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아침
'달그락-'
봉지 속 얼음이 녹아내린 소리. 문득 잠에 들었던 걸까. 내 체온에 의해 녹아내린 얼음과 축축해진 팔, 그 와중에도 내가 애써 모습을 유지하려 했는지 한티는 온전히 안겨 있었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겼다.
"나야~!"
아침 일곱 시 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친구였다.
"한티가 갔는데… 내가, 나도 인사해야지… 버티랑 로티는?"
버티는 미닫이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열어두고 나머지는 테이프로 막아 두었다. 혹시라도 어제처럼 멈춰버린 한티를 공격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그렇게 해둔 상태였다.
친구는 테이핑을 조금 떼서 작은방에 들어가 버티와 로티에게 인사했다. 문틈으로도 보이긴 했었지만, 아이들이 지금 이 방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하는 눈치이긴 했다. 친구가 작은 방을 나오는 순간 버티가 따라 나오려 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에겐 낯설 수 있는 환경이 위험할 수 있어 버티를 달래 다시 방에 넣고 테이핑을 했다. 그러고 나서 친구에게 마실게 필요하진 않은지 물었다.
"됐어. 나 한티랑 인사하려고 온 거야."
늘 씩씩하고 함께 있을 땐 라디오를 꽉 채워주는 그런 친구인데, 저 말을 끝으로 우리에게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둘 다 한티를 바라보다 잠깐의 적막이 흐른 뒤,
"나 아직도 기억나거든, 너 본가에 놀러 갔을 적에. 잠들었는데 누가 자꾸 내 뒤통수 아래로 손을 비집어 넣는 거야. 뭐야 했는데 한티가 내 옆에 누워서 나 팔베개해 줄 거라고, 그러고 있던 거야. 이게 고양이냐? 사람이지."
친구는 말을 하고 바로 고개를 떨궜다. 이렇게 씩씩한 친구도 얼마나 마음이 쓰여서 이 아침에 여기까지 왔을지. 나는 다시 무너져 울었다. 친구도 속상했는지 계속 한숨을 쉬었다. 그때 버티가 울며 문을 긁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지금이 딱 아침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야야, 애들 밥 좀 챙겨줘."
친구의 말에 울다 말고 이제 세 마리가 아닌 두 마리의 식사를 챙겨 작은방에 들어갔다. 세 그릇이 아닌 두 그릇만 챙긴다는 게 묘하게 낯설었다. 아이들은 다행히 문 너머 상황을 궁금해할 뿐 안정되어 보였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 착하지? 버티, 로티."
그렇게 다시 작은방을 나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데, 문틈 사이로 버티가 쳐다보며 계속해서 울었다.
"너 이제 버티랑 로티랑 살아야지, 네가 살아야 애들이 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는 내 등을 몇 번 토닥이고, 동생올 때까지 같이 있어주겠다고 했다. 동생이 곧 도착한다 하여 친구는 가보겠다며 나섰다. 이내 깜빡하고 열어둔 현관으로 동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동생은 왔는데, 완전히 오지 못하고 있었다.
"누나, 나 이 계단을 못 오르겠어."
희한한 집구조로 현관을 열어도 계단을 올라야 올 수 있었던 이 공간. 아이들이 항상 뛰놀았던 이 공간에서 동생은 엎어져 울기 시작했다.
동생의 말에 동생이 느끼는 감정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 내 동생도 멈춰버린 한티를 만나야 하니까. 얼마나 무서울까. 그렇게 조용히 계단에 엎어져 우는, 몸만 자란 소년을 기다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