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상이 가고 새로운 일상이 밀려오고 있다. 아니 벌써 왔다. 와버렸다.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던 그 새로운 일상은 마치 예상치 못한 급물살처럼 휘몰아쳐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삶은 그 시작점에 흘렸던 눈물만큼이나 뜨겁고 뭉클한 감정을 흘러넘치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서툴고 약한 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버려 한없이 막막해지게 한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내가 주체가 아닌 다른 존재에 온전히 힘을 써본 적이 없었을 건데, 앞으로는 상당한 시간과 정신을 이 새로운 대상에 몰두하며 살아가게 되겠지. 나를 닮았지만 나는 아닌, 나는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나와 강력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내 새끼라는 존재의 등장이다.
배에 품고 있는 아홉 달 동안 아무리 태동을 세게 느껴도 눈앞에 보이지 않아 완벽히 실감할 수 없었던 아이는 한순간에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고 없이 등장한 것도 아닌데, 예상치 못한 선물처럼 느닷없이 내 품에 안겨져 있다. 상상으로만 그리던 이미지의 실체가 손으로 만져지면서 피부에 스며든다.
아직 아무런 체면이나 눈치를 모르는 아이는 가장 순수하게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드러낸다. 졸리면 졸린 대로 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나는 그 자연스럽고 솔직한 표현을 제 때에 알아채지 못해 허둥지둥 대고 있다. 모성애가 어떤 감정인지도 자세히 모르는 채로 아이를 조심스레 안고 달래며 불편한 곳은 없는지 부족하게 먹지는 않았는지 걱정하고 또 걱정한다.
너는 얼마나 나에게 크고 큰 존재가 될까.
살면서 겪었던 그 어떤 감정보다 더 잔잔하고 깊게 마음속에 스며드는 온기가 온몸을 채운다.
나는 나를 잃지 않은 채로, 너는 너다움을 알아가며 앞으로의 새로운 일상을 함께 잘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