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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03. 2020

이제, 끝내고 싶어요

공사현장에 사는 사람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바람과 햇살과 맑은 하늘이.

이런 바람과 하늘은 참 오랜만이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도 안하고 나와서 사진부터 찍어두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태풍이 오기전까지 계속 맑던데, 슬쩍 기대해도 될까.


바스락 거리는 날이 며칠 계속되서 물이 마르면 할 일이 참 많다.


젖은 쓰레기 버리기

외벽청소하기

유리창닦기

밀린 이불빨래 하기

흙뭍은 것들 씻어 깨끗하게 말리기

옮겨올 꽃들 옆에 난 풀 베어놓기

창틀에 살충제 뿌리기 는 안하기로 했다. 예쁜 청개구리들이 죽을 수도 있어서 (왜 샀나...)


그리고,

마당 공사 마무리하기

마당 평평하게 하고

뒷마당 수로도 만들고

디딤석 빼곡하게 깔아 보송보송한 바닥 만들고

잔디깔기 전 디딤석으로 예쁘게 길만들고

출입로 파인 곳 평평하게 만들고

옮겨심을 수 있는 꽃들 옮겨 심고

잔디깔고

장독옮기고

꽃이랑 나무랑 옮기고

변경 허가가 마무리되면

창고 제자리에 놓고

창고 정리하고

컨테이너 윗밭 아저씨에게 넘겨드리고

저온창고 옮기고

쓰레기 정리하고

담장만들고

대문만들고

정화조도 마무리하고

수돗가도 만들고

데크도 다시 칠하고 (곰팡이까지 야무지게 피었다)

음.. 뭐가 또 있을텐데, 일단 여기까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는 나와 어차피 해야할 거 잘 해치우자는 내가 싸우는 중인데, 늘 그렇듯 해야할 일은 빨리 해버리자는 내가 이길 예정. 저걸 또 혼자 다 해낼 수 있을런지 걱정은 되지만 뭐..... 하겠지. (ㅎㅎ)


더 바빠지거나, 출근 시작 전에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매주 태풍이 온다. 

이렇게 하늘하고 동업이 안되다니, 나... 뭐 잘 못 했나. 대체 뭘 잘 못 했나.... 알려 달라.



여튼, 우리집은 여전히 공사 중.

택배도 주택공사 현장이라고 되어 있는 주소 안바꾸고 있다.

이럴 줄 정말 몰랐지. 이럴 줄 알았음 시작도 안했겠지. 몰라서 다행이다. 


근데 괜히 써봤다. 써놓으니까 도망가고 싶어졌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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