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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 Jeon Jun 20. 2020

05. 그랩 바이크를 타고 왕복 40km



 달랏은 커피와 차로 유명한 고산도시다.  달랏 도심에서 20km 떨어져 있는 메링 커피 농원에 가기로 했다. 그랩(Grab)으로 비용을 계산해보니 왕복 택시비가 몇 만원 이상이다. "혹시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택시 대신 그랩 라이드(Grab Ride)를 불러봤는데, 정말 드라이버가 나를 데리러 왔다.  그랩 라이드는 오토바이 뒷자리를 빌려주는 택시와 같다. 손님용 헬멧도 준비되어있다. 안전 문제인지,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만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인 듯하다.  일행이 없어 택시비가 부담스러운 1인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그랩 바이크 뒷자리에 앉아타고 산을 구비구비 타서 20km를 갔다.  20km 거리인데 60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드라이버는 생각보다 먼 길이에 당황한 눈치다.  드라이버는 손짓 발짓으로 너를 기다릴 테니 도심으로 돌아갈 때 자신의 바이크를 타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얼마나 이 곳에서 머무를지 나도 모르니 먼저 돌아가라고 말해주었다. (손짓.. 발짓..)



메링커피농원은 위즐 커피로 유명하다고 한다. 족제비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해낸 콩으로 우린 커피라고 한다. 마셔보니 특별한 맛 차이가 없기도 하고 족제비에게 죄책감이 들기도 해서 선물용 커피는 일반 아라비카 커피콩을 샀다.


커피를 마시고, 농원도 구경하고 하다 보니 2시간이 지났다. 해가 짧은 2월인지라, 5시에도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겁이 나서, 커피숍 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여기는 시골이라서 여기까지 오는 택시가 없다고 한다. 그랩에서도 어떤 시그널도 잡히지 않았다. 오늘밤 농원에서 자야하나?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때, 아까 나를 농원까지 데려다주었던 그랩 라이드 드라이버가 나타났다. 내 말을 못알아듣고 계속 나를 기다린 것이다. 땡갓!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 손짓.. 발짓..)

드라이버는 못 알아들은 듯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오늘도 아슬아슬한 모험 후에, 무사히 숙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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