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절대 동물을 키워선 안된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지도, 전단지를 붙인 지도 나흘이 지났다. 전단지에 번호를 뜯어간 흔적도 없다. 커뮤니티에 글을 다시 올려봐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꼭 주인을 찾았으면 한다는 응원의 댓글뿐, 다른 제보는 없었다.
겨우 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족의 일상에도 꽤 변화가 일어났다. 이른 새벽 출근을 하기 위해 준비할 때면 졸졸 쫓아다니는 고양이가 한 마리 더 늘었고, 사료가 줄어드는 속도는 배가 되었으며, 늦은 밤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고양이도 역시 한 마리 더 늘어있었다.
조금 걱정이 된 게 있다면, 이 어린 고양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화장실을 아무리 깨끗하게 치워줘도, 침대며 소파며... 심지어 냉장고 위를 덮고 있던 천까지. 정말 집 안 곳곳에 소변을 누는 것이었다. 그저 아직 어려서, 지금은 다 큰 고양이와 함께하니 금방 고쳐지겠거니 했다.
퇴근 이후의 집안 풍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거실에서 돌돌이를 항상 손에 쥐고서 한티를 안고 TV를 보던 아빠는, 이제 어린 고양이까지 안고서 돌돌이 할 손이 없으니 여기 좀 밀어보라며 나에게 시키곤 했다. 작은 고양이가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다 자란 뒤에 처음 본 한티보다, 아빠는 이 작은 고양이에게 더 정을 주는 것 같았다. 나중에 보호자를 찾아 돌아가게 되면 얼마나 서운해할지 걱정되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회사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아빠의 부재중 전화가 이미 세 통, 그리고 또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전화를 받아보니 아빠는 생전 처음 듣는 다급한, 아니 너무나 놀랜듯한 목소리였다.
"왜 이렇게 전화가 안돼. 아이참 이놈 시키가 진짜, 어후 나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뭔데? 무슨 일인데?"
"아침 먹으려고 냉동실에서 생선을 꺼냈거든. 그때 들어갔나 봐."
"어?"
"출근하려고 준비하는데 한티 이놈이 냉장고를 계속 긁는 거야."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냉동실 문을 열었는데, 글쎄 그 쪼꼬만 녀석이 들어가 있는 거 있지. 내 십 년을 감수했다. 한티 아니었으면 어? 퇴근하고 저녁거리 찾을 때 얘 발견했을 거 아냐. 와... 그 생각하니까 아찔한 거 있지."
아빠의 이야길 듣자마자 나도 아찔함이 들었다. 다행히 냉동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한티와 장난치고 논다며, 우선 아빠는 납품만 하고 오늘은 집에서 고양이들을 보고 있어야겠다고 했다. 나도 조금은 안도하고 오늘은 일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와의 통화를 끝내놓고 보니,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눈을 비볐다. 그리고 문자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았다.
전단지보고 연락 드립니다. 길냥이 아니고 키우던 애 맞는데요. 교육이 안되어서 버렸거든요. 그냥 키워주시면 안 될까요? 전단지 볼 때마다 좀 그래서요.
어린 고양이는 어디선가 키워진 고양이가 맞고, 교육이 안되어서, 버렸다. 그러니 키워달라? 전단지 볼 때마다 좀 그렇다는 이야기는 왜 붙였을까? 죄책감을 덜고 싶었던 걸까? 죄책감이 있긴 한 걸까?
아이의 원래 이름은 무엇인지, 몇 살인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언제 유기했는지,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몇 번이고 문자에 대해 답장을 적다가 지우길 반복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옆자리의 동료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심각해요...?"
나는 문자를 보여줬고, 동료분 역시 손으로 입을 가리고서 너무나 놀라하셨다.
"아니, 저번에 주웠다는 고양이? 미친 거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던가 연락은 왜 했대?"
"하... 그러게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침착하게 답변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우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오후 휴가를 신청해 놓고, 점심시간 내내 뭐라고 답을 하며 좋을지 그리고 이제 이 어린 고양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아빠에겐 어린 고양이의 사진과 함께 고양이들이 잘 있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우리 집을 단 며칠 만에 가득 채워준 이 녀석이, 누가 잃어버린 게 아닌 버려진 고양이였구나. 얼른 집에 가서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장을 해야 했다. 휴가를 내 오후 네시면 퇴근할 수 있었지만, 그때까지 이 사람의 감정을 내게 남겨놓아 내 감정까지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이는 제가 잘 돌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앞으로 절대 동물을 키우지 마세요.
답장을 했지만 이 불쾌한 감정은 가시지 않았다. 오후 네시가 되었고 나는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을 모두 삭제했다. 역에서 내려 이 아이를 처음 만난 놀이터의 전단지를 떼어냈다. 집 앞에 도착해서는 잘 보이도록 붙여뒀던 아파트 게시판의 전단지도 떼어냈다. 역시나 그 사람은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현관문을 여니 원래 이 집에서 쭉 있었던 것처럼 한티와 어린 고양이가 마중 나왔다. 나는 아이를 들어 꼭 껴안아줬다. 나는 품에 안긴 어린 고양이의 눈을 마주 봤다. 한티라는 이름을 지을 적에, 둘째는 '버티'라고 지어야겠다고 생각해 뒀었다.
"넌 이제, 버티야. 우리 집 둘째. 알겠지 버티야?"
그렇게 비 오는 날 버려져 놀이터를 방황하던 어린 고양이는, 우리 집의 둘째 고양이 버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