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의 시작2

독서 모임의 현실

by 백서향

약속 장소는 동네의 작은 카페였다. 상대방은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해 있었다. 왠지 나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연 어떤 분일까? 나와 비슷한 사람일까?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할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젊은 분이었고 무엇보다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책 이야기보다는 일상적인 대화가 먼저 이어졌다. 육아 이야기, 직장 생활의 고충 등등.

처음에는 책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었나 싶기도 했지만 곧 받아들이기로 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려면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할 테니까.


그분도 나처럼 오랫동안 혼자 책을 읽어왔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 답답했어요."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정식으로 첫 모임을 갖기로 결정했다. 날짜는 6월 6일 현충일이었다.

첫 모임에서 읽을 책 선정이 문제였다.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을 텐데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 끝에 그분이 최근에 감명 깊게 읽었다는 심리학 책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토론한 거리도 풍부하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서 바로 책을 빌려왔다. 첫 독서모임 책이라니! 설렘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그분 말대로 흥미진진한 내용이 가득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동감하는 부분, 의문이 드는 부분, 더 깊이 알고 싶은 부분들을 빼곡히 공책에 적어갔다.



첫 모임


드디어 6월 6일이 되었다. 부지런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카페에 도착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드디어 본격적인 독서토론이 시작되었다. 아니, 시작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는 달랐다. 나는 준비해 간 공책과 책을 뒤져가며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책의 주요 논점들, 작가의 관점에 대한 나의 해석,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반박. 마치 강의를 하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반응이 뭔가 어색했다.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라는 동의의 표현은 있었지만 내가 기대했던 활발한 토론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눈 후 맛있는 커피와 함께 모임을 마무리했다. 겉으로는 오늘 정말 좋았고 유익했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무언가 아쉬웠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 우리 과 오늘 한 것이 과연 '독서토론'이었을까? 나 혼자서 열심히 떠들고 상대방은 그냥 듣기만 한 것은 아니었을까? 독서 모임을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새로운 다짐


집에 도착해서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다른 독서모임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효과적인 독서토론 방법은 무엇인지. 하지만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았다. 어떤 모임은 한 사람이 발제를 하고 그 발제문을 토대로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고, 또 어떤 모임에서는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정답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결국 책을 구심점으로 모임을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비록 내가 그리던 모습과는 달랐지만,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혼자만의 독서에서 벗어나 누군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설레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독서토론이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 비록 서툰 첫걸음이었지만 이제 나만의 독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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