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호주 동네를 엿보다!
시티에 살면서도 시티 잡을 구하지 못한 나는 결국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이렇게 있다간 죽도 밥도 안될 생각에 오지 셰어(*호주 사람과 같이 하우스셰어 하는 것)를 해볼까 싶었던 것이다. 그럼 영어도 계속 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오지잡(*호주인과 함께 일하는 것)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또 시티뿐만 아니라 다른 동네에도 아르바이트 자리는 많이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장에 한국인 커뮤니티에도 들어가 보고 호주 사람들이 직접 올리는 하우스셰어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았다.
2 존에 사는 어느 한 호주 여자가 올린 글이 보였다. 본인은 대만 여자 대학생 한 명과 같이 살고 있으며 또 다른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거다!
여차저차 연락을 취하며 방을 먼저 구경하러 갔다. 그런데 세상에나! 적당한 크기의 집이면서도 전형적인 호주의 집이었고 집주인만의 개성이 가득 담긴 아기자기한 스타일의 집이었다. 집 앞으로는 작은 천이 흐르고 있었고 그 천을 따라 산책길이 나 있었다. 집 주변으로 모든 곳이 다 푸른 자연과 나무였으며 자연친화적인 이 집에 나는 단숨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당장에 들어오겠노라. 이야기하며 그 주에 바로 이사를 했다.
2 존은 시티에서도 10분 정도 거리로 멀지 않아서 접근성이 좋았다. 또 다른 존으로도 쉽게 갈 수 있었고 교통편도 좋아 다른 동네를 놀러 다닐 수 있는 게 정말 좋았다.
이제는 시티가 아닌 다른 동네에서 지내다 보니 처음 제대로 알게된 이 교통 시스템이 참 재미있었다. 퀸즐랜드는 ‘존(zone)’으로 구역을 나누는데, 시티를 1 존- 중심으로 하여 브리즈번 전체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형태이다. 시티에서 더 멀어질수록 교통비가 올라가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처럼 교통카드를 충전하여 버스든 지하철이든 이용할 수 있고,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많은 호주인들이 대중교통을 애용하고 있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한국인들은 비교적 집값이 싸고 일자리가 많았던 브리즈번 남쪽의 4 존으로 많이 살고 있었는데, 실제 그 동네를 버스 타고 지나갈 때마다 많은 아시아인들을 볼 수 있었다. 4 존 Sunny bank라는 동네에는 차이나 타운도 있었는데 말이 그렇지, 거의 아시안 타운이었다. 정말 많은 아시아인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한국 식당도 많았다.(국밥집에 곱창집 까지 있었다!) 조금만 살다 보면 건너 건너 한 번씩 다 안면을 트게 되는 그런 동네인 것이다. 또 각 동네마다 큰 쇼핑센터도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쇼핑몰들을 버스정류장 차고지로 삼아 이동하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쇼핑은 덤!)
이곳저곳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돌아다니다 보니 정말 호주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내가 쏙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들과 똑같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였으며 같은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며 장을 보았다. 또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사방팔방 영어의 세상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게 진짜 외국 생활이구나!라는 뿌듯함과 설렘을 느꼈다. 조금 더 레쥬메를 다듬고 많은 가게에 찔러 넣어본다면 곧 Aussie 동네에서 일할 수도 있겠다, 나도 바쁜 이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이 차올랐다.
그렇게 새로운 집에 보금자리를 펼친 나는 멀지만 금방 잡힐듯한 희망을 가득 안은 채 다 잘 될 것이라는 꿈을 꾸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