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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17. 2020

침묵의 시간

마음의 먼지를 날리고 싶을 때

대상도 없이 화가 치밀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고, 누구도 만나기 싫어지는 상태가 될 때는 원인이 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별거 아닌 나약한 인간의 우울함은 칼에 손을 베인 것처럼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먼지 쌓이 듯 켜켜히 쌓인 감정들이 모아서 나오는 결과라는 것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보통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들을 찾아내고 위로하면서 그 먼지들을 틈틈히 날려버린다. 그러나, 지금처럼 아무리 날려버리려고 해도 계속 쌓일때는 생각이라는 것을 해봐야한다. 곰곰히. 나는 유저 분석을 하듯 내 마음을 틈틈히 분석하곤 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혼자 방구석에 숨어 들어 늘 묻는다.


넌, 지금 대체 왜 그렇게 기분이 별로니?


그러나, 이것저것 알고 깨닳게 된 만큼 내 마음도 복잡해져서 아무리 물어도 예전처럼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복잡한 사람이 되기 싫고, 안팍으로 투명한 사람으로 살고 싶었으나 그것도 내맘처럼 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마음이 답답할 때는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헤매고 다니곤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서 이 먼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도 같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인 집을 좀 떠나있는 것 밖에는 없어서 내일은 한달 반만에 출근을 해보기로 했다.


조직개편 전에 책임리더님 얼굴도 볼겸, 올해 가장 신경쓰이는 과제 리뷰도 할겸, 겸사겸사 왕복 160km의 먼 길을 다녀오기로. 다녀오면 좀 나아지려나?


즐거울 나의 집이 정말 즐거운 나의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여유있을 때 집을 지었어야했다. 지금 누가 나에게 집 짓는거 어떻냐고 묻는다면 아주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그건 결정장애자가 되어도 괜찮은 일이라고 말해줄 것 같다. 생기는 모든 문제를 다 감당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하라고도.


바쁘다고 대강대강 결정하고 넘어간 것들도 다 눈에 거슬리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 일어나는데 나는 여전히 바쁘고 도무지 어떻게 해결 해야할지 모르는 이 상황이 심란한 마음의 시작인 것 같다. 살면서 문제가 생기면 늘 답을 찾았고, 지금 못 찾아도 찾아갈 방법이라도 알았는데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다. 안다해도 뭘 어찌할 방법이 없는 일도 많다. 그래서 지겨워졌나보다. 그새.


하여 지금 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지분은 집이다. 아마도 그런 것 같다. 버리고 도망갈 방법도 없어서 참 걱정이다.  일생 첫번째 후회하는 일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집짓기가 된다면  슬플테니 그러지 말아야한다 강박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이 끝도 없는 굴레에서 누가 날 좀 구해줬으면 좋겠으나 그럴 수 없는 것도 뻔히 알아서 손가락으로 하소연 중이다. 밑도 끝도 없이 이 공간에서.


오늘은 진심으로 후회 중이다.

나 집을 대체 왜 지은거야? 지금은, 하나도 좋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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