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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eon Mar 02. 2022

디지털 노마드는 LA에서 리모트로 일합니다.

1년 동안의 리모트 워크가 가져온 라이프 변화


팬데믹 전에는 한 달에 한번 Work From Home Day에 재택근무를 맛보았습니다. 한 달에 한번 특혜로 쓸 수 있었죠. 저는 최근 100% 리모트 워크로 근무하게 되었고 리모트 워크는 뉴노멀(New Normal)이 되었습니다.


Airbnb의 2021 Winter releaed 영상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질문자: 브라이언, 요즘 관심은 무엇인가요?

브라이언(에어비앤비 CEO): 요즘 내 관심은 완전히 달라진 세상과 우리 생활 방식의 변화예요. 지난 수세기 동안은 우리는 일하는 장소에 구속받았어요. 근무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멀리 벗어날 수 없었죠. 팬데믹으로 우리는 근무지의 제약에서 벗어났어요.


https://youtu.be/HCjWjmOhQms


Airbnb는 Wifi가 잘 되어 있는 숙소 필터 기능을 언급하며 리모트 워킹 주제로 업데이트를 소개합니다.  정말 기억에 남는 뉴스였던 게 영상의 메시지에 100% 공감했거든요.  제가 1년 동안의 리모트 워크를 하며 느낀 라이프 변화에 대해 공유합니다.


1.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권한이 주어진다.

자유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가장 자유롭게 쓰는 사람은 대표였습니다. 대표는 연차가 없어도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금요일 오후 시간을 빼곤 했어요. 아침에 아주 일찍 출근하고 점심에는 가족 업무를 보다가 저녁에는 거래처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대표의 스케줄은 구글 켈린더에 공유되었기 때문에 매번 확인이 가능했고 저는 대표의 시간 패턴을 읽게 되었죠. 대표는 자신이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 업무 시간 조정이 가능했어요. 자본주의에서 시간을 통제 할 수 있다는 건 권력과 권한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리모트워킹을 통해 대표가 아닌 사원도 이 파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업무를  집중적으로 하고 남는 시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처럼 내 컴퓨터 스크린을 감시하는 관리자도 없습니다.  출퇴근 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오직 일을 하기 위한 준비로서 버려졌습니다. 온라인으로 일한다는 것은 출퇴근을 위한 2시간이 내 손으로 들어오는 걸 뜻합니다.


저는 다른 재택근무의 장점은 제쳐두고 시간 관리에서 내가 대표와 동일한 권한을 가졌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2. 환경의 힘은 강하다.

매일 출근하는 과정은 일종의 리추얼입니다.  1시간 동안 9호선에 갇혀 강남까지 지각을 면하기 위해 발을 동동 걸린다면 리추얼로 보기 힘들지만 타이베이에서는 회사까지 출퇴근 시간이 보통 길지 않습니다. 10분에서 30분 정도가 보통인데 저는 항상 지하철에서 내리면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거기서 아침으로 먹을 차茶계란을 사고 근처 단골 커피숍에서 라테를 삽니다. 단언하건데 타이페이 최고의 라테를 만드는 커피숍입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골목길을 따라 걸어 회사에 도착합니다.  


매일 똑같은 길에서, 같은 책상에서, 같은 뷰를 보고 일하는 것은 마음의 안정감을 줍니다.


그래서 리모트 워크는 새로운 리추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즐거움이 동시에 있습니다. 몸이 늘어져 있던 침대 바로 옆 책상에서 정신을 차리고 업무 속으로 빠져드는 게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일부러 업무 시간 2-3시간 전에 책상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강방적으로 신경써서 리추얼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인지 리모트 워크를 하면 퇴근 후 마시는 맥주가 예전보다 개운하지 않습니다.  쉴 때도 컴퓨터에서 내가 처리할 문제가 여전히 함께 있는 느낌이 드니까요.



3. 워킹 비자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다. 

해외 취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워킹 비자 문제에 민감하실 거예요.  사무실 근무라면 지원자는 실제로 워킹 비자를 받아 일할 수 있는지 채용 과정에서 집착을 하게 되고, 회사도 비자 문제 처리로 고용을 포기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리모트 워크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회사가 워킹 비자나 거주 문제 등을 미루기도 해요. “일단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시고 다음 분기에 외국으로 넘어오시죠”라고 동의가 가능합니다.


또는 100% 리모트 워크로 일하는 포지션으로 남겨두기도 하고요.  직장인은 드디어 작은 진화를 하게 된 거죠.  사무실에서 벗어나도 사실 문제없습니다.  채용에서 거주자 조건이 없어지니 업무의 한계도 넘기 쉬워집니다.  서울에서 거주 중인 한국인이어도 영어가 가능하다면 싱가포르 회사의 영미권 업무를 할 수 있는 거죠.



4. 리모트 워크 시에 훌륭한 리더란?

직원과 명확하게 소통하는 리더가 훌륭한 리더입니다.  리모트는 업무를 진행할 때 텍스트로만 서로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니 많은 오해가 쌓입니다.  또 관리자가 부지런히 소통하지 않으면 얼굴 한번 안 보고 한 달이 지나가기도 하지요.  리모트로만 일하면 직원들끼리 신뢰가 쌓이기 어려운 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사무실에서 일어난다면 일련의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는 일도 서로 공간이 분리되어있는 만큼 업무의 연관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명확하게 업무의 타임라인을 파악하는 일, 직원의 안부와 생각을 자주 묻는 일이 리더로서 더 중요하게 됩니다.  



제가 관리자라면 이렇게 할 거 같아요.

- 특별한 일이 없어도 커피 챗 시간을 적어도 2주에 한번 갖는다.  직원이 어떤 생각을 하고 버틀넥으로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물어본다.

- 위클리 미팅만은 카메라를 켜고 진행한다. 재택근무를 오래 하다 보면 음성 미팅이 기본이 된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 보고 소통해야 신뢰가 쌓인다.


https://vt.tiktok.com/ZSew7MhUc/

( 재택근무에 대한 유머를 자주 올리는 틱톡커)

2020 :  (웃으며)  케빈, 미안한데 음성이 계속 끊킨다. 다시 말해줄래?

2021년 : (정색하며) 케빈, 너 목소리 못 알아듣겠어

2022년 : (안들려도 들린 척 하며) 잘 들었어 케빈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면..


 

5. 하이라키(Hierachy)가 있는 회사는 리모트 워크는 맞지 않다.

IT 회사임에도 결재 라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회사가 있습니다.  실무자가 결정권이 없을 경우 각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검토를 요청하는 게 일의 반일 경우가 있죠. 온라인으로 이 일을 하다 보면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금방 진이 빠집니다.


리모트 워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자료가 공개되어 있고 온라인 툴에서 바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하이라키 회사에서는 정보는 한정된 사람에게만 오픈되어 있습니다.


피드가 위로 올라가는 사내 채팅장 혹은 슬랙은 리모트 워크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보가 단편적이고 휘발성이 강합니다. 노션(Notion)처럼 피드백을 남기고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조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6. 여행지에서 일하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행지에서 일할 경우 매번 업무 공간을 세팅하는 게 큰 걸림돌이 됩니다. 제주에서 3주 동안 리모트로 일을 했습니다. 숙소의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다거나 오묘하게 낮은 책상 때문에 거북목으로 고통받기 일수였습니다.  카페에 간다 해도 여행지에서 일할 수 있는 카페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콘셉트가 없거나 일을 하기 부담스러운 관광객 위주의 카페가 대부분입니다.


미팅을 하다 와이파이가 신통치 않다 싶으면 당황하여 땀이 삐질납니다. 하루 종일 펜션에서 밥도 대충 먹고 일을 하다 해가 집니다. 그래도 퇴근 후에 제주 골목을 산책하며 맛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7. 지속적인 업무 방식이 될까?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회사는 많지만 영구적인 업무 방식을 리모트로 변경한 회사는 드뭅니다. 재택근무를 즐기고 있는 직원들도 언제 오피스 근무로 바뀔지 몰라 회사의 정책을 두려워하고 있죠


재택근무이지만 결국 회사에서 출퇴근 가능한 지역에 몸이 묶이게 되는 것입니다.  리모트 워크의 최대 장점인 회사 근처 거주 의무의 해방이 100% 적용되지 않았다는 거죠.


리모트 워커로 일하면서 두려움은 “이런 포지션을 제공하는 회사를 또 찾을 수 있을까?”입니다.  장기적으로 리모트 워크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저번 달은 LA에서 일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번 달은 회사가 있는 서울 오피스로 출근하기 위해 월세를 빨리 찾아야 되는 신세가 됩니다.  리모트 워크가 지속적인 방식이 되기 위해서는 회사의 호의만 기다려서는 어렵습니다.



8. 사랑하는 사람과 더 가까이

한 동안 혼자 거주하면서 재택근무를 경험해보니 상당한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동료들과의 커넥션이  상당히 중요한 사람으로서 교류 없이 업무만 해야 하니 삭막하더군요. 인간적으로 교류할 사람이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우울감을 가져옵니다.


애인과 재택근무를 할 때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팬데믹 전에 근무 시간과 출퇴근 시간에는 같이 있을 수 없었는데 리모트 워킹을 하며 24시간 같이 있게 된 겁니다.  일을 하다 옆을 보면 애인이 있는 행복한 일상인 거죠.


어쩌면 평등하게 감정 교류가 가능했던 사무실 직원들이 재택근무 시에는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과 환경 아래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리모트 워크의 위대한 점이죠. 저와 같은 장거리 커플이 퇴사를 하지 않고도 LA에서 만날 수 있게 하니까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건 내 몸의 자유를 주고 이는 곧 내 감정도 안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놀랍습니다.




9. 리모트 워크 만세!

리모트 워킹이 효율이 생기려면 전사적인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집에서도 사무실의 환경이 갖춰질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고, 리모트 워킹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온라인 회식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업무 현황을 체크할 수 있는 온라인 보드와  피드백 Tool에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언젠가 끝나겠지, 사무실에서 다시 근무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라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결론적으로 리모트 워크는 시스템과 인식이 아직 부족하며 성장할 부분이 많습니다.  성장의 폭이 큰만큼 미래에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리모트 워킹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겠죠!


리모트 워크가 가져온 라이프 변화에 저는 이미 익숙해졌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두렵습니다.



+ 프립(Frip) 브런치 작가 도전하기 랜선모임을 진행합니다. 평소에 글 쓰기를 시작하고 싶었던 분들이 신청해보시면 좋을 듯 싶어요 :-)


https://frip.co.kr/products/15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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