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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22. 2020

하루의 끝

계절과 시간을 온전히 느끼는 삶

오늘이 추분이었다고 해요. 이제 낮보다 밤이 길어질테고, 긴 밤이 점점 짧아지면 봄이 오겠네요.


시골에 와서 재택근무를 하니 하루가 참 길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공기를 방안으로 들여놓고, 일기예보를 보고 빨래를 해서 널고 근무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역시 회의도 계속 되고, 급히 작성해야할 보고서도 밀려들고, 그 외에도 고민하고 처리해야할 것들이 많은 보통 직장인의 낮시간을 보냈어요. 오늘 회사원의 하루는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빴는데, 지나고보니 대체 오늘 뭐했지? 싶은 그런 하루였어요.


그런데도,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건

사무실에 있었다면, 허리 펴면서 카페테리아에 가서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올라오면서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을 시간에 이슬 맞을까봐 후다닥 빨래를 걷어 오기도 하고, 고양이 밥과 새모이를 틈틈히 놔주고, 점심 먹고 잠시 숨돌리는 시간에는 어제 탈출한 닭을 동생과 함께 잡으러 다니기도 해요. (무사히 집으로 귀환시켰습니다. 물론 동생이요 ㅎㅎ) 아침햇살, 오후햇빛, 저녁노을과 해저문 풍경을 놓치지 않고 보게되니 하루가 왠지 길게 느껴집니다. 


저녁에 동생이 돌아간다고 해서 잠깐 나왔더니 어느 새 이렇게 날이 저물고 달이 밝게 떴네요. 이제 이시간엔 긴팔을 입고도 써늘해서 집안으로 후다닥 달려오게 됩니다.


오늘 도착한다던 화물 택배가 도착 메시지만 오고 물건이 없길래, 이렇게 깜깜한데 오시지 말라고 하려고 전화를 드렸더니 한참을 안받아서 내 전화도 독촉 전화로 알고 부담됐겠구나 하던 찰라, 전화가 왔네요. 그래서 너무 어둡고 집앞 도로는 공사 중이니 내일이나 모레 천천히 오시라고 했어요. 왠지 기뻐하는 듯한 목소리에 저도 같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래저래 분주한 하루가 가고, 내일의 분주한 날을 준비해야겠어요.




일은 많은데 여유로운, 이상한 이 생활이 꽤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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