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세계는 기쁨과 환희, 고민과 갈등이 공존하는 혼돈의 세계다.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두 달 차에 나는 그걸 깨달았고 혼돈에 빠져있다. 수많은 선택지들을 찾아보고 고민하고 결정하는 여정이 끝없이 계속된다. 아이가 입고 먹고 자고 싸는 모든 것과 관련된 것들이 기능과 디자인, 가격, 브랜드 등으로 세밀하게 나뉘어있다. 많아도 너무 많아서 세상 모든 아이템을 찾아보다가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제 나는 아이의 생리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아이템을 넘어서 보고 듣고 읽고 느끼는 경험의 욕구를 채워주며 성장을 돕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육아는 아이템빨'이라는 말은 처음에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는 몰라도 다분히 마케팅적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맞는 말이다. 어떤 아이템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모의 육아 미래가 결정되고 그것은 모두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혼할 때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었는데, 육아에 비하면 참 쉬운 선택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 취향, 내 로망에 대해 고집부려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았으니 말이다. 육아 역시 엄마의 성향이 많이 반영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단 잘 모르는 세계라는 점, 용품이나 서비스가 너무 많아서 찾아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는 점,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아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다 머리를 부여잡고 선택의 늪에 빠져버린다. 좋은 것만 주고 싶고 한편으로는 중심을 잘 잡고 싶다. 과욕보다는 천천히 신중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모르는 건 많고 선택지는 너무도 다양하다. 내 선택이 아이의 처음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두려워진다.
이번 주는 아이의 책과 교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전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얼마에 언제 살 것인가로 이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도 막막한데, 벌써부터 무언가 실행에 옮겨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느꼈다. 대학 친구는 백일 전에 전집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고 남편의 친구는 나쁜 부모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정답은 없고 양쪽 모두의 말이 맞다. 전집보다는 엄마가 하나하나 골라주는 게 좋다고 말하는 전직 아나운서의 유튜브까지 시청하고 나니, 난 정말 제대로 늪에 빠졌구나 싶다. 홈쇼핑으로 교구 세트를 보며 내내 살까 말까 고민하다 좀 더 신중하고 싶어 안 샀는데, 방송이 끝나고 후회가 밀려오는 건 왜일까.
이건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n가지의 결정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선택이 기로에 서게 될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이러니한 건 남의 말보단 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처음 본 게 가장 괜찮은 거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