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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Sep 20. 2020

주택의 마법

꼼지락꼼지락 열심히 움직이게 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아도 이상하게 몸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리저리 다니면서 환기도 해야하고, 볕이 좋으면 재빨리 빨래를 해서 널어야해요.

그러다가 마당 주변에 눈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자꾸만 몸이 그쪽으로 가버립니다.


이것이... 주택의 마법인가봐요.

움직이다 보면 또 탄성이 생겨서 계속 움직거리게 되거든요.


지난 주에 억지로 억지로 이것저것을 해버렸습니다.

공사하는 날은 아침 1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미팅이 시간마다 있었고, 갑자기 잡힌 보고 때문에 답 안나오는 문서를 써야하는 날이기도 했는데, 일단 와주신다고 하여 이모가 지원군으로 나섰어요. 그 덕에 뒷마당에 드디어 진흙이 없어졌지요!!


너무 바빠서 대강대강 결정하고 진행한 것들이 여전히 눈에 거슬리지만 어쩌나요. (ㅠㅠ) 제가 때맞춰 의논하고 결정 못해드린 것을요. 원래 하루에 할 일이 아닌데 저희집을 너무 딱하게 본 사장님께서 하루에 후다닥 끝내주신 것에 일단 감사하고 있어요. 내일은 또 전화해서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여쭤봐야겠습니다.


집 옆이에요. 이곳과 뒷마당은 꽃이나 나무는 안키우기로 결정해서, 잡초관리도 쉽게하려고 제초매트를 깔고 자갈돌을 덮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연은 돌틈에서 싹을 틔우겠지만, 관리는 쉬울 꺼에요.

잡초 당분간 안녕!

그리고, 앞마당 데크옆엔 디딤석으로 마당을 만들었어요. 엄마랑 이모는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좋아하긴 했는데, 사실 맘에 썩 안듭니다. 완벽한 집을 짓고 났더니 사람이 까탈스러워지네요.(마감이 영.... ㅜㅜ) 그래도 하루에 할 일이 아닌 것을 억지로 해주고 가신 그 맘을 알아서 잘 수습해보려고 합니다. 요 며칠 볼 때마다 속상하긴 한데... 언젠가 이것도 해결은 되겠지요. 돌 위에 얹어져버린 저 시멘트를 대체 어떻게해야 빨리 없애버릴 수 있을까요?


사이에 예쁜 강자갈을 채우고 싶었지만..... 실용적인 공간이 하나쯤은 있어야해서 포기했어요.

외부 수돗가도 급히 만들었습니다. 역시나 급히 하느라 씅에는 안차지만 물을 맘껏 쓸 수 있으니 편하기는 해요. 언젠가는 예쁜 타일로 덮을꺼에요!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ㅋㅋㅋ) 별채 앞 수돗가는 정말 예쁘게 만들고 싶어요.


지난주엔 정말 머리 아픈 일들이 많아서 매일 두통약을 먹고 일을 했는데, 그럴 때는 몸을 움직이면 좀 나아지더라구요. 해서 두손으로 들만한 돌을 열심히 날라다가 수돗가를 빙 둘러놓고 자갈을 채워놨어요. 수돗가 근처는 무엇인가가 항상 놓이게 되고, 말려야하고, 밟고 지나가게 되서 꽃과 경계를 지어버렸어요.


저녁에 나가서 살살 움직이면서 땀내고, 샤워하고 책 좀 보다보면 잠도 잘 오고 좋아요. 대체 뭐하는 거냐고 다들 묻는데 저의 소중한 취미생활이랍니다. 일부러 헬스장가서 웨이트도 하는데, 돌 좀 들죠 뭐.


드디어, 달았어요!


그리고 토요일 아침에 저의 슈퍼맨이 짠~ 하고 오셔서, 호스 걸이를 달았습니다. 남은 담장 설치 의논을 하러 잠깐 오신거라서.... 사실 아무것도 부탁 안드리려고 했는데, 안그래도 작은 수돗가에 저 호스가 가득차 있어서 담요를 빨 수가 없었어요. (ㅠㅠ) 그래도 달아서 쓰니까 참 좋습니다!


다는 김에 새들을 위한 식탁도 담장에 달아놓았어요. 새들이 자꾸 길고양이 밥그릇을 탐내는데 현관앞 포치가 새똥으로 더러워지는 것은 괜찮은데, 지난번에 고양이에게 당했는지 물까치 한 마리가 죽어있더라고요. 분리를 해줘야할 듯해서 오신김에 냉큼 달았습니다.


밤새 첫끼를 싹 비우고 가줘서 신나네요!

옆 담장에도 조르륵 달았습니다. 내년에 미스김 라일락이 무사히 꽃을 피우고, 호스타가 넓은 잎을 피우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겨울 무사히 보내고 어서 봄이 오면 좋겠어요.


달아보니 너무 예쁘고 맘에 들어서, 앞 담장이 생기면 담장에 달아볼 이것저것, 요것조것들을 또 밤새 주문했어요. 제때 잘 오면 좋겠는데, 안오면 또 어떤가요. 나중에 달지요. 뭐


그리고, 드디어 열쇠들을 정리해버렸습니다. 이름을 잘 써두고, 한종류씩 모아서 꾸러미를 만들어서 서랍에 넣어놨어요. 당장 쓸 일은 없어도 세 뭉치나 되니까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듯해서 안심되고 좋네요.

열쇠부자

필요한 개수가 애매해서 좀 많이 샀는데, 이렇게 유용히 쓰실 분들이 곧 생길 것 같아 나눠드렸습니다.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가진 것이 여유로워도 마음이 여유롭지 않으면 잘 안되는데, 슬슬 잘 나눠줄 수 있는 맘이 돌아오고 있어서 신나요.


토요일 오후에는 내친김에 지난주에 구출한 구근들을 다 심고, 코코넛껍질 멀칭재를 물에 불려서 덮어줬습니다. 화단 끝까지 다 하려면 다음주 내내 틈틈히 움직어야할 것 같아요. 자갈을 걷어내고, 엣지를 심고, 구근을 심고, 멀칭을 덮고, 다시 자갈을 정리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해가 집니다.

가장 이른 봄에 나오는 구근들을 심었어요.
눈썹달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 토요일

맑은 날 해가 지면 하늘 전체가 무지개빛이 됩니다. 붉은 색에서 짙은 보라색까지 보이는데 핸드폰 카메라로는 잘 나오지 않아서 항상 아쉬워요. 요 며칠 노을이 늘 다르게 예뻐서 사진을 매일 찍었는데요. 생각해보니 이렇게 예쁜 노을이 지는 계절도 곧 끝나네요.


목요일
그리고, 오늘

다음주만 잘 보내면 곧 추석 연휴가 옵니다. 아마 다음주도 또 두통약을 먹어야할만큼 바쁘게 살겠지만, 추석 연휴는 여유롭게 보내려고 일부러 달리는 것도 있으니 잘 살아내려고요! 내일도 모레도 주택마법에 걸려 열심히 움직이면서 이것저것 돌봐야겠어요.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계절이 또 금방 지나가 버릴 것 같으니까요.



방금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찬바람에 깜짝 놀라고 들어왔는데, 오늘 최저 기온이 13도래요.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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