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는 고양이 - 2

버티는 다른 화장실을, 혼자, 여러 개 쓰고 싶다

by Emmett

버티는 언제 화장실을 갈까? 버티가 언제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지는 규칙을 알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관찰하는 것은 주말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에 보는 걸까? 이건 답이 정해져 있었다. 부드러운 곳이다. 본가에서도 지금의 집에서도 천으로 되어 있다면 어디든 소변을 본다는 건 명백했다.


그럼 정말 펠렛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는 걸까? 그건 또 아니었다. 소변은 딱 한 번만, 그리고 대변만큼은 펠렛 화장실을 이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나는 버티가 나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IMG_2841.JPG 딱! 한 번만 이용하는 펠렛화장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건 펠렛화장실을 하나 더 늘리는 거였다. 한티와 함께 화장실을 쓰는 게 싫어서 한 번만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펠렛은 20킬로그램에 1만 원대로 가격이 매우 저렴했으며, 알맹이가 굵기 때문에 청소하기에도 매우 간편했다. 일반 모래(벤토나이트)는 펠렛에 비해 너무나 비싼 것도 펠렛화장실을 먼저 늘려보는 것을 실행하게 된데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잖아도 좁은 공간에 화장실이 두 개가 되었고, 버티는 더 이상 소변 실수를 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아니었다. 3일을 채 못가 버티의 소변 실수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럼 다음은 화장실을 채운 재료이다. 일반 화장실 두 개, 두부 모래, 벤토나이트 모래를 추가로 구매했다. 펠렛화장실이 3일을 못 가는 결과를 보고 나서 일반 모래가 비싸 구매를 망설이기보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낫겠단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 좁은 공간에 한티 혼자 쓰는 펠렛 화장실 둘, 두부 모래 화장실 하나, 벤토나이트 모래 화장실 하나, 총 네 개의 화장실을 들이게 되었다.


새로운 모래들을 보자 버티는 가장 먼저 벤토나이트 모래 화장실에 들어가 구르기 시작했다. 거실엔 모래가 흩어졌다. 두부 모래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답을 찾았다. 버티는 벤토나이트 모래를 쓰고 싶은 것이었다. 청소가 배로 늘어났지만 괜찮았다. 다만 그렇게 문제를 해결했나 싶었지만 벤토나이트 모래를 들이자마자 한티도 펠렛화장실을 쓰지 않았다. 두 고양이 모두 펠렛이 싫었던 것이다. 한티는 꾹 참고 펠렛을 이용했지만, 버티는 나에게 주장을 해 온 것이다.


그렇게 모든 화장실과 남은 모래를 중고로 되팔았고, 조금 큰 사이즈의 화장실을 사 모래로 가득 채워줬다. 그렇게 네 개의 화장실에서 다시 하나의 화장실이 되었고, 버티는 더 이상 소변 실수를 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아니었다. 이번엔 일주일을 못 가 버티의 소변 실수는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함부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주말 내내 날을 잡고 버티를 밤새 지켜보기로 했다. 버티는 한티보다 화장실을 한 번 정도 더 많이 갔는데, 한 화장실을 세 번 이상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세 번엔 한티가 이용한 것도 포함이었다. 세 번이 넘어가면 이불이나 발매트에 소변을 보기 위한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러니까 버티는 벤토나이트 모래 화장실을, 혼자서, 여러 개를 쓰고 싶은 고양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화장실을 하나 더 구매했고, 버티는 더 이상 소변 실수를 하지 않았다. 버티는 교육이 안 되는 고양이가 아니라, 매우 깔끔한 고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신 집안 모든 곳이 모래사장이 되었지만.



"우리 버티 봐서라도 이사 가야겠다. 더 큰 집으로."



문제는 너희가 아니라, 그렇게 못해주는 나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IMG_5777.JPG 한티 버티와의 첫 서울살이





그렇게 서울 관악에 위치한 4평 남짓한 공간에서 버티의 소변 실수를 해결하고, 우리는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평안한 날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평온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걸 그땐 몰랐다.


아이들의 사료와 모래 값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살던 나는 조금 더 규모가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2년 가까이 지내던 이 공간을 뒤로하게 되었다. 2017년 한티가 세 살, 버티가 두 살이 된 해였다. 우리는 서울 강서의 한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또 한 녀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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