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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vs 나리타공항 용기내 챌린지 그 결과는

by 흔적



해외여행에서 얼마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당연히 평소만큼은 아닐 테고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언제나의 다짐처럼 ‘할 수 있는 건 하자.’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챙겼다. 여행의 여정을 힘들게 하지 않을 만큼 딱 그 정도만. 챙긴 건 인원수대로 텀블러, 접이실 실리콘 밀폐용기, 아이 수저, 실리콘 빨대, 손수건. 대충 이 정도인 듯.

여행을 다녀오고 난 시점에 생각해 보니 절반의 성공과 실패가 각각 있었던 것 같다. 용기내 챌린지는 우선 내게 준비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카페나 식당에서 용기를 받아줘야만 성공할 수 있다. 요즘은 미리 음식을 소분해 놓거나 일회용기 자체를 하나의 용량을 재는 수단으로도 여기기 때문에 용기를 내밀면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고 일회용기에 담아놨던 걸 덜어서 주는 경우도 있다.

공항은 많은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니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편이다. 여행의 출발과 마무리가 되어 주었던 공항에서 용기 내 챌린지를 시도했다. 한국의 인천국제공항과 일본 나리타공항에서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출발, 인천국제공항 1 터미널

아침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6시에 도착해 짐 싣고 검색대 지나 면세점에 들어가니 대략 7시 30분쯤이 되었다. 탑승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은 시각이었다. 새벽같이 집에서 출발한 탓에 아이는 배가 고프다고 했고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 우리가 타는 탑승구 근처 식당가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아이 데리고 멀리 왔다 갔다 하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탑승구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요기를 해결하기로 했다.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카페가 하나 있었고 김밥과 어묵을 파는 곳이 있었다. 간단히 먹기엔 김밥이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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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집은 내가 상상하던 식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간단히 서서 먹고 갈 수 있는 테이블 두 개가 있었는데 의자는 없었고 서서 먹을 수 있는 높은 테이블이었다. 줄 서서 김밥을 사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전부 일회용기를 쓰고 있었다. 김밥은 네모난 박스 안에 들어있고 동그란 컵라면 같은 용기에 국물 음식을 받아 테이블에 서서 간단히 먹고 가는 모습이었다. 김밥 한 줄만 실리콘 용기에 담을 생각으로 줄을 섰다.

"야채김밥 한 줄 여기에 담아주실 수 있나요?"

일단 야채김밥은 품절이었고 고기가 들어간 김밥만 남아있었다. 남편과 아이만 먹일 생각으로 한 줄을 용기에 담아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상자에 이미 싸놨는데 그냥 드리면 안 되겠냐는 답변을 받았다. 가능하면 용기에 담아주고 안되면 그냥 상자에 받아 가겠다고 말했다. 계산하는 직원과 김밥을 싸는 직원 간의 이야기가 오가더니 실리콘 용기에 담아주겠다고 했다. 아마도 안쪽에서 왜 이렇게 하는 거냐고 물었던 것 같고 일회용기에 싸놓은 김밥을 옮겨 담는 것 같은 눈치였다. (안쪽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는데 대충 눈치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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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용기내 챌린지.

용기낸 김밥과 음수대에서 담아 온 물을 남편과 아이에게 건넨 후 커피를 사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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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대체로 용기내 챌린지가 어렵지 않은 편인데 다행히 공항에서도 성공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서 텀블러에 담아 마시다가 비행기 타고 가면서도 마셨다.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떠남, 나리타 국제공항 1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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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난 후였다. 지나가다 마주친 스타벅스엔 매장에 앉아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디즈니랜드에선 주스를 텀블러에 담아서 구매하려고 시도했지만 종이컵에 담긴 주스를 직접 따라서 마시라는 답변을 받았다. 번역기와 함께 텀블러를 내미는 것보다는 식당에 앉아서 밥 먹을 때 후식으로 커피를 시키는 게 낫겠다 싶었던 도쿄였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출출했고 식당에 들어가서 뭘 먹자니 너무 배부를 것 같았다. 게다가 식당에 사람들이 많아 줄 서서 들어가고 있는 풍경이었다. 고민하다 맥도널드에서 새우버거 하나를 사서 셋이 나눠먹기로 했다. 얇은 종이포일에 쌓인 새우버거 하나는 그냥 그대로 받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주문 전 텀블러에 담아 갈 수 있냐고 미리 물어봤다. (연습해서 영어로 말함) 흔쾌히 된다는 말에 텀블러와 함께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텀블러에 커피를 담았다.


이대로 용기내 챌린지 성공?


사실 좀 애매했던 게 내부 조리 직원과 계산 직원이 다르다 보니 주문을 받고 가서 내용을 전달하기도 전에 자동으로 주문 소리가 울렸다. 정말 ‘땡’과 동시에 종이컵에 커피를 따른 것 같았고 내용을 전달받은 직원은 그걸 텀블러에 옮겨 담아주었다. 다른 서비스나 시스템은 대체로 한국이 더 빠르던데 일회용 컵에 음료 담는 속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했다.


설마 용기내 챌린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하는 건 아니겠지.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결론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일회용품 사용하는 비율은 인천 공항과 나리타 공항이 비슷한 것 같고 그래도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 사는 건 우리나라가 좀 더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위생과 효율을 중시하고 룰을 벗어나는 걸 싫어하다 보니 환경과 관련해 새로운 룰이나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비건 식당이나 비건 옵션은 훨씬 많은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각 나라의 문화와 상황에 따라 더 잘하는 게 있고 덜 잘하는 게 있는 거겠지. 다음에 또 일본에 갈 기회가 된다면 그때도 난 여전히 텀블러와 용기를 챙겨갈 생각이다. 또 실패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누가 먼저 시작해 주길 바라며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냥 내가 먼저 시작하는 거다.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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