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이 초코니?

이름보다 먼저 찾아야 했던 것

by Emmett

"어디 보자... 3개월? 정도 됐겠네요. 아님 길에 오래 있었으면 4개월? 길 아이들이 워낙 못 먹다 보니 좀 왜소하잖아요."



수의사는 어린 고양이의 이빨을 살펴보고는 3~4개월령의 고양이라고 했다. 귀속도 깨끗했고, 몸무게가 조금 덜 나가는 것 말고는 전염병도 없고 전체적인 건강 이상도 없다고 했다. 그러다 발톱을 깎아주겠다며 어린 고양이의 앞발을 눌러 발톱을 꺼냈다.



"어? 발톱 다듬어 주셨어요?"


"네? 아뇨?"



수의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른 발도 눌러 살펴보았다. 내가 보기에도 발톱은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길을 다녀서 마찰로 닳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누군가 깎아준 흔적이었다.



"허허, 발톱이 다 다듬어져 있네. 며칠 전에 자른 거 같은데... 그럼 얘 길냥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럼요? 어떻게 해야 해요?"


"우선 길에서 주웠지만 주인이 있는 거 같으니, 주인을 찾아주시는 게 먼저예요. 관할기관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직접 전단지 만들어서 붙이셔도 되고요."


"아... 관할기관 보내서 주인 못 찾으면 안락사되는 거 아니에요?"


"음... 아무래도 절차는 그래요. 그래서 아이를 보호하실 수 있으면 직접 보호하시면서 주인을 찾는 게 마음이 편하실 거예요."


"그럼 전단지 붙이고 커뮤니티 같은데 올려도 주인을 못 찾으면요?"


"한 7일 정도 기다려보고 그래도 못 찾으면 새 보호자가 되시거나, 아니면 그때 입양을 보내시면 돼요. 주인을 찾는 게 모두에게 제일 좋겠죠?"



나는 수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빠에겐 관할기관에 보내는 것보다 집에서 돌봐주면서 원래 주인을 찾는 편이 좋겠다고 설명했고, 아빠도 동의했다. 아빠는 그러면서 어린 고양이에게 손으로 장난을 걸고 있는 걸 보니 벌써 마음을 조금 뺏긴 듯 보였다.






사실문제는 한티였다. 이 어린 고양이가 집에 머무는 동안 한티가 괜찮을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혹시 또 식사를 거절하고 병원을 다니게 되진 않을까. 그래도 관할기관에 보내는 것보단 잠시라도 집에서 돌보며 보호자를 찾아주는 쪽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고양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한 번도 닫혀있지 않던 방문이 닫힌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티는 바깥에서 방문을 긁어댔다. 그리고 그 소리가 신기했는지, 어린 고양이도 따라 방문을 긁기 시작했다.


나는 병원에서 안내받은 대로 가입해 있던 고양이 커뮤니티에 아이의 사진과 연락처를 올렸다. 예전에도 동네에서 사람을 따르는 길고양이를 만나 이 커뮤니티에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어느 식당에서 돌봐주고 있어요.", "길에서 오래 지내던 아이예요." 같은 댓글이 금방 달렸었다. 그런데 이 아이에 대해선 댓글이나 제보가 달리지 않았다. 정말 누군가가 며칠 전에 잃어버린 걸까.


추가로 나는 전단지를 인쇄해 아파트 게시판과 아이가 발견된 곳 근처에도 붙여두었다. 어젯밤 품속에서 잠들었던 작은 체온이 떠올라, 이 어린 고양이의 보호자는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을까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단지까지 붙이고 집에 돌아오니 어린 고양이가 거실을 활보하고 있었다. 아빠가 방문을 열어준 모양이다.



"아니, 한티 때문에 문 열어주면 안 된다니까?"


"한티가 열어달래서 열어준 건데 왜~"


IMG_4504.jpg 처음 거실에서 함께 활개 치던 날


한티는 어린 고양이를 쫓아다니다가 내가 돌아온 걸 뒤늦게 발견하고 현관 앞으로 뛰어왔다. 어린 고양이도 한티를 뒤따라왔다. 어쩐지 둘이 참 비슷하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둘 다 까만 털이 많은 고양이들이라 그런가.


한참을 함께 뛰어다니던 둘은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을 만큼 금세 친해진 모양이었다. 한티는 편안해 보였고, 어린 고양이도 한티 곁에 있는 게 자연스러웠다. 이러다 어린 고양이의 보호자가 금방 나타나면 한티가 많이 섭섭하겠다는 생각이 반, 그래도 얼른 보호자가 나타나야 한다는 마음이 반 들었다.



"아무래도 한티가 제 새끼인 줄 아는 거 같아. 둘이 똑같잖아. 계속 붙어 다녀."


"아빠, 한티는 총각이야."



우린 과자를 집어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고, 고양이들도 테이블 옆에서 쉬고 있었다. 한티와 어린 고양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었는데, 어린 고양이가 초코칩이 박힌 과자를 덥석 무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황급히 아이의 목덜미를 잡고 물고 있는 과자를 빼냈다.



"어허, 안돼 이건 초코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초코'라는 소리에 반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불러보았다.



"초코?"



아이는 내 눈을 오래 바라보다가 슬며시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 과자를 들고 있어서 그런 걸까 하고 크게 의미 두지 않았다. 한 시간 뒤쯤 방으로 들어와 보니, 어린 고양이는 내 베개 위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게임을 하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문득 아이가 떠올라 다시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초코?"



아이는 천천히 눈을 떠서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지금은 과자도 없는데, 정말로 '초코'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까만 털 가진 아이들이 초코라는 이름을 많이 갖는 것도 사실이니. 그나저나 네 보호자는 언제 연락 온다니. 정들어서 보내기 싫어지기 전에 얼른 연락이 오면 좋겠다.


IMG_4505.jpg 네 이름이 초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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