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에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Sep 03. 2021

너에게 6

13주 2일

너에게 쓰는 편지가 이제 정말 너라고 부를 수 있는 네가 나에게 왔구나 싶다. 오늘 긴 팔다리와 손가락 발가락까지 있는 너를 보고 왔어. 다행히 시아버님의 코를 닮지 않은 오뚝한 코까지 보여 얼마나 안심했는지 몰라. 심장소리도 너무 크고 움직임도 너무 좋고 다 너무 좋았어. 초음파를 보러 가기 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봐. 건강한 너를 보니 마음이 노여 병원을 다니오니 긴장이 풀리더라.


너라고 부를 수 있는 네가 내 품에 있단다. 아직은 작은 생명이 내 속 어딘가에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아 오족 하면 저번 주는 밤 11시까지 일 한적도 있었어 다들 태명을 물어보는데도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너에게 배에 대고 말하는 게 익숙지 않아 못하고 있단다 미안 내가 이런 걸 잘 못해 하지만 배는 자주 만져주고 있어 잘 있니? 하고 마음속으로 물어봐 너는 내 뱃속에 있으니 알아듣겠지


배가 좀 나왔어 기본 똥배가 있어서 거의 6개월처럼 보인다 가슴은 매일 퉁퉁 부은 듯 아프고 가끔씩 자궁이 커질라니 빠지듯 아프지만 뭐든 네가 먹는다 듣는다 하면서 조심하고 있어


완벽하게 불안을 없애는 건 네가 태어나 얼굴을 보기 전까진 힘들겠지만 나의 불안을 두고 하나님께 기도 할게 나의 불안까지도 이 생명을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계획 아래 있다고 믿고 다 내려놓을게 내가 불안해한다 해서 네가 더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넌 그냥 잘 붙어 있어 잘 크고..


아직 너를 낳는 건 상상이 안되는데 6개월은 빨리 가겠지 요즘 일이 너무 많아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런가 봐. 그것도 내려놔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오늘 건강한 너를 보여줘서 너무 고마워 나도 자주 쉬고 무리하지 않고 너를 잘 지킬게 고마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4차의 11주 3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