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Aug 21. 2021

4차의 11주 3일

시험관 4차 성공

4차 너는 유난히 나를 들었다 놓았다. 자연주기로 했던 4차는 피검사 전까지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었어 포기하고 다른 의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1차 피검 260 2차 피검 690으로 좋은 숫자가 나왔고 첫 번째 초음파 검사 전 다시 임태기가 흐려져 다시 포기하는 마음이었는데 작고 작은 우렁찬 심장이 깜짝이고 170으로 힘차게 뛰는 6주 차 너를 처음으로 보았다. 검은 동그라미 안에 흰 네가 동동 떠있는데 나는 그것이 너인지 한참을 보고 큰 화면 아래서 소리 내서 울었다. 이게 너였다가 다시 사라질까 봐 9주 초음파까지는 작은 통증에도 마음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9주 초음파에서도 네가 잘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까지 나는 화면을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작은 팔과 다리를 퍼덕이는 너를 보고 힘차게 뛰는 심장과 주수에 맞는 크기를 확인했을 때 우리는 비로써 초음파 검사의 두려움을 조심을 내려놓았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너무나 행복해했고 마음을 놓을 수 있다며 나만큼 네가 온 것을 너무나 행복해했다. 


지금은 11주 3일이고 2주 뒤면 다시 너를 확인하러 간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입덧으로 그래 네가 있긴 있구나 하나 느끼는데 가끔 아려오는 통증에 불안하다도 자궁이 커지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모든 게 너무나 낯설고 움직임이 없는 너를 상상하니 배에 손을 대고 대화를 하는 것은 익숙지 않지만 나는 딱딱해지는 내 자궁에 손을 데며 그래도 너를 주신 하나님께 매일 밤 감사 기도를 하고 있다. 


멀리 돌아 돌아 네가 왔다. 작은 네가 손으로 만져지지 않지만 너는 내가 어딜 가든 같이 있고 내가 무엇을 먹든 무엇을 보든 무엇을 생각하든 너와 함께 한다는 생각에 뭐 하나 작은 것에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엄마라는 말이 오글거리고 아직 불안한 시기이기 때문에 너와 같이 있다는 표현보다는 너를 지킨다라는 표현으로 하루하루를 나는 최대한 침대에 많이 누워 버티고 있다. 


점심을 먹어도 꼭 3시면 배가 너무 고프고 저녁을 먹어도 9시면 너무나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도 토 나올 것 같고 밥을 많이 먹어도 토가 나올 것 같은 입덧은 점점 괜찮아지지만 꼭 하루에 한 번씩은 입덧 증상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 어제는 생리통처럼 밑이 너무 아렸는데 오늘은 또 괜찮다. 처음으로 느끼는 모든 감정과 상태들이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하면서도 불쑥불쑥 안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어 최대한 담대하게 그런 생각도 넘기려고 하고 있다. 


시험관 준비하고 2년 만에 네가 왔고 네가 나의 첫 번째 아이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모든 나의 관심과 집중을 너에게 쏟을 것이다. 지금 회사 일도 많고 신경 쓸 일도 많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네가 불편하다고 하면 나는 바로 누울 거고 네가 배고프다 하면 나는 부지런히 먹을 것이다... 내가 많이 부족하고 어떻게 타지에서 너를 키울지 정말 감히 상상도 되지 않지만 너를 무사히 만날 수 있는 3월을 기대하며 이 시국에 나에게 온 너를 주신 하나님께 매일 감사하며 그렇게 너를 기다릴게... 


4차까지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길의 끝에는 분명 네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는 내 멘털이 탈탈 털리고 정말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하루하루 버텨가며 병원을 다니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 안되어도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길에 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는 계속하려고 했다. 내가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너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네가 있는 곳으로 돌아 돌아 멀리 돌아도 가려고 했다. 


이 시국이 반복되고 더 나빠질 수도 있고 정말 네가 사는 세상은 내가 지금 사는 세상보다 더 혹독할 수 있겠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닮고 우리 둘을 닮은 너에게 나의 우리의 모든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너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너를 꼭 내가 지킬게. 내 곁에 잘 붙어 있다가 우리 3월에 따뜻할 때 만나자. 


9주 3일 


매거진의 이전글 4차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