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고양이야, 이젠 안녕

따뜻한 아침, 마지막 인사

by Emmett

그렇게 Hang Out에서 한참이고 있다 보니 사장님이 차이티를 내오셨다. 밤공기가 제법 차가워진 시간에 손에 쥔 잔에서 올라오는 김이 유난히도 따뜻했다. 다정한 사장님과 곁에 머무는 고양이, 그리고 차이티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밤 혹은 하루가 있을까 싶어 자리를 뜨는 게 아쉬웠다.


다시 호텔 앞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길 위의 그 얼룩은, 그 사이 많이도 옅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조금씩, 조심스레 아픔을 닦아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대로 밤을 보내기 아쉬워 화단에 걸터앉아 화단 안의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집 고양이들도 말을 걸면 무슨 소리인가 그저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데, 이 고양이도 꽤나 내 말을 들어주는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너를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그곳에서 한티를 만났는지, 요즘 이런 게 고민인데 응원 좀 해달라는 둥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누가 보면 내가 그곳에 무언가 키우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이야길 듣고 있는 녀석이 또 하나 있었다. 약간의 인기척이 있어 보니, 치즈색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리오라는 손짓을 하니 다가온 고양이는 내가 앉아있던 화단 옆에 앉았고, 나는 그렇게 두 고양이와 이야길 나누다 호텔로 들어왔다.


IMG_5499.jpg 내 이야기가 재미있었니?


오늘은 조금 마음 편히 잘 수 있으려나, 화단의 고양이는 언제쯤 이곳을 떠날 수 있으려나,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되면 Hang Out의 고양이를 또 만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들을 겹겹이 쌓아두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카파도키아에서 하루 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했다는 사실, 그리고 아직 하루가 더 남아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나를 안심시켰다. 운도 참 좋다, 오늘은.






눈을 떠보니 아침 11시가 다 되어있었다. 얼마나 깊게 잤는지 이번엔 꿈조차 꾸지 않은 것 같다. 점심은 뭘 먹을지, 밤에 이스탄불로 넘어가기 전 무엇을 챙겨야 할지 정리해 놓고서 체크아웃을 했다. 캐리어 보관이 가능하다고 해 나는 계단 하부에 캐리어를 숨겨놓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케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생각으로.


호텔 옆 건물의 공사는 여전히 한창이다. 그럼 이제 또 인사를 하고 오늘 일정을 시작해 볼까. 자연스럽게 화단 앞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없다. 고양이가 없다.


그 순간, 안도감에 눈물이 고였다. 드디어라고 해야 할지, 오늘 이곳을 떠나기 전에 꼭 네가 이 거리를 떠나 있길 그렇게 바랐는데, 정말로 갔구나. 어젯밤 우린 이곳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한 거구나. 만약 내가 이곳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화단에 있었다면, 나는 아마 오래도록 이 장면을 마음에 남겨두었을 것이다. 그게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아이가 떠난 자리를 한참이고 쳐다보다 가볍게 묵례를 했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고 치는 고양이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