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주
한 주의 해외 아트뉴스를 선정하여 번역/정리해드리는 위클리 아트 에밀리입니다.
9월 셋째주에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신작 소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지칭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부터,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걸린 미얼 래더멘 유클레스의 작품, 그리고 '세이브 더 칠드런'을 위해 데이미언 허스트가 제작한 작품까지 소개해드릴게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톨리 수도원 스테인드글라스(957번)
세계적인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가 독일 톨리(Tholey)에 있는 수도원을 장식할 3면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공개했습니다. 현재 12명의 수도승이 살고 있는 톨리 수도원은 독일 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634년 문헌에 처음으로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이 수도원을 30피트(약 9미터)에 달하는 동시대 작가의 추상 회화 작품으로 장식하게 된 것이죠. 올해로 88세인 리히터는 점점 대형 작업을 줄여가고 있었는데, 특히 이번 톨리 수도원 작품이 '마지막 대형 작업'이 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언급하기까지 했습니다(그는 이제껏 자신이 만든 작품에 늘 번호를 붙였는데, 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957번입니다).
리히터는 이 작품을 수도원 측에 기부했습니다(그의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죠). 그리고 작품의 설치 비용과 같은 경우, 밝혀지지 않은 익명의 후원자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마지막 대형작품을 수도원에 기부한 리히터의 행보는, 20세기 마티스나 로스코와 같은 대가들이 말년에 자신의 작품으로 성당과 채플을 장식하는 것에 몰두했던 선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나저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참 아름답지 않나요? 유서 깊은 수도원이지만 재정 위기를 겪고 있던 이곳에 리히터의 작품으로 새로운 활력이 피어나길 기대해봅니다.
미얼 래더맨 유켈레스의 <For⟶forever...>
1969년 발표된 미얼 래더맨 유켈레스(Mierle Laderman Ukeles)의 <메인터넌스 예술을 위한 선언문 1969!>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청소부나 가정주부 등 무언가를 '유지(maintenance)'한다는 것은 늘 역사의 뒷편으로 밀려나고, 심지어는 하찮은 일로 여겨지기까지 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담은 작품이죠. 유켈레스는 예술가이자 한 가정의 엄마라는 두 역할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문득 역사적으로 인정받는 남성 화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은 아이의 기저귀를 한 번도 갈아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큰 회의를 느끼게 됩니다. <메인터넌스 선언문> 이후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들의 노고를 수면 위로 끌어내기 위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갑니다. 그 중 유명한 것은 <터치 새니테이션(Touch Sanitation)>(1979-80). 무려 11개월간 이어진 이 퍼포먼스는 뉴욕 시 위생관리과에서 일하는 8500여 명의 모든 직원과 한 번씩 악수를 하는 작업이었죠. 유켈레스는 모든 직원들에게 "뉴욕 시를 살아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했다고 합니다.
2020년입니다. 81세의 고령인 유켈레스는 코로나19를 피해 3월 이후 뉴욕을 떠나 있으면서 미디어와 친구들을 통해 뉴욕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뉴욕 시의 지하철이 정말 깨끗하다는 칭찬을 듣고,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지하철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 감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드릴 수 없기에, 타임스퀘어와 퀸스 뮤지엄 전면, 그리고 2000여 개의 지하철 광고판에 감사 인사를 보냈습니다. 비록 디지털 화면이지만 손글씨로 정성껏 쓰인 유켈레스의 따뜻한 메시지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분투하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서비스 노동자 분들께, "뉴욕 시를 살아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영원히 감사합니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Fruitful>, <Forever>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과 손잡고 세이브 더 칠드런 이탈리아 지사에서 진행하는 기금 마련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자신의 사진 프린트 작업을 한정 에디션으로 판매하는 것인데요. 이 캠페인은 9월 27일부터 "미래를 다시 쓰다(Rewrite the Future)"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며, 최근 록다운 기간에 학교가 문을 닫아 어려움을 겪는 이탈리아 아이들과 가정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이어집니다. 프라다 재단은 이미 이탈리아 아이들의 학교 중퇴율을 낮추기 위해 교육 자료, 기술과 교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데이미언 허스트도 이에 합세해, 두 가지 작품을 내놓았는데요. 자신의 페인팅 시리즈 <벚꽃(Cherry Blossoms)>의 디테일을 크롭하여 촬영한 사진 작품을 <Fruitful>과 <Forever>의 두 가지 버전으로 판매합니다. 15cm² 크기는 400유로, 78cm² 크기는 1200유로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참고 기사
Calling It His Last Major Work, Gerhard Richter Unveils Kaleidoscopic Stained-Glass Windows at Germany’s Oldest Monastery by Kate Brown, artnet News, September 17, 2020
https://news.artnet.com/exhibitions/gerhard-richter-tholey-abbey-unveiled-1908813
‘Thank You for Keeping New York City Alive’: A Group of City-Wide Art Installations Are a Tribute to Oft-Forgotten Service Workers by Sarah Cascone, artnet News, September 14, 2020
https://news.artnet.com/exhibitions/mierle-laderman-ukeles-thank-you-service-workers-1907374
Damien Hirst Has Just Released Photos of His New Impressionist-Inspired Paintings to Raise Money for Italy’s Struggling Children by artnet News, September 16, 2020
https://news.artnet.com/art-world/damien-hirst-charity-fondazione-prada-1908711
번역 및 정리/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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