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바르셀로나 투어_2편

근교 여행은 투어가 쵝오!

by 에밀리H

1편에서도 얘기했지만...


3일 차 : 몬세랏, 시체스 투어 + 람브라스 거리 걷기 + 보케리아 시장 + 에스파듀 신발 쇼핑 + 몬주익 분수 쇼


이와 같은 일정으로 움직였다.



3일


가우디 투어 예약을 하던 중에 몬세랏과 시체스를 방문하는 투어를 알게 됐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 보여서 신청을 했다. 물론 몬세랏과 시체스를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귀차니즘이 심한 초보 여행자는 안전빵으로 투어를 신청하는 편이 옳았다.


전날과 같은 집합 장소에 모였다. 40명 남짓한 인원이 움직 여야 돼서 관광버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몬세랏은 산이기 때문에 추울 수 있다며 외투를 챙겨 오라고 투어사에서 미리 일러주셨다. 옷이 몇 벌 없는 여행자는 그냥 되는대로 챙겨 입고 갔는데, 확실히 초반에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추위가 느껴졌다.


뭔지도 모르고 신청해서 갔는데 산을 보자마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_나 자신 굿 잡 b


한참을 버스 안에서 졸고 보니 몬세랏에 도착해있었다. 버스에서 하차를 한 다음에 몬세랏 초입부로 보이는 곳에서 설명을 들었다. 가장 뷰가 좋은 곳으로 가서 개인 사진을 찍은 다음 산타 마리아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이동했다. 입구로 들어가면 광장 같은 곳이 나왔고, 광장 한쪽 벽면에는 조각상이 있었다. 세계 4대 성지답게 사람들은 그곳 앞에서 줄줄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이드해주시는 분이 예배당 건물을 외벽 쪽으로 가서 의미 있는 조각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숫자를 센다고 설레발치는 바람에 설명을 제대로 듣질 못했다.


(좌) 다들 이곳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 (우) 숫자 세느라 설명 못 들었다.


수도원 건물에 관한 설명을 들은 다음 약 4시간 정도의 개별 관광 시간이 주어졌다. 돌아보면 좋을 주요 스폿 설명도 들었겠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혼자이신가요?" 하며 말을 걸었다. 급작스러웠지만 운 좋게 마음이 맞는 동행님이 생겼다.


동행님과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짜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게 됐다.


십자가 첨탑이 있는 산행 → 푸니쿨라 타고 올라가서 트래킹으로 내려오기 → 1시 20분에 성가 노래 듣기 → 검은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보고 만지고 기도하기 → 점심 간단하기 씹기


동전을 두고 기도를 하고 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먼저 십자가 첨탑을 공략했다. 산 중턱에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금방 올라갈 수 있는 높이였다. 그래서 동행님과 파워워킹을 했다. 산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기는 했지만 나는 스니커즈에 동행님은 단화여서 파워워킹을 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종아리 터질 듯이 걷고 걸어서 첨탑에 도착했다. 다들 기도를 하면서 동전을 놓거나 자신의 소지품 일부를 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동행님은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성호를 긋고 기도를 했고 나는 옆에서 동전을 쌓았다.


첨탑 근처 바닥에 잠시 앉아서 바람을 느꼈다. 날씨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윗 공기는 맑고 쾌청했다.


푸니쿨라를 타는 곳 (좌) 외부 / (우) 내부



다시 파워워킹을 해서 수도원 초입 부분까지 걸어내려 갔다. 수도원 입구 반대편에 있는 푸니쿨라 탑승구간으로 가서 원하는 시간대의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고 줄을 서서 탑승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시간을 확인하는데 촉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산을 타고 올라가면 1시 20분에 시작되는 유소년 성가 시간을 못 맞출 거 같기 때문이었다. 동행님과 상의 끝에 다른 하나를 포기하더라도 길이 닿는 곳까지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는데 결론적으로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기어코 높은 곳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어봤다.


조급하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늦지 않게 내려와서 성가대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동행님과 나는 빈자리를 겨우 찾아들어가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에 가톨릭 예배 자체가 생소했는데, 스페인어로 진행돼서 동행님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을 듣게 됐다.


소리 안나는 카메라 앱으로 겨우 찍었다.


검은 성모 마리아상을 가까이서 보고 기도하는 일은 줄이 너무 길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예배 덕분에 줄이 많이 빠져있었고, 가능성을 본 나와 동행님은 급하게 경로를 틀어 줄을 섰다.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되도록이면 검은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다. 아주 잠깐 급하게 사진 찍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 없었지만 DSLR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간절함을 넘어선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헌까지 드리고 나온 후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음식을 파는 곳으로 들어가 간편 스낵과 초콜릿, 물을 구매한 다음 걸어가면서 스낵을 씹었다.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드코어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냥 다 좋게 느껴졌다.


그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시체스였다.


시체스 바다_ 날씨 왜 이러는 건데?


해외 유명 축구선수가 여기에 있는 집을 샀을 만큼 예쁜 곳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이날 날씨가 점차 어두워지면서 시체스 해변이 음산하게 느껴졌다.


여기에는 유명한 인어 조각상이 있었다. 그 조각상의 손을 만지면 행운이 따른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나는 엉뚱한 곳을 만졌는지 행운 따위는 없었다.


날씨 요정님은 시체스에 있는 동안 함께하지 못했다.


시체스는 퀴어문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하고 누드비치로 유명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날씨만 조금 더 좋았다면 예쁜 해변의 모습을 눈에 담고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음료라도 즐겼을 텐데 그냥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날 투어 일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 정도면 거의 한국인데?


카탈루냐 광장 앞에서 해산했다. 나는 광장 근처에 있는 세포라 매장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이때는 국내에 세포라 매장이 들어오기 전이어서 궁금함이 가득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K-뷰티가 유명세를 타고 있어서 그런지 'Korean House'존이 따로 있었고, 그냥 한국에 있는 뷰티 매장 같았다.


Drop 향수


매장 곳곳에 세계 유명 브랜드 향수들이 즐비해 있었지만 가방에 여유공간이 없는 백패커 여행자였기 때문에 시향만 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간편 DIY 향수 코너를 발견했다. 나는 몇 가지를 시향 해본 후 우디와 시트러스가 어우러진 "I'm Sunshine"을 선택했다. 다른 것은 섞지 않고 그 향만 15ml 용기에 담아달라 했다.


이게 왜 DIY 향수냐면 용기를 15ml, 30ml, 50ml, 100ml 중에서 선택을 해서 담고 마그넷 캡 컬러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키오스크 기기에 자신의 이름을 누르면 네임택이 출력됐기 때문에 나름의 DIY 향수라고 칭한 듯해 보였다.


람브라스 거리_전반적으로 공기가 눅눅했다.


15ml 향수 쇼핑이 끝난 다음에는 다른 매장을 둘러보다가 쇼핑몰을 빠져나와 바로 앞에 있는 람브라스 거리를 걸었다. 거리의 화가부터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 그리고 거리를 걷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보케리아 시장 입구


길을 걷던 도중에 우연히 보케리아 시장을 발견했다. 아침에 가야 좋은 물건이 많다는 그 시장이었다. 그러나 내가 오후 늦게 방문했던 터라 문이 닫혀있는 상점이 대부분이었다. 열려있는 상점들도 그날 장사 끝물이어서 구경할 것이 별로 없는 상태였다. 현지 시장 방문을 제일로 재밌고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시간대를 잘못 맞춰서 너무도 아쉬웠다.


그렇게 걷다가 시간 맞춰 숙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언니의 부탁이 생각났다. 언니는 국내에서 아바카 폰즈 신발을 사서 신었던 게 좋았는지 스페인에서 유명한 에스파듀 신발을 사다 달라했다. 다행히도 유명한 신발 가게가 람브라스 거리 근처에 있었다. 나는 구글 맵을 켜서 위치를 확인한 다음 골목골목 찾아서 걸어갔다.


(좌) 신발가게 외관 / (우) 디스플레이 공간


운영 종료 30분 전쯤에 도착했다. 많은 블로거 글들을 찾아보니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고 줄 서서 입장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마감 전이어서 기다리는 사람이 나 말고는 없었지만, 그래도 룰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 분명 매장 안에 있는 직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와서 구경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일만 하기 바빴다.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는데 안쪽에 있는 카운터에서 한국어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들어오세요!"


카운터에 계시던 사장님이 한국말로 나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둘러보니 여러 종류의 신발들이 즐비해있었다. 신발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것도 있어서 매의 눈을 뜨고 샅샅이 뒤져야만 했다. 매의 눈으로 신발 하나를 겨우 골라 카운터에 계신 사장님께 들고 갔다.


사장님의 한국어는 수준급이었다. 내가 어설픈 영어를 하는데도 곧바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한국말로 대답을 해주셨다. 의사소통 때문에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도 수월해서 놀랐다.


언니는 아직까지 이 신발을 잘 신고 있다.


이렇게 신경 써서 한국말을 해주는 사장님의 배려에 깊은 감동을 받았지만 내가 아는 에스파뇰은 간단 인사말과 감사합니다 정도밖에 없어서 민망함을 느꼈다. 양가감정이 드는 순간이었다.


분수쇼를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 청소년들이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다.


구매를 마치고 다시 람브라스 거리로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 역에 내렸다. 숙소가 있는 지하철 역 근처에서는 몬주익 분수쇼가 펼쳐졌는데, 나는 운 좋게 날짜와 시간이 맞아서 몬주익 분수쇼를 볼 수 있었다. 나름 빨리 갔다고 생각했지만 명당자리는 이미 다 찬 상태여서 차선책으로 사진 뷰가 좋은 곳을 찾아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분수쇼가 시작됐다.


자리를 정하지 못한 나는 계속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그냥 모든 걸 포기하는 심정으로 분수에서 조금 떨어진 연석 위에 걸터앉아서 구경하다가 금방 자리를 떴다.


이런 사진 찍겠다고 분수 쇼 기다린 거 아닌데 ㅠ_ㅠ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분수쇼를 보기 위한 인파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그 수많은 인파를 뚫어야 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숙소에 도착했고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을 잤다.




바르셀로나 여행 내내 날씨 요정님을 만나지 못했다.


현지에 사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18년도 초 겨울에는 이례적으로 눈이 많이 내렸고 내가 방문했던 봄에도 유난히 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몰타도 비가 자주 오지 않는 편이었는데 우산을 써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긴 걸로 봐서는 기상이변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나 런던이 아니어서 우산 쓸 일이 없을 줄 알고 안 챙겨 왔는데 무지 후회했다.


여행의 교훈 : 날씨 요정님의 운에 기댈 생각하지 말고 우산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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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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