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아니고 시골집.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서울 한복판인 종로구에서 태어나 이제 시골 살이를 준비하는 나도 곧잘 그런 소리를 했었다.
그때의 시골은 그림 속의 전원이었다. 누군가가 가꿔준 정원과 누군가가 관리해주는 깔끔한 집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풍경을 보는 것.
그러나 내가 6년간 주말과 휴일을 보낸 시골살이는 사실 사진 한 장 찍을 새도 없는 전투현장이다.
뒤돌아서면 자라는 풀, 텃밭에 뭐라도 키우게 된다면 철 따라 해줘야 할 일들이 매 시간, 매일 쌓인다.
안해도 그만이지만, 그걸 하자고 시골에 왔으니 쪼그리고 앉아 묵묵히 한다.
처음에 샀던 헌터 부츠 >> 일하다 보면 불편하고 딱딱하고 무거워서 저 멀리 치우게 된다.
예쁜 앞치마에 나름 이쁜 옷 >> 일하다 보면 덥고 불편해서 시골 읍내에서 산 바지와 쿨토시를 하게 된다.
예쁜 밀짚모자 >> 일하다 보면 천으로 3면을 가린 농사 모자로 바꿔 쓰게 된다.
과장도 아니고 웃자고 하는 말도 아니고 경험담이다. ㅎㅎㅎ
아.. 물론 돈이 많으면 된다.
정원은 정원사가 손질해주고, 주택관리사가 관리해준 집 한켠 작은 텃밭에서 토마토나 허브를 기르면,
아마도 너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난 그러고 싶지 않아서 늘 시골집이라고 한다.
내가 심고 가꾸고 손질해준 나의 정원과 텃밭에서 일을 하다가 잠깐 멈추고 산에서 부는 바람을 맞는 일이 좋아서 아파트 대신 시골집을 지으려 하는 것이니까.
동생은 우리도 시골 유투버를 해보자고 계속 얘기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조차도 내려오면 카메라 켤 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이 고생을 하러 가냐면.
넓은 정원이 있다는 건
무엇보다,
뭐, 이정도면 난 충분하다.
어서 더 나이 들어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전에 들어가고 싶다.
내년에 집을 짓고 나면 풍경은 많이도 변하겠지만, 또 다른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것이다.
자. 그럼 오늘 저녁에도 내려가서 F/W 시즌 준비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