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 첫 만남
튀르키예는 첫날부터 너무나 차가운 길을 마주해야 했다.
여행 며칠 전, 예상외로 무척 저렴한 항공권을 발견했다. 그래서 급하게 여행 계획을 세웠지만, 사실 그리 촉박하진 않았다. 나는 쫓기는 여행보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는 그런 경험을 더 좋아한다.
4박 6일 일정으로 계획한 튀르키예 여행은 고양이가 많이 출몰하는 곳에 있을 수 있고, 열기구만 탈 수 있다면 그만이었다. 뜬금없는 열기구지만, 오래전 수십 개의 열기구가 떠오르는 여행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저 열기구는 꼭 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집을 비우는 동안 동생이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기에 신신당부를 한 뒤, 글을 작성하기 위한 태블릿을 함께 챙겼다. 해외여행에서 태블릿을 챙긴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번 여행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렇게 새벽 다섯 시 반의 새벽공기와 함께 공항버스에 올랐다.
첫날 일정은 모두 이동으로 채워졌다. 열기구 일정이 첫 일정이었기에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뒤, 국내선으로 환승해 카이세리 공항으로 향했다. 카이세리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 둔 공유차량으로 괴레메 마을까지 가게 되면, 집에서 괴레메의 호텔까지 약 24시간의 여정이었다.
이스탄불로 향하는 항공기에서 게임을 하다가, 문득 '이 여행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프롤로그를 썼다. 믿는 신도 없지만, 쓰고 나서 잠깐 이 여행의 안위를 기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유차량에 올랐다. 이제 한 시간 뒤면 호텔 앞에 도착한다는 안도감에 공유차량에서 깜빡 깊은 잠에 들었다. 그렇게 도착한 괴레메 마을의 호텔 앞에서 가족들에게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어두운 도로 위였던지라, 보내기 전 사진을 다시 살피던 순간이었다.
'어, 잠깐만. 저게 뭐지?'
길 위를 다시 보았다. 무언가 누워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살아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꽤 인상을 써야 했다는 것이다. 그때 내 옆으로 차량이 하나 지나갔고, 그 무언가의 옆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한 여성이 누워있던 무언가를, 고양이를 쓰다듬으려다 멈췄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 아마 아니길 바랐던 것 같다. 여성은 길가 주변을 급히 두리번거렸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누가 봐도 외국인인 나였기에, 내가 그다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녀는 한참 고민하는 듯 서있다가 다시 운전석에 올라, 가던 길로 향했다.
여성의 차가 떠나고 나자, 그 자리엔 유독 어두운 얼룩이 눈에 띄게 남아 있었다. 가봐야 할까. 가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저곳에 있다가 더 안 좋은 일을 겪으면? 다음날, 다시 그 장면을 보게 된다면?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왜 망설였을까. 결국 캐리어를 호텔 앞에 둔 채로, 그 고양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약 서른 걸음쯤, 고양이의 앞에 멈춰 섰다. 얼룩무늬의 고양이였다. 그리고 그 여성이 어떤 도움을 바랐는지 알 수 있었다. 차에 크게 치인 것 같았다. 고양이는 쓰다듬기에도, 들어 옮기기에도 용기가 필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누워있던 자리에서 1미터쯤 떨어진 곳의 얼룩은 이 고양이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듯했다.
고양이는 5킬로그램 보단 덜 되어 보였다. 무게를 가늠했던 이유는, 혹여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번이고 했다. 가늠한 무게보다 더 가볍거나 무거워서 이 고양이를 더 다치게 하지 않길, 그리고 이미 언젠가 느껴봤던 이 촉감에 내가 겁먹지 않길 바랐다. 굳게 마음을 먹고, 고양이를 들어 안았다.
다행이었다. 들어 올리기 위해 주었던 힘은 적당했고, 무사히 화단 안쪽으로 옮겨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촉감은 알고 있던 감각이었음에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화단에 옮기고 나니, 누워있던 자리마저도 얼룩이 선명했다. 너 얼마나 이곳에서 이렇게 있었던 거니.
고양이를 내려놓고 보니 무척이나 추워 보였다. 화단 부근의 시든 풀을 주워 고양이의 위로 덮어주었다. 처음엔 완전히 덮어 주려 했지만, 누군가는 이 고양이를 발견해 그 후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그렇게 덮어 주었다.
고양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믿는 신도 없지만 그 아이를 위해 짧게 기도했다. 네가 이렇게 차가운 길 위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되어 마음이 무척 좋지 않아. 그래도 이곳의 사람들은 너희를 좋아하니까, 분명 누군가는 널 걱정했을 거야. 아까 그 여성도 널 정말 도와주고 싶었을 거야. 그래도 내가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 다행이야. 내가 이곳에 와서 다행이야.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한티라는 녀석을 꼭 찾아가. 그 녀석은 무척 상냥하니까 금세 친구가 될 거야.
그렇게 한참 후, 호텔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