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짬타이거

군부대에서 건너온 작은 생명

by Emmett

2017년, 새로 정착하게 된 곳은 아직 공사 중인 서울식물원과 여러 공사현장들이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이전보다 공간이 약 1.5배 정도 늘어났음에도 월세가 더 저렴했고, 건물을 나서면 바로 지하철역 앞이라는 것은 내게 큰 메리트였다.


무엇보다 이전의 공간보다 아이들이 지내기에도 더 좋았다. 창이 커서 바깥을 내다보기에도 좋았고, 사람이 이용하는 화장실이 습식과 건식이 분리된 구조라 아이들의 화장실도 이곳저곳에 두기 좋은 구조였다. 마침 고양이도 흔쾌히 허락되어 이사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티, 버티와 함께 강서로 이사를 완료했다. 이사를 이미 한차례 겪어본 아이들은 금세 새집에 적응했고, 나 역시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게 매우 설렜다.


IMG_8225.JPG 벌써 창밖이 마음에 든 한티



그렇게 새로운 곳에 지낸 지도 3개월이 지난 어느 가을날이었다.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당한 뒤, 다음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동생에게서 가을을 빼닮은 아기 고양이 사진이 도착했다.


IMG_9935.JPG
IMG_9931.JPG
IMG_9932.JPG
가을을 닮은 아기 고양이


장갑차 위에 혼자 있는 아기 고양이를 병사들이 구조해 왔고, 군에서는 돌볼 수가 없다 보니 일과시간엔 박스채 외부에 두었다가, 일과가 끝나면 다시 데리고 와 돌아가며 챙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 어려서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데려갈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렇게 나는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왜 내가 딱 한가로운 때에 저 녀석이 나타난 걸까? 한티와 버티가 저 어린 고양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도 부대 안에서 어렵게 돌보는 것보다, 백수인 내가 종일 붙어서 돌봐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렇게 계속해서 아기 고양이의 안부를 묻고 고민했지만, 하필 곧 다가오는 긴 명절이 큰 걸림돌이었다. 명절엔 펫시터 돌봄 서비스로 아이들을 돌봤는데, 분유를 먹여야 하는 너무 어린 고양이는 돌봄 서비스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추석 때만이라도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는 지인이 있었고, 그렇게 아기 고양이를 임보 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주일만의 결정이었다. 나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이동장을 챙겨 지하철을 타고서 동생이 있는 동네로 향했다.






처음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지하철보단 차가 낫겠다며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해 차에 올랐다. 그리고 동생은 담요를 내 무릎 위에 올려주었다.



"여기 고양이!"


"너 뻥치는 거지?"


"아냐, 들춰봐!"



고양이라며 무릎에 올려준 담요엔 무게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아기 고양이 사진으로 나에게 장난을 친 건가 하며 담요를 살짝 들춰보았다. 담요를 들춰보니 손바닥만 한 털뭉치가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진짜 작지? 귀엽지?"



사진으로 보았을 땐 이렇게 작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나는, 이 아이가 혹시나 깰까 봐 조금도 꼼짝 못 하고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데려오자마자 당분간 분리는 필요해 건식 화장실에서 아기 고양이가 지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줄곧 침대에서 자던 한티와 버티는 밤새 화장실 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이불을 싸들고 와 화장실 앞에 이불을 깔고 누웠고(화장실 하단이 투명유리로 되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이 아기 고양이와의 삶이 시작되었다.


IMG_0438.JPG 만나서 반가워 아기 고양이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또 올게, 카파도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