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맡긴 새벽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 기록

by Emmett

호텔의 무인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30여분을 헤매다 겨우 방으로 들어왔다. 캐리어에서 필요한 짐을 꺼내 정리하다가, 방금 그 고양이를 떠올렸다. 그렇게 둬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루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 시, 열기구 투어로 향하는 차량이 오전 다섯 시 전에 도착하기에 그전에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그런데 깜빡한 것이 있었다. 열기구 투어는 날씨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운항은 자동으로 취소가 된다. 그리고 그 여부는 전날 저녁에 미리 안내가 된다는 것이다. 다급히 메일을 확인했다. 운항이 확정되었다는 메일을 보고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샤워까지 마치고 나왔다.


결국 뜬 눈으로 오전 다섯 시가 되었다. 열기구 투어를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 튀르키예 첫날 일정에 많은 투어를 몰아둔 상태였다. 다른 날에 비해 꽉 차있는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비행기에서 잤으니 괜찮을 거란 생각으로 호텔 앞에서 열기구 투어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투어 전 처음 도착한 곳은 따뜻한 빵과 튀르키예식 홍차를 마실 수 있던 어느 가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투어 전 식사와 안내문


모두들 한껏 들떠있는 표정으로 서로 이야길 나누고 있었지만, 혼자 이곳에 온 나는 그저 주변을 살펴볼 수 밖엔 없었다. 나의 파일럿 이름이 이브라힘이구나, 이 바스켓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빵을 절반도 먹지 못했는데 열기구 투어 장소로 향해야 한다는 가이드의 외침이 들렸다.



'진짜 타러 가는 거야…!?'



조금 더 이동하니 수많은 열기구들이 불을 지피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을 지피는 소리들,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열기구들, 새벽하늘에 수놓은 별들까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아직 떠오르기 전임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날아갈 준비를 하는 열기구들


열기구 투어 후기 중엔 자리를 잘 잡아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단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자리를 잘 잡으려는 노력을 할 새도 없이, 안내에 따라 해당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다행인지 체구가 작은 나는 바스켓 중앙에서도 가장 바깥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배치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바스켓에 자리를 잡았고 어떤 남자의 유쾌한 외침이 들렸다.



“다들 내일 아침에 만나요!”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었고, 열기구는 그렇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깔깔거리며 웃던 소리도 이내 잠잠해졌다.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아직 띄울 준비를 하는 열기구들과 괴레메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태양도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멋지다. 황홀하다. 경이롭다. 어떤 말로도 이 풍경을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곧 하늘에서 만나요!


고요한 새벽, 하나 둘 떠오르는 열기구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여행프로그램에서 본 그 장면이 눈앞에 현실이 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진짜네, 진짜가 되었구나.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늦게 하늘로 출발한 열기구들까지도 모두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내가 탄 열기구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손을 모으고 뭔가를 바라는 듯한 중얼거림도 볼 수 있었다. 나도 마음속에서 뭔가 응어리진 것들을 모두 털어놓고 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수많은 열기구들 속 사람들은 어떤 걸 하늘에 맡겨두고 왔을까.


떠있는 동안 무엇을 바랐나


약 40여 분간 하늘에 떠있다가 내려온 사람들에게 비행을 완수했다는 증명서를 하나씩 호명해 나눠줬다. 무알콜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하며 또 한 번 사람들은 이 순간을 기념했다.






그렇게 다시 도착한 호텔 앞, 어젯밤 고양이가 쓰러져있던 곳쯤에서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물이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화단 안으로 옮겨둬서 다행이었다. 흘러내린 물이 아이의 아픈 얼룩을 지워내고 있었다.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나는 아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단 안에 풀을 덮고 있는 아이는 내가 어제 덮어준 그대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공사 인부들이 발견하기엔 조금 어려웠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다 아이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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