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Sep 05. 2020

주말, 플랜C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아무거나 

토요일 하루 바쁘게 지낼까 늘어져서 보낼까 한참 고민하다가 대강 생각나는 일들만 하고싶은 대로 해버리기로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침구를 빨아서 햇빛에 말리고

요즘 집에서 입고 돌아다니는 원피스도 손빨래 해서 널어봅니다. 


청소기를 열심히 돌리고 나와서  50리터짜리 쓰레기 봉지 두개와 큰 마대자루 두개에 쌓인 재활용과 2주간 받았던 택배 박스를 정리해서 부지런히 차로 날라다 버리고, 샤워하기 전에 크로와상 생지를 꺼내 발효시켜 놨어요.

한 번 구울 양만큼만 꺼내서 귀엽게 통통해질 때까지 기다려봅니다.


샤워하고 생지가 발효될 때까지 담요를 뜨면서 기다려요. 짜투리 실로 뜨기 시작했는데 2/3지점까지 온 것 같아요. 다음에 뜰 것은 예쁜 패턴의 목도리인데 실도 찾아놓고 패턴도 찾아놨더니 이걸 빨리 끝내고 싶은 맘에 틈만 나면 붙잡고 있어요. 실도 얇고 바늘도 얇아서 진도가 안나가서 속이 터지는 중이지요. (ㅎㅎ)

멍멍이들이 하도 짖어서 밖을 보니 택배가 또 와있네요. 야심차게 사놓았던 모기향 거치대가 자꾸 넘어져서 다른 모양으로 찾아서 사봤어요. 시골 마당엔 모기향이 필수품이니 거치대도 많으면 나쁘지 않다고 위로하면서 질렀습니다. (;;;)

이걸 풀었더니 또 택배박스 무더기가 쌓였네요. 그건 내일 아침에 내다놔야겠어요.


집에 들어오는데 제일 먼저 사두었던 쓰레기통이 보였어요. 하나는 재활용, 하나는 종량제 봉투용이라고 고르고 골라 샀는데, 생활 패턴과 영 맞지 않아서 쓸모를 다하지 못하고 서있던 것들을 잘 써먹기로 했어요.

쓰레기 모으는 봉투들이 신발장이며, 팬트리에 널려있었는데 여기 넣어주었습니다. 다른 용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빈 봉지먹는 하마로 살아갈 것 같아요. 여전히 쓰레기통 방랑기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밖에 놔둔 철재 쓰레기통도 다른 것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다른 용도로 써먹을지도 모르겠어요. (걘... 뚜껑이 없어....)

곧 청소기와 이 봉지먹는 하마의 위치를 바꿔야겠습니다. 대체 물건들은 언제쯤 모두 제자리를 찾아서 가게 될까요. 평균 100일이 걸린다던데, 내년 봄이면 눈에 거슬리는 것없이 편한 위치로 모두 갈런지...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방울이가 자기 장난감을 모아 놓고 째려보고 있네요. 야. 너도 도와... 누나 바빠.

어제 빨아놓은 이불 커버꺼지 씌워서 방에 놓으니 햇볕향이 나는 것 같아요. 오늘도 어제처럼 쨍한 날씨면 참 좋았겠지만, 비 안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봅니다.


이제 발효한 생지를 와플팬에 넣고 구워줍니다.

바삭하게 굽는 동안 커피를 내렸어요.


바쁜 오전을 보내고, 오후는 노닥거리면서 지내볼 예정입니다.

풀베는 것도, 풀 속에서 구근을 찾는 것도 오늘은 안할래요.


이거 먹고 못 본 드라마 보면서 담요 뜨다가 빈백에 파묻혀서 졸다깨다 하면서 보내는 토요일 오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해가 지면 새로산 모기향 거치대에 모기향 피워서 맥주 들고 데크로 나갈 예정이에요.



계획없이 대강 사는 날도 참 좋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참, 오랜만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