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된 보호자입니다
2021년 2월 11일. 꽤 추운 날씨라 외투를 걸칠까 잠시 고민했지만, 한티를 안고 병원에 가다 보면 따뜻한 녀석 덕에 금세 몸이 데워질 터라 외투는 포기했다. 이른 아침, 택시는 금세 잡혔고 이동장에 담긴 한티를 꼭 안은 채 택시에 올랐다.
“고양이예요?”
“네 고양이예요.”
“병원… 가나 봐요? 어디 아파요?”
“아, 아니에요. 건강검진 하러 가는 거예요.”
“아이고, 팔자 좋다 너~ 엄마가 건강검진도 다 해주고~”
한티가 다섯 살 된 해부터는 아이들 모두 꾸준히 건강검진을 해왔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병원을 찾게 되었고, 그날도 한티의 생일을 맞아 새로운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날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한티의 무게를 재려고 이동장에서 한티를 꺼내니, 진료를 대기하던 다른 보호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건넸다.
“와… 검은 고양이 멋지다.”
“진짜 크다!”
“엄마만 하네~”
검진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다. 다른 곳에 갔다 와도 된다 했지만, 나는 고양이 대기실 한편에 앉아 가벼운 퍼즐 게임을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동물보건사가 다가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고 알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두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왜 하필 그때 대기실 한쪽에 놓여있던 '옹동스' 웹툰이 눈에 띄었을까. 나는 이내 안내를 받고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수의사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한티 혹시 길에서 온 아이인가요? 폐가 하나 없네요.”
“... 네?”
“모르고 계셨어요? 검진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 보아하니 아주 어릴 때부터 없었던 거 같아요. 보통 길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특징인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의사의 말대로 한티는 2년 전 분명 검진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까 한티가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이었다.
8.3킬로그램의 한티는 신장이 안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와, 잇몸이 부어 있으니 스케일링을 권유해 스케일링까지 진행한 기억이 분명히 있었다.
중간에 한티를 놀리는 말들을 했지만, 그날 수의사의 “큰 문제는 없다”는 말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지. 그렇게 잘 마무리한 첫 건강검진이었다. 스케일링까지 마친 한티는 마취에 덜 깬 채 이동장에 담겨 나왔다. 이동장 안 한티의 모습은 누가 봐도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폐가 없다'라니. 그것도 오래전부터. 이게 무슨 말이지. 수의사의 그다음 설명은 사실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한티가 성치 못한 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집중력을 흩트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티가 그런지도 모른 채 아이를 위한답시고 운동을 시키려 몰아세워왔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금방 숨차하는 모습과 빈약한 체력을 놀렸고, 아이들을 보러 온 사람들이 한티가 참 크다고 할 때마다 나 스스로 먼저 ‘뚱냥이’라고 불렀다. 그 순간들이 떠오르며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한티는 다이어트가 필요하지만,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요.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숨이 금방 찰 거라 무리가 갈 수 있거든요. 폐 없이 오랜 시간이 지나 심장도 정상범위를 조금 벗어나기도 했고요. 체중을 줄이려면 식이 조절로 관리해야 해요. 습식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수의사는 한티의 상태를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내 모습에 당황한 눈치였다. 그는 한티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고, 내 눈치를 살피다 결국 설명과 함께 검사결과지에 직접 메모까지 적어 내려갔다.
그가 메모까지 해주는 동안 내 모든 것은 이미 한티에게 갇혀 있었다. 그동안 힘들게 한 만큼 앞으로 정말 잘하겠다고, 모르고 지나친 너의 지난날을 꼭 보답해 주겠다고.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