕수수 대농장(플랜테이션) 덕분이었습니다. 영국박물관의 설립자 격인 슬론의 컬렉션은 자메이카 노예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죠.
영국박물관은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한스 슬론 경의 조각상에 붙인 새로운 라벨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인정하고, 공개하는 일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에는 영국박물관 전체를 다시 전시할 것"이라 말하는 큐레이터의 말처럼, 앞으로 있을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ttps://news.artnet.com/art-world/british-museum-moved-founder-bust-1904050
다이슨을 세운 부부 미술관을 세우다
가전제품 브랜드 다이슨(Dyson)을 모르는 이는 흔치 않겠지요. 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든 기업가이자 영국의 제일 가는 부자 부부인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과 데어드레 다이슨(Deirdre Dyson)이 부부의 컬렉션으로 미술관을 세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더딩턴 아트 갤러리(Dodington Art Gallery)'라는 이름으로, 영국 글로스터셔 주에 건축가 크리스 윌킨슨(Chris Wilkinson)이 지을 예정인데요. 현대미술관이 전무했던 이 지역에 처음으로 세워질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이들 부부, 언뜻 보면 미술과 굉장히 멀어보이지만 사실 부부는 영국의 유서 깊은 예술 학교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의 캠퍼스 커플이었답니다. 제임스는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고, 데어드레는 지금도 전업 작가이자 러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런던과 파리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죠. 더딩턴 아트 갤러리는 특히 팝아트를 중점적으로 선보이면서,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https://news.artnet.com/art-world/dyson-art-gallery-1903970
지난 주 부고
예술계의 유명한 비즈니스 매니저 프랭크 던피(Frank Dunphy)의 별세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예술가 중 하나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사업 파트너로 유명했죠. 영국 현대미술 신에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작가 군단 yBA 출신인 데미안 허스트는 여러 파격적인 행보로 예술계의 악동으로 불려왔는데요. 예술가이면서 사업가와 같이 행동하며 호평과 혹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그는 예술가 전문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던 프랭크 던피를 파트너로 만나 재정적인 조언을 얻었습니다.
특히나 2008년 데미안 허스트가 전속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직접 경매사에 넘겨 어마어마한 판매 수익을 얻었던 일은 유명하죠. 이때에도 뒷배경에는 프랭크 던피의 설득과 조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유능한 사업가였음에는 틀림없습니다. 데미안 허스트는 "프랭크 없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하며 "그는 내가 돈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가르쳐주었다"고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프랭크를 회고했습니다.
https://news.artnet.com/art-world/frank-dunphy-obituary-1904827
번역 및 정리/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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