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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학예회를 위한 친환경 현수막 만들기

by 흔적




지난 2년간 동업자와 함께 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했다. 광목 혹은 청바지 위에 헌 옷을 재활용해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다회용 현수막이다. 앞으로도 함께 협업을 할 예정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자 활동하기로 해서 사용하던 미싱을 집으로 가져왔다. ​방 하나를 작업실로 꾸며 다양한 업사이클링 아이템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글도 쓰고 콘텐츠도 만들고 있어서 미싱 작업은 좀 천천히 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아이의 학예회가 이번 주라 미니 현수막을 만들었다.




실도 당근에서 사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건 바로 나다. 당근마켓 온도 58.1도의 프로 당근러는 326번째 거래로 실을 샀다. ​2만 8천 원에 27개의 실을 구매했으니 이 정도면 득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 새것이고 일부 사용하던 실도 있는데 많이 쓴 건 아니라서 만족한다. 현수막 작업을 하다 보면 색 실이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이 여러 가지로 필요하다. ​참고로 실은 합성섬유다. 면실 사려고 알아봤더니 염색되지 않은 실 외에는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면실은 차후에 동대문에 가서 찾아보는 것으로)





우선 현수막의 바탕이 될 광목을 재단하고 아이의 이름을 프린트해서 패턴을 만들었다. 이름 양옆에 붙일 하트도 뽑아서 원단에 대고 그렸다.





다음은 현수막의 바탕이 되는 광목 재봉을 시작했다. 뒷면을 말아 박으면서 위쪽 양옆에 초록색 끈을 달았다. 평소에 안 쓰는 운동화 끈이나 리본 등을 모아두었다가 이럴 때 쓰면 요긴하다. 끈 색깔에 맞춰 실도 초록색으로 맞춰서 박음질했다.



아이의 이름과 하트를 재단해 현수막 중앙 부분에 시침핀으로 자리를 고정했다. 아이 거라서 특별히 더 알록달록한 느낌의 색상과 귀여운 패턴을 사용했다. 모두 자투리 원단과 헌 옷을 잘라서 만든 것이다. 원단 색상에 어울리는 실도 골랐다. 지그재그 모양의 스티치로 박음질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의 색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비슷하면 묻혀서 잘 안 보이고 너무 튀면 안 어울린다. 색조합을 고민하여 노란색 핑크색, 네이비색 총 세 가지의 실을 사용했다.




한 땀 한 땀 스티치 작업을 시작했다. 미싱으로 하는 거지만 글자에 굴곡이 많기 때문에 섬세하게 작업해야만 간격이 고르게 나온다. 은근히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다.





​드디어 아이를 위한 미니 현수막이 완성되었다. 사이즈는 일부러 작게 만들었다. 과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관객석에서 다른 부모들에게 시야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혼자서 들기 좋은 사이즈로 만들었다. 아이에게 미리 보여줬는데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너무 좋아했다. 엄마가 마구 흔들어줄 테니 무대에서 보라고도 당부했다. 앞으로 어떤 대회나 무대에 나갔을 때마다 여러 번 재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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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현수막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일반적으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현수막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대부분 합성 섬유인 폴리에스테르로 제작된다. 플라스틱의 일종이기 때문에 매립해도 오랫동안 썩지 않으며 소각 시 다이옥신 등의 1급 발암물질, 미세 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이 다량 배출된다. 요즘은 선거가 끝나고 나오는 폐현수막을 여러 단체나 기업에서 현수막 천으로 다시 만들거나 우산, 에코백 등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재활용 비율은 33%로 예전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폐현수막은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한다.


그동안 만들어 온 현수막은 면 100%인 광목천이나 빈티지 청바지, 헌 옷, 자투리 천을 재활용했다. 그렇게 만들었더라도 한 번의 행사를 위해 쓰고 버려진다면 진짜 친환경이라 할 수 없다. 날짜나 장소는 배제하고 단체명이나 메시지만 넣어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핸드메이드 현수막의 진정한 가치이다.


주문받아 제작만 하다가 처음으로 내 아이를 위한 현수막을 만들었더니 기분이 묘하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현수막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우리의 추억이 무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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