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살아가야 한다.

장례, 그리고 다시 찾아온 밤

by Emmett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안고 있던 한티를 한참 들여다보고 쓰다듬다, 장례식장 관계자가 마중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관계자는 조수석 문을 직접 열어 주었고, 본인을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라고 소개했다. 지도사는 내가 내릴 동안 한티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한티를 안고서 장례식장 건물로 향하려 했다.



"어어, 잠시만요...!"



장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던 터라 바로 화장을 한다고 착각한 나는 지도사를 불러 세웠고, 그는 장례 절차를 시작하기 전까지 내가 안고 있을 수 있도록 다시 한티를 건네주었다. 옅은 적색 벽돌로 된 건물로 한티를 안고 들어갔다. 로비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한 편의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지도사는 나와 동생을 사무실로 안내해 어떤 장례절차를 진행할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뒤에도 계속 한티를 안고 있는 나에게 지도사는 조심스레 물어왔다.



"보호자님, 이제 한티와 인사를 나누시기 전에 아이를 깨끗하게 닦아주려고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아, 네..."



나는 블랭킷에 싸여 있는 그대로 지도사에게 한티를 건네주었다. 지도사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한티를 데려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도사가 대기실로 다가와 나와 동생을 한티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문 앞에는 내가 보낸 사진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한티'라는 글도 함께 적혀 있었다.


식장 안 모니터에는 한티의 사진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니터 앞 테이블엔 꽃 장식과 한티가 좋아하던 간식과 장난감들, 그리고 그 가운데 한티가 있었다. 한티는 꽃을 한 아름 안고 있었다.



"이제 보호자님들께선 이곳에서 한티와 인사를 나누시면 됩니다.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보호자님들께서 보내실 준비가 되시면, 이 번호로 문자만 남겨주세요."



나와 동생은 끄덕였고, 지도사는 인사를 한 뒤 조용히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한티가 누워 있는 테이블 앞으로 달려갔다. 꽃을 한 아름 안고서 곱게 잠든 한티를 연신 쓰다듬었다. 눈물이 눈앞을 계속 가려 한티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나 어쩌냐. 한티한테 눈물 콧물 다 닦았는데, 이러다 한티 다시 씻겨야 하는 거 아니냐."



동생은 벽에 기대 웅크려 있다가, 내 말을 듣고 테이블로 와 함께 한티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이고 한티와 인사하면서 한티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고마운 녀석인지, 한티와 있었던 지난 시간들을 나누었다.


그렇게 몇 시간 뒤 한티와 함께 화장하는 곳에 도착했다. 이젠 영영 빛나는 까만 털의 고양이 모습 그대로,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나와 동생은 국화를 한 송이씩 한티에게 건네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티, 언젠가 누나 거기 도착하면 마중 꼭 나와줘. 알았지? 거기선 아프지 말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고 알았지? 누나한테 와줘서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왜 하필 네가 아프단 걸 알았던 그날, 병원 대기실 구석에 놓여 있던 '옹동스' 웹툰이 눈에 띄었을까. 그 웹툰엔 먼저 떠난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마 우리의 상황을 예고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어?"



한티의 유골함과 장례증명서를 들고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동생은 자기 돌아가고 나면 아무것도 안 먹고 있을 거 같으니 지금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칼국수 두 그릇이 도착했다. 얼른 식사를 하고 버티와 로티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생은 식사를 마치고 녹아내린 얼음 봉지들과 흩어진 이불과 담요를 정리해 준 뒤 돌아갔다.


나는 칼국수 대신 책장 한 칸을 비워냈다. 장례식장에서 챙겨준 한티의 사진액자와 유골함을 어디에 둘 지 고민하다 책장 한 칸을 완전히 비우기로 했고, 그렇게 비워둔 칸에 조심스레 한티를 올려두었다. 분주히 책장을 정리하는 모습 때문인지 버티와 로티가 궁금하다는 듯 다가왔다.



"여기, 이제 한티 자리야. 너희도 조심해야 해. 알았지? 형아 깨우지 않게."



아이들은 무언가 알아들은 눈치였다. 평소라면 책장으로 뛰어올랐던 아이들이, 한티가 자리 잡은 칸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 조용히 집안 곳곳으로 흩어졌다.


샤워를 하고 늘 그렇듯 소파에 누웠다. 이제 눕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배 위로 올라오는 한티는 없다. 그런데 무언가가 소파 위로 뛰어올라왔다. 버티였다. 스스로도 조금 당황해하다가 내 옆에 엎드려 자리를 잡았다. 버티가 올라오자마자 로티도 함께 올라왔다. 한 번도 내가 있을 때 올라오지 않던 아이들이 내 옆으로 온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 두 아이들을 쓰다듬었다.



"이제, 우리 살아야 해. 알았지? 이제 우리한테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



아이들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사실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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