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7 아로마티카에 바치는 짧은 글.

-프랑킨센스의 향

by 에밀리뉴

정은이는 내 일상의 투박한 부분을 섬세하게 만들어준다. 또는 향기롭게 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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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오빠와 내가 책임지고 가꿔야하는 집이라는 공간이 생기고나자, 우리는 공간을 채우는 두가지에 꽤나 몰두했다. 그것은 하나는 가구였고, 하나는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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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드어웨이에서 데려온 룸넘버1는 언제맡아도 좋은 향이었고 설레던 그때의 감정이 계속 마음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지만, 아쉽게도 일상의 향은 아니었다. 그 향은 창 밖에 깊게 파란 바다가 넘실대거나, 혹은 서걱거리는 호텔 침구에 누워야 비로소 오감으로 완성되는 향이었달까. 매일을 책임지기엔 다소 꿈같은 향이었다. 왜냐하면 우리집 창문 밖은 맞은편에 사는 누군가의 또다른 창문 밖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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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티카의 프랑킨센스 오일과 인센스스톤은 정은이에게서 처음 들은 향의 이름이기도 했고, 도구이기도 했다. 게다가 프랑킨센스는 아로마티카라는 브랜드의 다른 에센셜 오일보다 구하기가 몇배는 더 힘들었고, 더 가격도 높았다. 보통은 이름 모를 향을 이렇게 덥석 사지는 않겠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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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일요일 아침에 미사를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새로 살게된 동네의 성당은 우리집에서 차를 타고 10분은 가야하는 꽤 떨어진 곳에 있다. 근처에는 꽤나 의미심장한 이름인 주스트코(JUSTCO)가 주님의 집 맞은편에 위치해있고, 주변에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허허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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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나간다, 나가지 않는다와 상관없이 나는 언제나 그곳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엄마는 가톨릭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성당에서는 제단을 차렸고, 아빠는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나는 신부님이 총장인 천주교 학교엘 다녔고, 동생은 삐죽댔지만 나름 성가정의 틀을 가진 그런 우리를 은근히 자랑스러워했고,특히 크리스마스트리에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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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이 특히 즐거웠던것은 '카테드랄'이라 불리던 성당을 방문하는것이 나름 성지순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스페인 세비야에서 일요일 새벽미사에 갔다가 조명이 켜지지 않은 세비야대성당의 맨얼굴과 콜럼버스의 관 주변을 혼자서 맘껏 구경하다 온 것과,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지에서 엄마에게 이곳의 하늘은 성모님의 옷자락 색이랑 똑같은 색이고 심지어 잔잔히 머물러있다고 벅차서 전화를 걸었던것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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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가장 힘들때 가던 곳은 남양성모성지였다. 묵주기도 5단을 한알, 한알마다 크게 공원을 둘러 만들어놓아, 이른바 묵주기도의 길을 한바퀴 걷고 나면 묵주기도 환희의신비와 고통의신비, 그리고 부활의 신비를 모두 끝낼 수 있었다. 종교는 나에게 답을 줄 수도 없고 결론을 내 줄 수도 없었으며 인생의 힘든 순간을 반전시켜줄 현실에서의 그 어떤 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천주교를 사랑했다. 엄마의 종교이고 가족의 종교였기 때문에. 그래서 내 인생의 종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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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킨센스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를 찾아갈 때 선물로 바치고자 가지고 갔던 세 가지 선물인 황금과 몰약과 유향 중 '유향'의 다른 이름이다. 그 어떤 것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새로운 힘에 대한 예감이 마음을 스치고 갔을 그 때에, 그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비로운 누군가를 위해 바치고자 했던 귀한 것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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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킨센스 오일은 아주 단순하게 <성당의 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긴장감을 이완시켜주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이 차분한 활력의 향은, 존재감보다는 공간감을 주는 향이다. 프랑킨센스 오일을 인센스스톤에 두방울 정도 똑 똑 떨어뜨리고 그 공간에 머물러있으면, 좋은향을 넘어 좋은 공간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 품절된 오일을 재입고를 기다리고 기다려 겨우 구매버튼을 다시 눌렀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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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프랑킨센스 오일을 세 방울 정도 떨군 후 십분 정도 몸을 담근다. 바람이 차고 손끝과 발끝이 내 것이 아닌것처럼 얼어버리는 요즘같은 날씨에, 프랑킨센스 오일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곳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나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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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티카 #프랑킨센스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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