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의지로 자신의 우주에서 살아가기
헨리는 한 달 전에 머리카락을 밤톨처럼 짧게 잘랐습니다. 짧은 머리가 헨리에게 잘 어울립니다. 머리카락이 일주일마다 쑥쑥 자라나자 헨리는 바버샵에서 쓰일 만한 전용 커팅 도구를 샀습니다. 바버샵에 가면 매번 3만 원을 내고 이발해야 되는데 머리는 너무 빨리 자라기 때문에 번거롭고 정기적인 지출이 생기거든요. 섬세한 이발 도구는 0.2cm부터 mm단위로 머리카락 길이를 조절하여 자를 수 있습니다. 헨리는 이제 조금 길렀다 싶으면 스스로 이발을 합니다.
헨리는 일주일에 1번 빵을 만듭니다. 주식으로 먹어도 되는 담백한 프랑스 빵입니다. 빵을 만드는 건 효소를 기르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타이베이와 LA는 둘다 날씨가 따뜻하지만 습도가 달라서 효소도 다르게 만들어집니다. 밀가루에 물과 효소를 넣고 하루를 숙성시킵니다. 다음 날 끈적하게 부풀어오른 도우를 동그랗게 다듬어서 더치 오븐에 넣어 굽습니다. 매번 빵을 두개씩 만들고 일주일 동안 가족들은 아침 식사로 빵을 즐깁니다. 전문 빵집보다 맛있으며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헨리의 창업 스토리는 참 특이합니다. 헨리는 어렸을 때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자랐습니다. 프랑스어 지역에서 학교를 다녀서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를 모두 구사합니다. 성인이 돼서는 캐나다의 명문대에 입학했습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던 헨리는 현지 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졸업을 하면 직장인이 될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헨리는 이미 대학교를 졸업해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는 직장 생활에 대해 한참 푸념했습니다. 매월 월급을 받아 세금으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남는 돈으로 렌트비를 내면 손 안에 남는 돈은 미비합니다. 직장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고 언제 짤릴지 몰라 고용 안전성도 떨어집니다.
헨리는 친구처럼 될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 합니다. 고용자의 궁극적인 단점은 회사에서 선택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삶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기력증을 느낍니다.
헨리는 성공을 주제로 한 무수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공통적인 메시지는 창업을 하라는 것이었고 헨리는 진취적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우등생인 헨리는 대학교를 자퇴하고 대만으로 돌아오기로 합니다. 캐나다보다는 대만이 사업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만이 인건비가 훨씬 저렴했고 창업자에게 기회가 더 열려있었습니다.
가족들은 헨리의 결정을 지지했습니다. 헨리의 아버지는 만나는 사람에게 모두 아들의 대학 자퇴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평범한 길을 따라가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 내 아들은 난 놈이야! ”
헨리는 대만에 온 후, 한 동안 캐나다를 방문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목표한 일은 해내고 친구를 찾고 싶었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은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페스트리샵을 열었고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직원 없이 새벽까지 일했고 집과 가게만 오고 가며 매진했습니다.
페스트리샵을 열었을 때 모두가 전문적으로 르코르동 블루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배웠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헨리는 배움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지만 창업에 필요한 건 인터넷에 다 나와있다고 답했습니다. 가게의 매출은 점점 늘었습니다. 가게를 오픈한 지 2년이 됐을 때 헨리가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가게는 잘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셰프와 직원들이 가게를 돌봅니다. 가게를 여전히 관리해야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헨리는 페스트리샵을 캐시카우를 만들었고 정말 하고 싶었던 아이템으로 두 번째 창업을 하고 있습니다.
헨리는 첫번째 창업을 성공하고 베스트 프렌드의 결혼식의 베스트 맨을 하기 위해 3년 만에 캐나다를 방문했습니다. 친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요. 친구들은 대학교 자퇴 결정을 많이 반대했는데 아마 친구들은 아래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했을 것입니다.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일, 친구들이 있는 캐나다에서 정착하기.
헨리는 이처럼 남들이 모두 가는 길은 비교적 쉽다고 합니다. 자유롭고 자신이 온전하게 소유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저 뻔한 길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것을 뚝딱뚝딱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렵지만 인생은 오직 한 번이니, 그럼 어려운 길로 가야 한다고요.
저는 평일 시간을 꼬박 회사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갑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고 설득도 필요합니다. 보고 내용이 상사 마음에 들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밀려드는 업무를 해내기 바쁩니다. 나이스한 동료가 되기 위한 매일 매일의 분투입니다.
헨리는 타인이 하는 말은 Don’t give a sh*t 하라고 조언합니다. 헨리의 조언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제가 외부의 피드백과 칭찬을 동력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글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헨리는 머리를 가볍게 자르고
빵을 직접 만들며
자기 사업을 만들어갑니다.
헨리는 온전한 의지로 자신의 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짧은 인생을 보다 멋지게 살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