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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울타리

넘고 싶지 않았던, 자유로운 곳

by Emma

6년 전 그날도 비가 왔었다.

오늘 새벽 폭우때문에 재택근무하라는 알림과 함께 뜬 페북의 과거알림을 보니, 그날도 비오는 퇴근길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 쯤에 톡으로 날아온 사진 한 장을 보면서 어서 주말이 오길 기다렸다.


강화도 옛집은 사실 거주하려고 한 곳은 아니었지만, 어느날 부터 아빠는 자기 짐을 차에 차곡차곡 넣고 내려가더니 눌러앉으셨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너무 이해되는 그런 마음.


그땐 제일 먼저 낚시도구들을 소중히 챙겨서 갔는데, 채 반년도 되지 않아 그것들은 먼지쌓인채 구석에 처박혀버렸다. 꽃을 키우고, 마당에 무엇인가를 만드는게 너무 즐거웠던 것 같다. 도시에만 살던 우리 가족들은 아빠가 뭔가를 만들고 키우는게 너무 신기하고 멋져서 주말에 들어가면 차에서 내리면서 부터 달라진 것들을 발견하고 있는 시간 내내 감탄하고 즐기다 돌아왔다. 다들 처음 해보는 서툰 사람들이라서 비뚤비뚤 엉망이었어도 그냥 다 좋았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난 그날 사진을 한 장 찍어보내셨는데, 마당의 조그만 평상이 슈퍼 정자가 되어 있었다.

주말에 다같이 지붕에 뭘 덮자고, 그러면 비오는 날도 나와서 놀 수 있다고도 했었다.


아빠. 근데 모기는 어쩌지?

모기장 하나 주문해봐. 달아줄께.


그리고 아마 그 주말에 가서 신나게 고기도 굽고 맥주도 마시고 뒹굴거렸던 것 같기도 하고....


해마다 마루를 넓혀가면서 우리 가족들, 내 친구들, 찾아오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그 곳엔 이제 너른 데크가 생겼다. 내가 넝쿨 장미를 심어놓으면 예쁜 파고라를 만들어주고, 난 그 파고라에 다시 인동초를 심고, 그 사이에 새집을 만들어 놓아줄 사람은 이제 없지만 함께 보던 풍경은 늘 보고 싶어 울도 낮게 하고 데크도 넓게 깔아두었다.


KakaoTalk_Photo_2020-08-06-10-23-11.jpeg 이젠 볼 수 없어 그리운 모든 것이 이 사진에 있다


집순이인 나는 아빠가 쳐준 울타리 안에서 늘 행복했다. 나에게 아빠의 울타리는 가둬두는 곳이 아니라 자유를 주는 곳이었다. 넘고 싶지 않았던 그 울타리 안에서 오래 함께 하고 싶었던 맘을 아빠는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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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비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불었다는데, 우리 집은 무사할까. 떨어져있다는 건 참 맘이 아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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