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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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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Aug 30. 2020

호주 회사에서는 한글이름으로

두번째 회사는 매니져 디자이너 정규직이다. 이 곳의 면접을 몇번 보는동안 모든 과정이 매끄럽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 회사에서의 러닝포인트를 계속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을 해서인지 나 있는 그대로 뭐든 하기로 했다. 내가 해왔던 디자인 업무, 과정들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얘기했고 미팅에서도 나 있는 그대로 부족한 영어실력 그대로 영어 대본없이 인터뷰했다.


저번주에 첫 정규직, 풀타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던건 아마도 꾸밈없이 나 있는 그대로 준비하고 그곳에서도 그렇게 일하겠노라 다짐해서 그랬나보다. 


한동안 호주에서 내 이름에 대한 사용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내가 영어이름은 어떻게 얻어걸린 내 이름과 뜻이 비슷한 영어 이름이었고 어떻게 하다가 계속 쓰게 되었다. 불편하진 않았지만 영어이름으로 사는건 확실히 100% 내가 아닌 기분이었고, 누군가에게 내 영어이름으로 소개할때 뭔가 있어보이긴 했고 다들 영어권에서는 영어이름을 쓰니 나도 하나 멋드러지게 써보고 싶었다.


이전 회사에서 다른 유럽이나 인도권 친구들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부르기 힘든 이름도 한글자에서 두글자로 줄여서 부르고 영어이름조차 다니엘을 덴으로 로버트를 롭으로 써몬을 몬으로 스테파이아를 스텝으로 앤드류를 앤디로 다들 줄여 부른다. 굳이 발음이 어려워서 보다는 부르기 편하게 부르는데 나도 굳이 영어이름을 쓰고 그걸 또 줄여서 제 3의 이름으로 불려야 하나 싶었다.


최종면접까지 영어이름으로 날 소개했지만 나는 계약서를 사인하면서 회사에 나의 한글이름으로 소개해달라고 하고 한글이름으로 불러달라 부탁했다. 링크드인이나 소셜네트워크 채널에도 다 한글이름으로 바꾸었다. 아니 이렇게 쉬울수가. 30년 넘게 한국에서 한국 이름으로 살아온 내가 이 호주에서도 쭈욱  이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내가 여기 사는 기분이다. 어색한 영어이름으로 힘든 잔뿌리를 내려볼까하고 애쓰던 나였는데 그냥 그때도 나이고 지금도 나인 나있는 그대로 이곳에서도 사는 기분이다.


우리 아빠는 좀 더 솔직하고 진솔하고 깨끗하게 살겠노라 하고 내 이름을 특정 단어를 사용해서 지었다. 난 정작 그렇게 살기 싫었지만 지금은 뭔가 솔직하지 못하면 내 기분이 꺼림직하기에 너무 솔직한게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 버렸다. 그 특정단어에 대한 의미만 부여 하지 않으면 나는 그냥 그 이름으로 불려져 살았던 것이다. 그 단어자체가 나 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고 내 한글이름만이 나를 한 단어로 표현이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구글에 내 이름을 치면 나의 상세한 정보가 나오는 것도 내 과거의 호기로웠던 흔적들이 내 이름을 거쳐 보여질때 이건 지우고 싶은 기억, 저거는 그냥 안보여져도 되는 과거라 생각하고 영어이름으로 새로운 곳에서 시작이 좋아보일 수 있으나 그런 과거과 성장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언젠가 누가 너 그랬다매 라고 하면 맞아 내가 그랬어 참 호기로웠고 그랬었지라고 인정하며 웃으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나였고 지금도 나이기 때문에 나는 이름이 달라져도 이름을 그대로 써도 어디에 살든 나는 나이기때문이다. 


뭐 이름을 그대로 쓰는게 참 거창하게 보이게 감탄을 하며 쓰고 있지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4년동안 호주에 살면서 영어이름으로 날 알고 있는 지인들과 친구들과 뭔가 모든 가입된 곳들을 이름을 바꾸고 해야 겠지만 뭔가 마음이 확실히 편하고 좋은건 사실이다. 


이제 9월 부터는 한글이름으로 한국 회사에서 다녔던 내가 이어서 한글이름으로 호주 회사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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