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올게, 카파도키아

고양이의 배웅을 받으며

by Emmett

Hang Out에 다시 온 데엔, 카파도키아를 떠나기 전 이곳을 다시 오지 않으면 후회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의 따뜻한 기억으로 다시 Hang Out에 들어서니, 사장님이 매우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나는 어제와 같은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어제는 치킨너겟이었지만 오늘은 식사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고 무엇보다 Hang Out의 고양이를 한번 더 보고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종일 배탈이 나있던 탓에 기름진 음식보단 무슨 맛인지 알 거 같은 익숙한 식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토마토파스타와 맥주를 주문했다. 어제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왔지만 더 쌀쌀해진 날씨에 가게 내부로 들어갈까도 고민되었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그 기분을 다시 되새김질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파스타와 맥주가 나왔고 케밥 이후로 먹은 게 없어 배도 무척 고팠지만,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 탈이 난 게 완전히 진정된 건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가게도, 사장님도, 자리도 같은데 말이다.


IMG_3076.heic 평범한 파스타와 맥주


이제 시간은 일곱 시, 이제 카파도키아를 떠나기까지 40여분이 남은 상황이다. 한 시간 정도를 이곳에서 있었는데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장님은 가게 안을 돌며 손님들의 테이블을 체크하고 있었고 나는 손을 들어 사장님께 여쭈었다.



"혹시 어제 고양이는 지금 가게에 없나요?"


"아, 그 아이는 밤 열 시쯤에 이곳에 와요. 지금은 바깥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거예요."



밤 열시라면 어제 내가 Hang Out에 있었던 시간이었고, 앞으로 세 시간이 남아있었다. 만약 이곳에 하루를 더 묵을 예정이었다면 계속 기다렸을 텐데 이제 곧 이스탄불로 향해야 했다. 그래도 남은 40분은 그 녀석을 위해 기다려 보기로 했다.






40분이 지났지만 아쉽게도 Hang Out의 고양이를 만날 수 없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와있던 탓이다. 그래도 사장님은 나갈 채비를 하는 내게 또 차이티를 내오셨고, 나는 그 고양이에게 안부 좀 전해달라고 이제 이스탄불로 간다고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꼭 그렇게 하겠다며 다음에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그때 또 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Hang Out을 뒤로하고, 다시 호텔 앞으로와 호텔 앞 길목에서 공항으로 가는 차량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 고양이가 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난 눈을 의심했다. 얼룩무늬를 한 5킬로그램 정도의 고양이였다.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 처음 온 날 이미 떠나버린 그 아이와 너무나 닮은 아이가 다가왔고, 이 아이는 나와 함께 픽업차량을 기다려 주었다. 같은 아이일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도시는 나를 그냥 보내지 않는구나.


IMG_3087.HEIC 배웅해 주는 얼룩무늬 고양이



"나 잘 가라고 인사해 주러 온 거야?"



녀석은 대답도 없이 그렇게 한참 곁을 지켜주다 픽업차량이 오는 소리를 듣고는 다른 골목으로 사라졌다. 고양이의 배웅까지 받고서 떠나게 된 카파도키아.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이곳을 떠남과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소란스럽지 않았다. 이 도시에 도착하고부터 떠나기까지의 시간들을 조용히 다독여 주는 정도로 그렇게 내렸다. 시작부터 꼬였다고 생각했던 여행이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또 올게, 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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