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Jeon Jun 23. 2020

06. 로컬을 추구하지만 남루해서는 안돼


Live like local, saigon alley home & street food.
( 로컬처럼 살아보세요, 사이공 골목에 위치한 집 그리고 스트리트 푸드 )

 

라는 설명에 이끌려 호찌민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는 주택가 골목에 있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전직 마케터였던 호스트는 에어비앤비로 돈을 벌기 위해 디자이너 친구와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관광객에게 인기 없는 위치의 낡은 건물을 저렴하게 빌려서, 그럴듯하게 꾸미고 렌트 사업을 한다. ‘베트남' 스러운 가짜 연꽃과 화려한 등불(하지만 이케아에서 사 온 것이 분명한)로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고,  벽은 이국적인 초록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만들어진 '로컬 숙소'를 위해 호텔과 비슷한 가격을 지불했다.  그러나 숙소에서 안심하고 잠에 들기 위해서 대문과 테라스에 주먹만 한 자물쇠를 걸어야 했다.  골목에서 들리는 현지 사람들의 음악과 수다가 공해 수준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편안히 쉴 수 없었다. '로컬'이라는 포장지로  허름함과 불편함을 포장하려 했지만, 내가 지불해서 얻고자 한 것에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라는 가치도 있었다.  이게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전직 마케터 호스트의 사업 이야기를 들으니 호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더 찜찜했다.




여행의 패러다임이 패키지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바뀌면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점은 ‘로컬에 대한 추구’ 일 것이다. 관광버스가 데려간 가짜 기프트샵에서 산 특산물 대신에,  우연히 발이 닿은 작은 현지 샵에서의 쇼핑 경험을 사람들은 원한다. 에어비앤비도 현지인이 빌려주는 침대 하나라는 콘셉트로 시작한 산업이다. 사람들은 호텔의 편안함과 안전함을 포기하면서 현지인이 살고 있는 그 공간에 들어가 생활과 문화를 엿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이 원하는 '로컬 숙소'란 편안한 잠자리와 위생을 지키면서, 가격이 높지 않은 경우를 일컫는다. 호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푸근한 침구와 따뜻한 물, 조용한 환경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 값을 하는 경험이다.


결국 나는 다음날 숙소를 환불하고 호텔로 거취를 바꿨다.  호텔에는 다름 질 된 침대 시트와 수영장과 깔끔한 조식이 있었다.  '로컬 체험'이라는 허상이 입 안에서 씁쓸하게 돌았다.  이방인이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더 철저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리.  로컬 문화는 호텔 조식으로 준비된 베트남 쌀국수에서 맛보면 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05. 그랩 바이크를 타고 왕복 40k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