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바르셀로나 투어_1편

게으른 자는 여행 일정을 투어로 가득 채운다.

by 에밀리H

겨우 몰타에 2달 있으면서 또 해보고 싶은 건 얼마나 많았는지...


초보 여행자의 욕심으로 3박 5일 일정 바르셀로나 왕복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5/2 ~ 5/6)


여행지 선택의 이유 → 꽃할배 스페인 편을 보고 가우디 건축물을 직접 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함.

욕망의 절정 → 플랫 메이트들이나 학원 친구들 대부분 방학 신청을 하고 주변국을 돌다 오는 분위기였음.

목표 → 주변국 여행을 하고 다시 몰타로 돌아오는 기분이 어떨지 알아보자!


그때 당시 환율을 대략적으로 적용해보면 왕복 비행기 값 약 12만 원.

미리 알아봤다면 더욱 저렴하게 구매를 했겠지만 게으른 자는 그만한 비용을 더 들여야만 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짜릿함을 느낌과 동시에 두려움을 안게 된다. 다른 사람의 염려 1g도 더 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비밀로 했다. 아빠한테 말하면 언니한테 그대로 전달할 것이고 언니가 위험하다며 잔소리를 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어학원 기본 수업은 루드윅 선생님과 상의하여 3일 빠지는 걸로 결정했고, 원투원 수업은 에이미 선생님의 대학원 시험 일정과 겹치면서 수업을 뒤로 미룰 수 있었다. 운 좋은 상황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급하게 선택한 여행이어서 3박 5일 동안 투어로 가득 채웠다.


1일 차 : 늦은 밤에 바르셀로나 도착

2일 차 : 가우디 + 고딕지구 투어 + 플라멩고 감상

3일 차 : 몬세랏, 시체스 투어 + 람브라스 거리 걷기 + 보케리아 시장 + 에스파듀 신발 쇼핑 + 몬주익 분수 쇼

4일 차 : 베살루, 지로나, 또사데마르 투어 + 급 저녁 약속

5일 차 : 캄프누 경기장 투어 신청 X (경기가 있어서 운영 X) → 대신 마레 마그넘 쇼핑몰 & 저녁에 몰타 도착


처음에는 숙소를 호텔 예약 앱으로 찾아본 후 결제를 했다.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데도 총숙박비를 계산해보니 5-6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지지 언니랑 쩡A가 너무 비싸다면서 한인민박 예약 앱을 알려줬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젊은 한국인 부부가 운영했던 민박집이었는데 투어 집합 장소를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민박집 여사장님이 감각이 좋아서 쾌적한 공간과 곳곳에 비치되어 있던 디퓨저 향은 최상급이었다. 나는 여성 6인이 들어갈 수 있는 도미토리 룸에서 묵게 됐다. (이때 몇 박 이상 묵으면 이벤트로 T10권 1장을 제공해주셨다.)


깔끔했던 한인민박 도미토리 룸 (이제는 운영을 안 하신다...)


결과적으로 난 행운의 여성이었다. 이때 당시 엘 클라시코 경기 때문에 한국 남성 고객들이 몰릴 때여서 하루만 여사장님과 같이 지냈고 나머지는 넓고 쾌적한 방을 혼자서 사용했다. 아침을 한식으로 제공해주는 곳이었지만 나는 투어 집합시간이 빨라서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남자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여자 사장님이 빵과 과일 아니면 주스를 봉지에 담아서 매일 아침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놔주셨다.


1일



버스 앱을 보고 시간 맞춰 나와도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_ 몰타 버스 만세이!


출발 이틀 전 : 학원 매니저님께 미리 메일을 보내 티켓 2장을 출력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티켓 준비 완료

당일 : 네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짐 정리 → 1시간 낮잠 → 룸메 푸미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옴 → 느린 몰타 버스 덕에 늦을까 봐 노심초사 → 몰타 공항 도착 → 부엘링 항공 카운터에서 체크인 완료


허전한 몰타 공항 체크인 카운터_혹시 몰라 줄을 서서 기다리니 나를 발견하고는 체크인하러 오라는 손짓을 해주셨다.


느림보 몰타 버스 덕분에 겨우 시간 맞춰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팅 할 때 좌석을 미리 지정해놓은 터라 티켓을 확인한 후 나의 유일한 짐이었던 백팩에 띠지 스티커를 달게 해 줬다.


여행 팁을 모아놓은 어플을 통해 현재 날씨를 확인해보니 다들 낮은 덥고 밤은 춥다고 했다. 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팔 상의 몇 벌과 하의 몇 벌을 챙기고 얇은 외투는 직접 몸에 걸쳐놓은 상태였다. 보안 검색대 앞에서 씨름하듯 검색대 바구니에 옷가지와 물건들을 담았고 검사가 끝난 뒤 주섬주섬 다시 챙겨 입어야만 했다. 보안 검색대만 지났을 뿐인데 벌써 지쳐버렸다.


(역시나) 출발 지연 → 멀리 떨어진 피아노 연주 감상 → 비행기 탑승 → 바로 옆에 앉은 남자 사람 앞머리를 계속 빙빙 돌리며 만지작거려서 노이로제 걸릴 뻔함 → 바르셀로나 공항 도착 (비행시간 1시간 40분 정도?)


음... 길치는 이정표를 보고 가도 헤맨다.... 왜 그럴까?


공항 리무진 티켓 사는 방법은 2가지다. 판매기로 구매를 하거나 기사님한테 직접 구매하면 된다. 먼저 기계 앞에 줄을 섰다. 내 앞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사람이 서있었다. 앞에 남자분이 카드 결제를 시도했지만 뭐가 문제인 건지 계속 실패를 거듭했다. 오지랖을 부려서 대신 티켓을 사줄까 싶었지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고민 끝에 기사님께 직접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버스 기다리는 줄에 서서 편도 티켓 요금을 준비했다. 준비한 돈을 기사님께 드리니 영수증을 발급해 주셨다.


여기서 후회스럽고 미안했던 건, 계속해서 카드결제 실패했던 그 남자분이 나와 같은 숙소에 묵었던 사람이었다. 내가 오지랖 부렸으면 사장님도 한 번에 체크인하고 좋았을 것을...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2일


알람 진동소리에 잠이 깼고 씻고 나와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여사장님이 준비해주신 일용할 양식을 빠르게 입에 넣었다. 구글 지도를 켠 후 길을 걸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 맞으며 30분 정도 걸었더니 투어 집합 장소가 나왔다.


우측통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몰타와는 다른 안정감을 느꼈다.


나는 3일 내내 똑같은 투어사와 함께 하게 됐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투어가 아닌 동행할 사람을 구해 계획을 짰겠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러질 못했다. 나의 귀차니즘과 서투름 덕분에 3일 내내 투어 일정으로 채워 넣었고 덕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입장 티켓을 무료로 얻을 수 있었다.


투어 일정 : 구엘공원 → 고딕지구 → 점심시간 → 까사 바뜨요, 까사 밀라 감상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 + 고딕지구 투어는 신청한 인원이 많았다. 그래서 2팀으로 쪼개져서 차를 타고 구엘공원으로 이동했다. 나는 투어사 여사장님이 이끄는 팀과 함께 했는데, 사장님은 운전을 하면서 멀리 보이는 가우디 건축물들과 시간이 많이 지난 듯했지만 데사유노(오전 7:00 - 8:00 정도에 먹는 아침식사)를 즐기는 근처 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1일 5식 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날씨 조오타


구엘공원 입구에서 간단한 설명을 해주시고 나면 공원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주셨다. 한글로 적혀있는 안내 가이드를 챙겨 들고 방송에서 봤던 장소들을 눈에 가득히 담았다. 그때는 날씨도 화창한 게 모든 것이 완벽했다.


구엘공원_뜬금없지만 상상 속 헨젤과 그레텔 과자집 같다...


구엘공원 관광이 끝나면 차를 타고 이동해서 고딕지구로 갔다. 대부분 고딕지구는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에 가는 편이라고 했지만 이 투어는 낮에 일정을 넣었다고 했다. 낮에 투어를 도니 바르셀로나의 역사 일부를 알게 됐고, 아픔이 담겨있는 곳을 보면서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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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바르셀로나 대성당 (우) 산 펠리네리 광장 옆 초등학교 (건물 외벽에 총알 자국이 많았다.)


다시 차를 타고 집합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사장님은 단체 채팅 방에 괜찮은 식당 여러 곳을 알려주셨고 각자 알아서 골라 가면 됐다. 나는 지도를 켜서 위치를 확인한 다음 끌리는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다. 만약 동행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신중하게 골랐겠지만 난 혼자였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이때 당시 짜고 달고 느끼한 음식에 질려있던 터라 음식을 먹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된 상태였다. 겨우 식당 하나를 골라 들어가 직원이 안내해줄 때까지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의 나의 테마는 '시원한 샹그리아와 잘 어울릴 것 같은 원픽 전채요리'였다. 여러 명이 갔다면 빵과 함께 여러 전채요리로 입맛을 돋웠겠지만 난 혼자였다. 그래서 직원분한테 혼자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추천 좀 해달라고 했다. (최대한 spicy 한 걸로...) 감자와 삶은 문어가 들어간 메뉴 한 가지와 샹그리아 한잔을 시켰다. 바르셀로나에서의 공식 첫 식사였다. 맛을 평가하기보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지 곱씹어 보았다.


혼자, 식당, 샹그리아... 와! 나는 지금 스페인에 와있다!


샹그리아와 문어숙회 감자 타파스_ 여기 샹그리아 맛있었음



여행 무식자는 완성도 높은 여행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남들이 보면 부족한 모습 투성이었겠지만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좌) 까사 바뜨요_햇살이 비치는 시간에 잘 맞춰 가면 외관이 반짝거린다 / (우) 까사 밀라_가까이서 보면 정말 신기하다


다시 모인 후에는 다 같이 걸어서 까사 바뜨요 외관을 봤고 까사 밀라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았던 날씨가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걸터앉아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식곤증인 건지 아니면 그냥 피곤했던 건지 선글라스를 끼고 졸았다.


image_6946247441530932175107.jpg?type=w773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_오 지저스


직접 보고 싶었던 성당을 눈앞에서 바라보니 감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이동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어사 측에서 차에 보관하고 있던 우산을 나눠 쓰도록 해주셨지만 나는 그냥 다른 분들한테 양보했다.


성당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장소에 가서 각자 사진을 찍은 후 성당 밖 외관을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어졌다. 설명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성당 안에 들어가서 관람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투어 일정이 종료됐다.


나는 사장님으로부터 E 티켓을 전달받아서 입장했다. 영어 리스닝 연습하겠다며 쓸 데 없이 오디오 가이드 귓구멍에 꽂고 열심히 걸었는데 밖에서 비를 맞고 들어온 터라 전신이 눅눅하고 추워서 오디오 기기가 짐처럼 느껴졌다. 성당 내부 곳곳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곳도 잘 없었다.


그럼에도 성당 내부의 디테일함을 보는데 감탄밖에 안 나왔다. 이래서 사람들이 방문하는구나 싶었다.


다음 일정은 플라멩고 공연 감상이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어찌어찌 찾아보다가 플라멩고 공연을 예약했다. 디너가 포함되어 있는 공연도 있었지만 나는 심플하게 공연만 볼 수 있는 것을 선택해서 미리 구매를 해두었다.


20180503_185532.jpg?type=w773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역 플랫폼


구글 지도에서 알려준 역에서 내렸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갈 때는 T10 티켓을 넣고 챙기기만 하면 됐는데, 정작 나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혼자서 머뭇거리고 있다가 눈치껏 다른 사람 행동을 똑같이 따라 했다.


아시아권 나라에서는 대부분 나갈 때도 티켓을 도로 넣거나 카드를 찍어야 했는데, 여기는 그냥 문을 세차게 밀고 나가기만 하면 돼서 편했다.


레이알 광장


플라멩고 공연장을 가기 위해 낯선 도로를 걸었다. 레이알 광장으로 걸어가 공연장 위치를 파악해 두었다. 아직 공연이 시작되려면 멀었기 때문에 걸어갔던 길을 도로 걸어 나와 좀 전에 봐 뒀던 아시안 누들 음식점을 들어갔다. 테이블은 몇 개 없고 거의 배달을 주로 하는 식당이었다.


음식점 주인은 중화권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음식 사진들을 보면서 빨갛게 생긴 것들만 콕콕 집어서 어떤 것이 제일 'spicy' 하냐고 물었다. (매운 음식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상태였다...) 사장님의 추천에 따라 메뉴 두 가지를 주문했다. 그렇게 결제를 하려는데 사장님은 진짜 혼자서 2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내가 단호하게 먹을 수 있다고 거듭 대답하니 마지못해 잔돈을 내미셨다.


혼자서 이 정도 양은 먹을 수 있지 않나?


볶음면과 연어알이 아주 조금 들어간 김초밥_도대체 이 정도 양 가지고 왜 되물은 거지?


물론 점심때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너무도 다르지만 나는 면과 김초밥에 환장을 하는 사람인지라 너무 행복했다. 아시안 여자 사람이 혼자 가게에 들어가 음식 두 개 시켜놓고 매운 소스(나는 하나도 안 매웠음)를 틈틈이 뿌려가며 먹는 모습을 다른 아시안 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나는 그러한 시선을 즐기며 우아한 듯 전투적으로 음식을 깔끔하게 해치웠다.


바르셀로나 플라멩고_타란토스 입구


다시 레이알 광장으로 갔고 입장을 위해 줄을 섰다. 공연장 이름 타란토스를 찍기 위해 핸드폰을 높이 들고 요리조리 비틀고 있었더니 앞에 서계신 외국인이 "내가 대신 찍어줄까?" 이러셨다. 키도 나보다 훨씬 커서 순간적으로 혹하긴 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하고 대충 찍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E티켓을 제시하고 들어갔다. 대부분 티켓을 출력해오시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E티켓에 있는 QR만 잘 찍고 들어가면 됐다.


맨 앞자리는 금방 찼고 나는 한 3-4번째 줄에 앉았다. 자리를 정한 사람들은 한쪽에 있는 bar로 가서 공연 중에 마실 음료를 구매했다. 작은 공연장에 관객들이 가득 찼고 곧이어 공연이 시작됐다.


슬픈 멜로디의 기타와 구슬픈 노랫가락, 그리고 '슬픈 괴로움'을 표현하는 듯한 현란한 스텝의 댄스. 공연장이 작으니 남자 댄서분 이마의 땀방울까지 다 보였다. 공연에 금방 빠져들었다.


플라멩고 감상 중 _ 언냐들 오빠 ... 무릎 관절 괜찮아요?


내 옆에 앉아있던 한국인 커플 중 남자가 작은 공연장 안에 한국인이 꽤 있는 걸 보고 이런 말을 했다.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이 플라멩고 공연에 관심 있었다고 이걸 보러 오냐?"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나도 직접 바르셀로나 오기 전까지는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그냥 단순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공연을 보는 내내 그 남자 사람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와~" 소리만 수십 번 하면서 박수를 있는 힘껏 치고 있었고, 엄지손가락이 내려갈 줄을 몰랐다. 그 사람은 누구보다 플라멩고 매력에 깊게 빠져버린 듯했다.


그렇게 훌륭했던 공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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