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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 May 13. 2019

매일의 기록, 일기



어느새 바람이 꽤 더운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는 5월 중간 어디쯤이 되었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정신없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일상을 보냈다. 평소와 같이 일어나 비슷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라면, 나에겐 일상 없는 나날들이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 소란스러운 일들 중 상당 부분은 내가 자초한 것들이 많겠지만, 반드시 나의 선택이나 마음먹음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꼭 어떤 일들은 한꺼번에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그럴 때 시간은 무섭도록 빠르게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하염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니 참 묘하다.










지금이 내 인생의 전환기일까.



그때는 크게 느껴졌던 일들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저 당연한 과정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맞이한 거대한 폭풍도 시간이 지난 후에 한없이 작게 부서지는 파도가 되어 그것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될 날들이 언젠간 내게도 오겠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니까.


마냥 기쁘기만 한 일과 마냥 슬프기만 한 일들이 있다. 하지만, 바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다.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해서 혹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몰라서 오히려 담담해지거나 의연해져 버린다. 나는 이것이 감정이 덜해서가 아니라, 더 천천히 음미하며 자연스럽게 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각을 잡고 쓴 글과 엄격하고 진지하게 다듬어진 것들이 더 고귀하게 여겼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에 비해 그때마다 떠오르는 감정들, 낙서들의 조합, 매일의 일기를 하찮게 여겼다. 거의 매일에 가깝게 생각들을 적어 내리면서도. 내 것은 좀 더 정제되어 평범한 일기와는 다른 차원의 무언가라고 착각했던 시간도 있었다. 꽤 길게. 


그래서 스스로를 아는 시간이 그렇게 더디었었는지도 모르겠다. 뻔히 보이는 나 자신을 오랜 기간 마주하기 싫어 고개를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처럼 글을 썼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이제 더 가볍고 솔직하고 모난 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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